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담당PD입니다.  
작성일: 2004/10/23 AM 03:08
수정일: 2004/10/23 AM 03:13
작성자: 류충래(newfilm)

안녕하십니까?

신화창조의 비밀 48회 온라인게임의 담당PD입니다. 먼저 여러분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프로그램 초반에 리처드 개리엇을 스타크래프트 개발자라고 하는 엄청난 실수를 범해 프로그램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남겨주신 고견을 가슴깊이 새기고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다만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 간단히 제 의견을 간단히 밝힙니다. 너그럽게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온라인게임에 대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게임시장이 가장 큰 곳은 미국이고 그 다음은 일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온라인 게임이 전체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미국과 일본의 PC게임과 콘솔게임, 아케이드게임 등이 차지하고 있는 게임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이라는 틈새시장을 발견하고 산업화한 과정을 얘기하고자 했습니다. 아울러 지금은 미국과 일본의 게임업체들도 온라인 게임에 뛰어들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사실관계를 왜곡하지는 않았습니다. 틈새시장으로서의 온라인게임을 이야기했고, 그 속에서 한국의 게임업체를 다루었습니다.
어떤 분은 미국이나 일본이 온라인게임에 신경 쓰지 않아 경쟁상대가 없어서 가능했다고 지적하셨더군요. 네, 어쩌면 맞는 말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온라인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산업에 뛰어드는 것 자체를 망설일 때, 그 시장을 발견하고 주도적으로 개척해나간 점은 평가되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온라인게임 시장을 미국과 일본이 선점했다면 비록 대만,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일부 몇 개의 국가라 할지라도 지금처럼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게임 유저라 불리는 많은 분들이 게임 타이틀 하나 구입하지 않고 불법 복제된 CD를 사용함으로써 한국의 PC게임이 사양화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온라인게임이 일정부분 산업으로 자리 잡아 그나마 게임산업의 명맥이라도 유지하면서 향후 좀 더 성장하길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둘째. 회사 선정의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그동안 신화창조에서는 한 회에 하나의 회사만을 다루어 왔습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을 준비하면서 여러분이 지적하신 것처럼 어떤 회사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과연 어떤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동시 접속자 수로 하느냐? 해외 수출 성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영업이익으로 하느냐? 많은 기준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유일한 기준이 될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어떤 특정의 회사만을 선택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그 선정기준을 따져 물었으리라 여겨집니다.
고심 끝에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게임을 문의하여 3가지의 게임을 추천받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개인적으로 회사를 선정하는 것 보다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라 여겼습니다. 그리고 섭외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던 하나의 회사를 제외하고 2개의 회사를 선정한 후 취재과정에서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추가하였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지적하신 게임사의 도덕성이나 실제의 개발자가 누구란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저의 불찰입니다.

셋째, 게임의 유해성의 문제입니다.
프로그램 중에도 잠깐 다루었지만, 현금거래 등의 이야기를 저 또한 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온라인게임의 성장을 가로 막고 온라인게임산업 자체의 존망과도 직결되는 궁극적인 문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이 지적하신 것처럼 회사에서 치밀하게 현금거래를 유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모든 분이 현금거래를 반대하셨고, 심지어 아이템거래를 공공연하게 하는 사이트에 대해 다각적인 대응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금거래가 옳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한국의 게임산업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또한 극복해야할 문화라고 여겼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의 인터넷문화는 그리 건강한 편이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나 하나 쯤 이야’ 하는 생각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는 불법복제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그것이 그럭저럭 해결되긴 했지만 아래아 한글을 MS워드에 넘기려는 시도로도 나타났고, 한국의 PC게임이 완전히 사장되는(?) 결과로도 작용했다면 지나친 말일까요?
마찬가지로 현금거래로 상징되는 게임의 유해성이 진정 게임을 만든 회사만의 문제인가요?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문제는 진정 없는 것입니까? 온라인게임 사업에 뛰어들면서 게임유저들의 성향을 미리 예측하여 아이템이라는 항목을 만들고 아이템 거래를 부추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게임을 즐겼던 800만의 유저들이 유해한 게임을 전파한 시대의 범죄자들입니까?
결과론적이지만 그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게임을 게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게임을 그냥 단순히 즐기지 못하고, 가상현실에서의 아이템거래를 현실세계로 끌어낸 우리가 잘못이고, 그것을 방조한 우리도 잘못이며, 잘못을 보고도 나와는 관계없으니까 무시한 우리도 잘못이라고 여깁니다. 우리의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잘못된 겁니다. 우리의 게임 문화가 잘못된 겁니다.
적절한 예가 될 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떤 사람도 ‘올드보이’에서 근친상간을 소재로 다루었다고 근친상간을 권장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게임에서 아이템 거래가 항목으로 있다고 그것을 실제로 사고팔며 사람을 해하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아직 정신 못차리고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할지 모르겠고 어떤 분이 지적한 것처럼 현금거래를 발견 한 후 회사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모든 것이 회사의 문제이고 그로 인해 리니지는 무조건 잘못된 아이템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군요.
교통사고가 난다고 자동차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게임의 유해성이라는 것을 근거로 게임산업이라는 산업 자체의 기반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여겼습니다. 오히려 게임의 유해성을 서로가 공유하고 배척함으로써 산업은 산업으로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앞으로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사는 길이라 여겼고, 유해성이라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니지를 다룬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리니지는 15세 이상이고 리니지2는 18세 이상 이용 가능합니다. 그 기준을 우리가 먼저 지키면 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신화창조에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신화창조는 8명의 PD가 돌아가며 방송하고 있습니다. 글의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리차드 개리엇을 스타크래프트 개발자라고 자막을 넣은 저의 무지는 달게 질책을 받겠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의 부주의로 비롯된 잘못으로 인해 신화창조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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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로 요약하자면

8명의 PD가 돌아가며 방송하고 있고 자기는 온라인게임PD다
리차드 게리엇을 스타크래프트 개발자라고 넣은건 잘못됐는데,
신화창조가 도매급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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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찰에 대해선 절대 사과하지않네요. 저의 불찰입니다가 끝이고,
끝으로 사과한다는분이 너무 건방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