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룡천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열차 폭발사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암살을 노린 내부 테러라는 주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홍콩의 성도일보(星島日報)는 24일 김정일 위원장이 탑승한 전용 열차가 룡천역을 통과한 시간은 사고 발생 9시간 전이 아니라 30분 전이라고 보도했다.

언론 보도와 한국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이 탑승한 평양행 전용 열차는 폭발사고 발생 9시간 전인 22일 새벽 5시 룡천역을 통과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김정일 위원장을 태운 전용 열차가 북한 시간으로 22일 오후1시 중국 국경에서 북한으로 진입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봤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고는 암살 음모로서 북한 내부나 한반도, 심지어 국제정세에 경천동지할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북한 행정기관이나 정보당국이 김정일 귀국 시간대에 화약을 가득 실은 열차를 철로에 머물도록 허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점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만약 김정일 암살 음모 소식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고는 군부 고위층이나 외국세력, 또는 두 세력이 손을 잡고 꾸몄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은 또 폭발한 열차에 엄청난 양의 폭발물질이 적재된 것으로 미뤄 이번 사고는 북한 군부 내부의 고위층이 막후에서 지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콩/연합뉴스)


용천역참사 사고경위와 의문점들

북한이 지난 24일 관영매체와 중국 신화통신 등을 통해 용천역 참사 원인을 밝혔다. 그러나 사고 경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어 궁금증과 함께 의문을 낳고 있다.

◇사고 원인=북한과 중국측 보도에 따르면 몇가지는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우선 인화성 물질을 각각 실은 화물열차가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3만3천㎾ 고압전류로 움직이는 이들 화물열차가 전주를 쓰러뜨렸다. 이 때문에 고압전선이 끊기면서 스파크가 일어났고, 결국 열차로 튀면서 폭발했다.

장송근 용천군 재해대책위원장은 24일 “질산암모늄과 연료용 기름을 넣은 (화물열차) 차량 교체작업을 하던 중 두 차량이 충돌하면서 역내의 전주가 넘어지고, 이어 전선이 끊기면서 발생한 불똥이 차량으로 튀어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한상렬 주유엔 북한대사는 여기에 덧붙여 “조국에서는 지금 물길공사가 한창인데 이 공사장에서 사용할 폭약, 또는 이것을 만드는 물질이 작업과정에서 일꾼들의 부주의로 전기선에 연결돼 스파크가 일어나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발표로 미뤄 질산암모늄 비료를 실은 화물차와 유조열차를 근접해 놓았던 점이 결정적 사고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료와 폭발물 제조에 사용되는 질산암모늄은 비교적 안정된 화합물로 200도로 가열해도 괜찮지만 경유나 휘발유 등 유류를 조금만 섞거나, 밀폐용기 속에서 강한 충격을 받으면 터진다.

정확한 진상은 알 수 없지만, 화물열차 충돌 후 유조차에서 샌 기름이 질산암모늄과 섞이면서 ‘고성능 폭발물’이 만들어졌고, 고압선 스파크가 ‘뇌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의문점=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열차 교체 중 사고가 잦다. 수동 신호체계 등 허술한 관리와 낡은 노반, 연약한 선로 때문에 기차를 옮기거나 선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전복·충돌하기도 한다. 대형사고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위험물질 수송열차의 경우 무엇보다 안전에 신경쓰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도 있다. 즉 전선의 스파크로 폭발이 있었다면 유조차의 기름이나 질산암모늄이 흘러나왔다든지, 또는 두 물질이 섞인 화합물이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한데 북측 발표에 따르면 열차가 전복됐다거나 인화성 물질이 밖으로 노출됐다는 ‘전제’에 관한 내용이 없는 것이다.

질산암모늄과 석유를 적재한 화물열차를 가까이 놓고 작업한 점 역시 의문이다. 이런 위험물질을 적재한 화물열차는 떼어놓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홍콩 성도일보가 “북한 당국이 김정일 위원장 귀국시간대에 이들 열차를 철로에 머물도록 허용한 것은 석연치 않다”며 ‘음모설’을 거론한 배경이다.

〈최재영기자〉최종 편집: 2004년 04월 25일 18:29:33


계속되는 김정일 칩거 ‘궁금증’

용천참사 발생 후 4일이 지난 26일까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직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위원장은 자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다. 하지만 조선인민군 창건 72주년 기념일인 25일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난해 기념일엔 김위원장이 보병부대 사열을 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에 나왔다.

김위원장의 공개석상 출현은 북한에선 큰 의미를 갖는다. 평소 그와 접할 수 없는 주민들에게 유일하게 그의 실체를 보여주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가 장기적인 ‘칩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도 50여일 동안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용천참사가 북한 사회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배경을 따져보면 먼저 김위원장의 안위가 국가대사인 북한에서 안전시스템이 예상외로 대단히 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그가 지나갈 역에 위험물질을 실은 화물열차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현지지도를 전후로 해 1주일 이상을 해당 장소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안전점검을 하는 북한 사회에서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외부세계에 용천참사가 신속하고 자세하게 알려지고 있는 점도 북한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세계에 큰 폭으로 개방돼 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대응방식이 주목된다. 사회기강을 더욱 다잡으려 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개방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김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시기와 방식이 향후 북한지도부의 국가운영방향을 가늠할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진호기자 jh@kyunghyang.com〉최종 편집: 2004년 04월 26일 18:53:36


김정일 용천 통과안해…백화 우회철로 이용說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으로부터 평양으로 돌아갈 당시 폭발사고가 난 용천역을 통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단둥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새벽 중국 단둥을 출발한 후 폭발사고가 난 용천을 지나지 않고 용천 동쪽의 백화를 통과하는 우회철로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천 폭발사고가 난 후 북한은 이 철로를 이용해 평양∼단둥간 물자수송을 하고 있다. 이 철로는 백화 지역의 석유화학 정제공장과 연결되어 있다.

한 소식통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폭발의 원인이 테러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이를 미리 안 김 위원장이 우회철로를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둥=강호원특파원 2004/04/26 22:45:50


룡천역 폭발….단순폭발인가, 의도적인가

22일 발생한 평안북도 룡천역 열차 폭발사고의원인은 무엇일까. 이번 사고는 단순사고일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의도적'인 사고일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 단순 충돌사고 = 현재까지의 보도나 정부 당국은 이번 사고가 열악한 철도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단순 추돌사고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서 일어난 열차 폭발사고는 LPG와 석유라는 인화성이 강한 물질을 실은 열차끼리 충돌로 발생한 단순사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철도가 노후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북한 당국도 최근 철도의 신호.수송체계 등 현대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낡은 철도사정으로 인해 지난 97년 자강도 희천시와 2000년 평안남도 양덕군에서도 대규모 열차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청진철도국에 근무한 한 탈북자는 "평안북도의 철도는 일제시대에 건설한 것을그대로 이용하고 있어 두세 달에 한번 꼴로 크고 작은 사고가 난다"며 "신호체계도모두가 수동이어서 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 테러 가능성 = 90년 중반부터 극심한 식량ㆍ경제난으로 사회 불만이 팽배해져 있고 북한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반체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테러가능성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92년 12월 김일성 주석 경호책임을 맡고있던 호위총국(현재 호위사령부)과93년 3월 인민군 7군단에서 쿠데타를 모의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사고도 그런맥락으로 보려는 시각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룡천역을 통과한지 8~9시간이 지난 뒤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김 위원장을 겨냥한 음모설은일단 근거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북한에서는 국가기간 시설인 철도와 특히 에너지를 운반하는 열차의 경우 인민무력부(남한의 국방부)에서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해 음모를 꾸민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정보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