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97년이었던가? 그 당시 전 고1, 2학년 이었습니다.

교복 윗 옷을 마이를 입었던걸로 봐서 가을 막바지거나 겨울 초입이었을겁니다.

그저그런 어느 토요일...

학교를 파하고 전 집에 바로 가지 않았습니다. 왜 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잘 모르겠으나 친구들과 있었다는걸 어렷풋이 기억만 날뿐이죠.

그러다 3~4시경 집에 갈려고 160번 버스를 탔습니다. 제가 탄 버스는 좌석이 양쪽 2좌석이었으나 이미 버스안에는 사람이 많이 있어 버스에 오르자마자 쭉 훓어 본 다음 맨 앞자리에 앉았지요.

버스 기사님의 바로 뒷 자리. 그러니깐 맨 앞 두 좌석중 창문쪽이 아닌 안쪽 좌석에 앉았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열 정류장 정도 갔을까?

정류장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 버스 기사님은 버스를 세우고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앞 문을 열었죠.

대략 7명 정도 탔던걸로 기억이 납니다. 어른이 2~3, 옷차림을 보니 초등학생 예상되는 아이들 4~5명.

전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정류장에서 버스에 타는 사람들을 할일없이 보고 있었죠.

우선 어른들이 타고 아이들이 탔습니다.

그때... 갑자기 주위가 밝아지는것 같았습니다.

전 제 심장에서 심한 고동 소리가 들렸고 호흡이 가빠오고 얼굴의 두 뺨은 화끈거렸습니다.

그 이유는 버스에 타는 한 소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전 고등학생 1, 2학년이었기 때문에 초등학생을 보고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게 한편으로는 우스웠습니다.

헌데 제 마음은 그렇지가 않더군요. 바로 제 뒤의 뒷자리를 앉은 그 소녀를 한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용기가 없던 전...

그렇게.. 그렇게.. 버스는 제가 내릴 곳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전 내릴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그 소녀는 버스에서 내릴 기미초차도 보이지 않더군요.

시간이 너무도...너무나도 빨리 가는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리고... 전 버스가 가는 방향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았습니다.



25살된 지금까지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못나서 그런것도 있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보면 그 때 그 버스에서의 얼굴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그 소녀가 생각납니다.

'그 소녀를 본다면 내 심장이 다시 알려줄꺼야'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어버립니다.

한편으론 '저 여자가 그 때 그 소녀인데... 내가 변해서 내 심장이 알려주지 않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대로... 평생 이대로 사는건 아닐까? 젠장~

결혼해서 딸, 아들, 딸 이렇게 셋 낳아서 알콩 달콩 이쁘게 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