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왠지 오늘 또 기억이 나버려서

그냥 이렇게 씁니다.   (그 녀석이 기억날때마다 이런 글을 쓰곤 하죠..)

왠지 또 우울하네요.  


제겐 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녀석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 녀석과 친구가 된건 아마 유치원때였을겁니다.

그 녀석과 저는 워낙 내성적이라 꼭 둘이서만 놀곤 했죠.  (다른 녀석들과는 친해지려 하지 않았죠.)

저희 둘에게 친구는 서로밖에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그 녀석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걸 몰랐습니다.

그렇게 몇년이 흘렀고 초등학생이 되었고 저는 아버지의 직장때문에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녀석과는 얼마동안 만날수가 없었죠.

초등4학년쯤 되었을까요.

어머니께서 그 녀석 집에 가게되어 저는 따라가게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그 녀석을 만날수 있었죠.   (커버린 그녀석의 모습이 사뭇 기대되었습니다.)

그 녀석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의 모습은 그대로였습니다.

키도 얼마 자라지 않고... 삐쩍마른 그 모습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 녀석과 헤어진 그 시간동안 키도 많이 자라고 살도 쪘지요.

그런데.. 그녀석은 거의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때,  저는 그 녀석이 다른 사람들과, 나와 뭔가 조금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매주 일요일만 되면 그 녀석집에 갔습니다.

그 녀석집엔 언제나 재미있는 것들로만 가득찼었거든요.

컴퓨터, 레고, 로보트, 게임기... 각종 장난감들...


그렇게 또 몇년이 흘러 저와 그 녀석은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우연히도 그 녀석과 저는 같은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죠.

전 그 녀석과 매일 만날수 있는게 기뻣습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됬는데...  

그 녀석은 저 이외에 다른 녀석들에겐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는것 같았습니다.

고작해봐야 자기반의 한두명과 얘기할뿐... 다른 녀석들에겐 자기 마음을 열지 않았죠.

그리고 다른 녀석들도 그 녀석이 자신들과 다르다는 걸 알고는 그 녀석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느날인가.. 제가 그 녀석반에 갔었습니다.

그 녀석, 다른 녀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더군요.

전 그 녀석을 괴롭히는 녀석들을 용감히 물리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전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정말 비겁자였습니다.

두려웠던 것이었습니다.

그 녀석은 저를 바라봤습니다.

전 애써 외면했습니다.

아...

.

그 이후로는 그 녀석과 얘기도 잘 하지않고 만나도 그저 인사정도만 했습니다..

그 녀석은 제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요.



그렇게 또 몇년이 흘렀죠..

저는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녀석도 고등학생이 되었죠.

저는 인문계로 오게 되었고.. 그 녀석은 실업계로 가버렸습니다.

그녀석을 안본지 한 2년은 된것 같네요.


그 녀석은 언제나 아이였습니다.

전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데... 그 녀석은 언제나 아이였습니다.

전 그게 정말 싫었습니다.

그 녀석은 언제나 아이인채로 남아있었습니다.

차라리, 차라리 나도 언제나 자라지 않고 아이였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


저는 아직도 그녀석이 왜 언제나 아이인채로 남아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대충 들려오는 소식과 제 생각으론 선천적인 병같은것 때문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TV에서 몸이 자라지는 않고 점점 노화만 되어서 10대에 죽는 그런 병에 대해서 본적이 있습니다.

설마 그런건 아니겠죠...

그리고 그녀석.. 몸이 자라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도 자라는것 같질 않습니다.

저도 그녀석도 어릴적엔 자폐증상을 보인것 같았는데.. 저는 극복해 냈는데..

그녀석은 그러질 못한것 같네요..




가끔 그 녀석이 생각나곤 합니다.



언젠가 그 녀석을 만나면 예전처럼 아이처럼 그렇게 놀수 있을까요?


I'm sam의 그 소녀의 마음을 알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