몇 해 전, 모 시사서적에 박노자 교수가 2002년의 월드컵 열기를 파시즘과 비교하는 내용의 발언이 실려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좁은 의미만을 생각하고 발끈했던 사람들이 몇 되었는데, 물론 박 교수가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니었지요. 박 교수는 월드컵 기간 중에 벌어졌던 서해교전과 미군 장갑차 사고 등 당시에 일어난 여러 가지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을 보고 내린 결론이었고,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좋게 해석하면 플러스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말로 이해해도 될법한 내용으로 기억합니다.(사실은 이런 의미로 해석해도 안 되는 것이지만)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축구계는 지극히 어둡고 깊은 마이너스의 늪에 빠져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니, 애시당초 플러스란 없었다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팬을 자처하는 대중들, 사실 관계는 저기 안드로메다로 시집보내고 더러운 포장에만 신경쓰는 언론들, 여기에 덩달아 놀아나는 협회까지... 박 교수의 진의가 이런 것이었는지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극한의 파시즘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과가 있으면 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감독에게 대놓고 야유하는 모습, 특정 선수들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이야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한 개인의 의견까지 묵살당해야 하는 것이 정의일 줄은 몰랐습니다. 어제 서형욱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싸커월드에서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더군요. 언론의 입을 빌리지 않은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이 무단으로 도용돼서 난도질을 당하는 모습, 이게 축구팬의 모습이란 말입니까? 더불어 축구협회는 대안도 없이 손놓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질 않나...

2002년의 열기를 광기로 변질시킨 껍데기들....

감히 말하건대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축구팬’은 이제 천연기념물이 된 듯합니다.


※이 글은 스포츠 커뮤니티 후추 ( http://www.hoochoo.com/2002_board/board_r_hoochoo.asp?b_idx=78169&page=1&search=&keyword= ) 에 올린 것을 약간 수정하고 덧붙였습니다..

※글에 언급된 서형욱님의 견해를 보실 분들은 http://cyworld.nate.com/benign 으로 가시면 됩니다.

※조금 흥분한 상태에서 쓴 글이라 제대로 설명이 안되거나 빠진 부분이 많네요. 반론이나 의견을 들으면서 구체적인 의견도 같이 말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