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부정' 6개고교 100여명 가담(종합2보)

[연합뉴스 2004-11-21 22:42]  


주도 4개고 6명 영장.`2천만원 갹출'진술 수사
(광주=연합뉴스) 남현호.손상원.형민우 기자 = 광주광역시에서 적발된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수능) 부정행위 가담 학생이 100명으로 늘어나는 등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가담학생 규모가 커지고 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 부정사건을 수사중인 광주 동부경찰서는 21일 오후 2차 수사 브리핑을 통해 "주범인 광주 S고교 L(19)군 등으로부터 이번 사건에 연루된 가담자가 10명 더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이날 1차로 주범격인 4개고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결과 휴대전화 구입비등으로 2천만원 이상이 학생들로 부터 갹출됐다는 학부모 진술을 확보, 학부모 사전인지 및 입시전문 브로커의 연루여부를 캐는 한편 가담 학생들의 정확한 규모를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수능시험 감독관 및 교육청 관계자 등도 소환, 부정행위 인지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키로 했다.

경찰청은 이날 휴대전화등을 이용한 수능 부정행위가 광주뿐 아니라 전국에 걸여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국 지방경찰청에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수사토록 긴급지시했다.

▲ 가담자 규모 및 1차 사법처리

이날 현재 이 사건 연루 학생은 6개고교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전날까지 드러난 가담학생은 이 사건을 주도한 L군 등 4개 고교 7명의 수험생과 공부를 잘하는 소위 `선수' 40명, 학업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수험생 10명, `도우미'로 불리는 이들의 후배 40여명 등 90여명이었다.

그러나 추가조사 결과 고3수험생과 고교 2년생,대학생등 10여명이 추가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20일 밤 이번 사건과 연루된 `선수'와 `도우미' 학생 12명을 임의 동행 및 자진 출석시켜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며 "가담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시험부정을 주도한 L군 등 4개 고교 6명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수능 시험 당일 `도우미'로 불리는 후배 40명을 동원한 뒤 광주시내 6개 고사장에서 휴대전화를 이용, 50여명의 학생에게 답안을 전송한 혐의를 받고있다.

당초 이들 6명과 함께 주범으로 간주됐던 수험생 1명은 단순가담자로 판명돼 불구속입건됐다.

▲범행계기

L군 등 부정행위를 주도한 6명은 중학교 또는 고교 동창들로 지난 8월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른바 분담과 협업을 통한 `성적 올리기'에 의견 일치를 보고 각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 40여명을 끌어들인 뒤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 3명의 명의를 빌려 뚜껑을 열지 않아도 수신이 가능한 `바(Bar)형' 휴대전화 40여대를 대당 10만-13만원에 서울의 한 대리점에서 우편으로 구입했다.

시험 하루 전에는 광주 동구 산수동 모 놀이터에서 예행 연습을 한 뒤 도우미들은 광주 북구 용봉동 한 고시원에 방을 빌려 합숙에 들어갔다.

▲범행수법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방식 외에 `모스' 신호방식을 이용, 부정행위를 했다.

`선수'들이 송신용과 수신용 휴대전화 2개를 들고 고사장에 들어가 어깨나 허벅지 부위에 부착한 뒤 어깨 부위를 정답 번호 숫자만큼 두드려 신호음을 고시원에 대 기중인 후배 도우미들에게 전달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도우미들은 전달받은 답안 중 다수의 답안을 정답으로 간주, 이 답을 다시 정리한 뒤 선수들과 일반 수험생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 브로커 개입여부 및 돈 갹출규모

경찰은 지금까지 조사결과 입시전문 브로커 등 외부세력이 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브로커가 개입된 조직적 시험부정이라기보다는 이들 7명의 학생이 주도한 단순 시험 부정이라는 것.

경찰은 그러나 인터넷 등에 브로커 등이 개입한 흔적이나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글들이 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학생 1인당 30만-50만원의 돈이 갹출됐다는 의혹과 관련, "휴대전화 구입비 등으로 모은 520만원 외에 추가 갹출한 돈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돈을 내지않은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10만원에서 최고 90만원까지 돈을 갹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등 이들이 모은 돈이 2천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있다는 학부모 진술을 확보, 정확한 돈의 규모와 사용처를 캐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수능부정에 가담한 광주 C고 3학년 K군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산다며 부모에게 10만원을 타냈고 20만-50만원을 낸 학생도 있다"고 밝히고, "C중 출신으로 현재 C고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 주도했으며 8월부터 모의, 고시원 등에서 2-3차례 예행 연습을 했지만 브로커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 학부모 묵인 의혹

경찰은 가담 학생들이 돈을 갹출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이번 입시부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학부모 3-4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부정행위 가담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풍기는 글이 올라 학부모 묵인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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