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오늘 마지막 날이라서 어제 대충대충하고 잠을 잤거든요..


정말로 오늘 처럼 죽고 싶었던적 처음이었습니다. ─ 후즈니 님께서 말씀하셨지만,,, 후아.. 죄송합니다. 후니즈님. ─  수학 문제를 푸는데... 가슴이 뜨끔해지더군요. 눈시울이 붉어지고 손이 떨리고... 심장은 쿵쾅쿵쾅거리고..

문제의 4번 문제. 이 녀석이 절 어떻게 이렇게 만들수가 있습니까.

시험지를 받아들고 긴 숨을 내쉬고 1번 문제를 풀기시작했습니다. 1번문제는 주어진이차함수 식에서 최대로 공이 올라갔을때 몇초가 걸리는지 구하는 문제였습니다. 약간 당황했지만 문제없이 풀수 있었습니다. ─ 어이없게 틀렸습니다 ─

2번 문제는 '제법 쉬운걸' 하는 생각에 아무럼 꺼리김 없이 풀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학은 만점' 라는 확신이 생겼고 20분이면 다 풀수 있으리라는 자신감 마저 생겼습니다.

3번 문제 부터 약간의 계산오차가 발생하였습니다. 문제가 뒤엉켜 있다 싶이 하다 못해 계산도중 실수를 연발하는 바람에 밸런스타이밍을 놓쳤고,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수학은 시간과의 싸움이기를 잘 알기때문에 검산도 하지 못한채 다음문제로 넘어갔습니다. ─ 결국 틀렸습니다. ─

4번 문제. 4번 문제의 지문을 보는데 굉장히 뜨끔했습니다. 가슴이 뭉클뭉클해지고 계속 풀어보는데도 불구하고 답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쿵쾅쿵와 거리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하는 수 없이 15분이라는 막대한 시간을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5번 문제를 불안한 마음으로 풀기 시작했습니다.

5번부터 10번문제까지는 별 이상은 없었습니다만, 문제의 4번 때문에 크게 긴장한 나머지 몇개의 문제를 어이없게 틀리고야 말았습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3개를 틀린겁니다!

11번 문제를 푸는데, 다시 한번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혈압이 크게 올라가고 한쪽 가슴이 크게 절여 오는 느낌이 강하게 들려왔습니다. 한마디로 뒷통수를 엄청난 힘으로 맞은듯한 느낌이었지요. 결국 문제는 풀지 못하고 찍고야 마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틀렸습니다 ─

나머지 문제를 이러쿵 저러쿵 푸는데, 드디어 주관식 문제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 80점은 나오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시험감독선생님의 말씀.

'10분 남았습니다.'

헉.... 주관식 문제는 8개. 한 문제당 평균 1분 10초 가량 안에 풀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주관식 문제는 굉장히 어려웠고 대충대충 시간에 맞춰 풀기에 급급했습니다. 문제를 다 풀고 OMR카드에 마킹을 하고 총문제였는지 확인하는 순간. 또다시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주관식을 밀려썼다!!!!


헉......


순간 종이 쳤습니다.



정말로 눈물이 뚝뚝 떨어질뻔했습니다. 죽는게 차라리 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렇게 강하게 든 적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때 후니즈 님의 말씀이 들어 제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OMR 카드는 이미 저만치 사라져버린 후였습니다..

다음시험준비를 해야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그냥 멍하니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떄 들려오는 한말.

'야! 문제 4번 문제가 잘못된거래! 다 맞게 해준데!'


수학선생님을 정말로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었습니다. 4번 문제덕분에 15분이라는 시간을 낭비했고.. 때문에 검산은 커녕 문제도 제대로 못풀었는데..


다음시간은 사회. 국사 였고 사회 국사에서는 공부한 양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틀렸습니다. 간신히 90점에 다달았습니다.

미술은.... 주관식 배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한문제당 10점. 한문제 틀리면 목매달고 죽어야 할정도로 과감한 점수였습니다. 하지만 전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지라 두개나 틀려버렸고, 배점이 5점인 객관식도 2개나 틀렸습니다. 이미 수학에서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두려운 마음을 억누르고 채점을 하는데... 가관입니다. 두눈이 충혈되고 미칠것만 같았습니다.


시험이 끝났다고 했지만, 저는 '이제부터 다시,'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나란놈은 무엇이며, 공부를 했는데도 이따위로 성적이 나오느냐..

부모님께서 '시험 잘봤느냐' 라고 물으셨습니다. 전 차마 60점입니다. 라고 말씀은 못드렸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참 야속하시게도.... 저에대해 잘 아시는게 없으시거든요.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건지... 어디몸이 아픈건지... 사실대로 말했다간 그날 하루 종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하면.... 우선 이상한 녀석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기 위해서 이고, 나와 비스무리한 또래로부터 인정받고 싶고 또 저희 부모님께서 다른 가족들에게 저에대해 말씀하실때 자랑스러움을 느끼실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요한것 한가지. 좋은 대학을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좋은 대학이 인생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것이다 라고 하시는 분들을 몇분 보아왔는데, 제가 알고 있는 한국이라는 특정한 사회를 그렇지 못하더군요. 저희 아버지께서 신입사원을 뽑으실떄 '마음의 점수' 라고 좋은 대학을 나오면 가채점을 많이 준다고 하십니다.


어제 친구들과 오늘 시험 끝나면 스파이더맨 2 를 보자고 약속했기에, 염치 없게도 영화를 보고 들어왔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멍하니 가만히 있었습니다. 도대체 뭘 보고 온건지 내용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기댈곳이 없으니 참 답답합니다....내일부터 다시 정신차리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머리속에 윙윙 돌아다닙니다. 염치없는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