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확정이 되었죠. 그래서 전 지금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고있답니다.

친하게 지내던 일본인 아는 언니에게도 연락을 했더니

'시나위'(와세다 대학교 사물놀이 동아리) 공연이 있으니 보러 오라고 하더군요.

제가 일본어를 말하는것보다 한국어를 더 잘 하는 그녀.

일년에 세번은 한국을 갔다와야 행복해 하는 그녀.

김래원을 좋아하고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그녀.

말아톤을 보고 우는 그녀, 또, 그얘기를 해주며 한번 더 우는 그녀.

국어 교육 학과 (일본인이니 일본어 교육 학과겠죠) 와세다 대학원 1학년에 재학중이며

언젠간 한국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재일 교포도 아니고, 부모중 한국과 관계된 사람이 있는것도 아닌데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며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그녀를 보고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뭐 시나위 동아리 전담 교수님이 예전에 한국에서 다니던 저희 대학교에서 일어교수를 하셔서

알게된 사람이긴 하지만요.


아무튼 전 그렇게 2005 시나위 - 지지미(부침개)'s rock 을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공연은 한국 홍대를 가면 어디서나 볼수 있을법한, 아주 조그만 라이브 하우스를 빌려서 하더군요.

사물놀이에 대해서 대단히 뛰어난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공연에 대한 품평을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연습을 많이 했구나, 정말 열정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것이 느껴지더군요.

뭐 중간중간에 저도 모르는 농악 가사를 서투른 한국어로 외치며 신나게 두들겨대는 모습속에서

아 정말 순수하게 사물놀이에 빠져있구나..

그리고 사물놀이가 생소한 일본인을 위해서 사물놀이에 대해서, 그리고 연주하는 곡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는 사회자의 설명을 들으며, '나도 몰랐었는데 저게 저렇군'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부끄러웠습니다;;

북을 엎어놓고 난타 패러디 하는 그들을 보며, 동아리 사람 전부가 난타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 패키지 여행을 갔다 왔다는 소릴 들을땐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뭐 중간에 한번 기분 나빴던 적도 있었습니다.

일본 코메디 프로를 패러디 해서 장구를 두들기며 만담을 하던 코너가 있었는데..

노무현 대통령 쌍카풀 수술한거, 대한민국 아줌마들 머리가 전부 똑같은거(빠글머리), 뭐 이런걸 상당히

희화화  하더군요.

딴건 모 그냥 코메디려니 해도, 뒤에 프로젝션으로 사진에 눈모양까지 바꿔서 고이즈미랑 같이 세워놓은

것을 보고 나서, (전 재수없어도 보수주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안좋은 감정 가지고 있죠)

아무리 그래도 한나라 대통령 얼굴을 저따위로 만들다니..라며 순간 불끈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거기서 혼자만 한국인인걸;

중간엔 지지미가 나오더군요. 간장과 김치와..

어쨌든 이런 일본인들도 있군, 이라고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자기돈으로 라이브하우스까지 빌려 공연할정도라니, 새삼스레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일본인이 많아진다면 한일관계가 조금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