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때는 그렇게 당하면서 '난 선임되면 잘 해줘야쥐' 생각하면서도

상병 때쯤엔 어느덧 고참들처럼 (갈구지는 않았지만) 후임들이 못 따라주는 것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일종의 동기부여라고 할까? 그런 걸 못하겠더라구요.


다 지쳐있기 때문이었죠.


선임이든 후임이든 교육, 작업, 내무실 생활, 그리고 훈련에 지쳐있기 때문이죠.

선임이라고 쉽겠습니까? 다만 후임보다

먼저 입대했고, 먼저 경험했고, 먼저 진급해서 선임의 자리에 있다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 자신이 속한 중대와 내무반을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

후임일 때는 몰랐습니다. 어떤 조직을 이끌어가야한다는 그 엄청난 스트레스

고참들은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죠 '너희도 짬먹어봐라, 알게 될거다'


반대로 선임이 되서는 올챙이 적이 전혀 생각이 안 나더군요.

후임이 목욕탕에서 맞아도, 탈영을 해도, 손목을 그어도, 교도소에 구속되고,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걸 봐도..

'그 정도도 못 이겨내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잔인하게도

왜냐면...제가 '고문관'의 표준이었거든요.

그런 나도 어찌어찌하다보니 잘 참고 여기까지 왔는데... '너도 할 수 있을텐데, 왜 못 참냐?'

는 그런 눈으로 후임을 보게되더라구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못하더라구요.

후임에겐 '악조건'을 이겨내보겠다는 투지가, 선임에게는 인격적인 '조직관리'와 인내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만....)

경영학 전공이라서 그런지, 조직 구조나 문화... 이런 쪽으로 생각을 하는데

고객이든 종업원이든, 부모와 자녀든, 선생님과 학생 사이,

자신들이 가지는 불만, '정말 정말 중요한 불만'은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입장, 각자의 관계로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고, 그만큼 부조리도 안 바뀐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뭐..' 또는 '뭐, 바뀌는 게 있겠나'란 생각으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조직은 속으로 곪아터지고

결국은 극단적인 현상이 갑작스럽게 사표를 낸다거나, 자살, 탈영, 오늘같은 사고겠지요.

실제로 고발해도 처벌받기보다는, 제보자가 건의자가 왕따되기 쉽상이지요.

그래서 설문지 조사를 해도, 인격적 관계가 바탕없는 면담을 해도 '문제'는 안 나오고.

악순환은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힘이 있는 입장에서 먼저 섬기는 자세가 아니라면....

불쌍한 우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