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틀린부분이 있는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용;;
자꾸 전체적 수정을 가하지 않고 부분부분 기워쓰고 있어서인지 글이 전체적으로
누더기같은 느낌이 나네용..


지적할 부분이 있으면 과감하게 지적해주세요. 대대적 편집까지 불사할 생각..

p.s 참고로 그녀는 그녀는..하면서 이름과 왜 여기온 이유를 끌고가는건 일부러 인물서술을 뒤로 쓸 생각에 쓰고있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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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은 현실처럼,고통의 미궁.(Payne's Maze)








  이틀째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곧 장마철이 접어들었음을 알리기라도 하는 신호일까? 비는 추적추적 떨어지며 나직한 시골길 자리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들꽃과 정성스레 가꾸어 놓은 화분의 난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에게 갖은 조소와 비웃음을 보내며 자만에 찬 채로 질척해진 대지의 품위로 장렬한 파장을 만들며 죽어갔다. 만약 그런 비가 '살아있음'이라면 다시 한번 움직여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모순이니라, 하늘을 거스를 순 없었다.
본디 비는 땅에 떨어지기 전 떨어질 그곳이 땅이 되는 물이 되든 한 송이 꽃망울 위가 되든 가리지 않는다. 아니 떨어질 곳을 알지 못함이라, 그곳을 알 수 없기에 떨어지는 빗줄기는 떨어질 때 망연한 허공에 자취를 남기려 애쓴다. 하지만 하늘엔 그 어떠한 빗줄기도 자취를 남길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게 부질없는 욕심을 부리던 한 방울의 빗줄기는 순간 땅에 부딪히며 마치 생명인양 부렸던 시간들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깨달은 양 절정의 종지부를 찍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언제 그랬냐는 듯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한줄기 빗방울이었을 때 땅에 떨어트리며 남긴 파문은 은은히 남는다. 그 파문은 빗방울이 떨어진 시간만큼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며 잔잔히 시들어진다. 그 탓일까, 빗방울은 더욱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싶어한다. 그래야 더 오래 남는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런 시간마저 애써 빗줄기는 생각하려 한다. 하지만 그럴 시간은 없다. 빗줄기는 시간이 원망스러운 듯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며 일순간 죽었다가 다시 물로 돌아오고, 그 물은 다시 증발하여 구애받지 않는 구름이 되었다가 일순간 아득하게 나뉘며 순리에 따라 또 다시 비가 된다.
  사람또한 마찬가지이다. 떨어진 이상 설령 그것이 부질없는 개죽음이 되든 명예로운 영광이 되든 죽는 그 순간까지 파멸을 향한 것임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나가야한다. 아니, 나가야 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의 기회란 주어지지 않는다. 불공평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아니 이러한 것이야말로 용기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무모한 것은 용기가 아니다. 무모한 줄 알면서 행해야 하는 모순에 자신의 덧없는 영혼을 똑똑히 새기며 슬퍼하고, 모든 것을 초월하여 한줄기 가련한 불꽃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용기인 것이다.

  이런 용기가 있는지 없는지, 이틀동안 내리는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탓일까. 빗방울은 유난히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 작고 낡은 시골 가옥집의 슬레이트 지붕을 매섭게 때려댔다. 집이 허름한 탓이다. 방이라곤 사람하나 겨우 누울 정도의 좁은 방이 전부인 이 낡고 허름한 집은 이미 몇십년 전에 주인이 버리고 가기라도 한 폐가(弊家)마냥 날이 뜨면 흙으로 발라놓은 벽이 푸석푸석 떨어졌고 이렇듯 비만 오면 요란한 소리를 내질러댔다.
그러나 방안은 바깥에 비하자면 꽤나 정연하고 조용했다. 빗줄기에 제 살을 녹이는 흙벽의 희생 탓일까? 아니면 빗소리에 파묻혀 잠식되어 버리는 무언가의 낡은 침묵일까? 밖에서는 한낮 수면의 불청객밖에 되지 않던 빗소리도 흙벽과 돌담에 가로막혀 제 힘의 외침을 잃고선 그녀의 방안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작게 속삭이는 은은한 자장가가 되어 그녀에게 들려왔다.
  순간 그런 희생의 자장가 소리를 깨는 괴리적인 밝은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이내 어김없이 들려오는 천둥소리는 은은하게만 들려오던 그런 자장가를 한순간 이질스런 방해꾼으로 만들어놓았다.
  그 탓일까? 이륵고 시끄러운 천둥소리에 잠이 깬 듯 전등 불이 켜지며 어깨까지 짧게 내려오는 흙갈색 단발머리를 한, 나시차림에 반바지를 입은 그녀가 백열전구 빛 때문인지 눈을 잔뜩 찌푸리며 나타났다.
  물론 그 좁디좁은 2평 남짓한 방도 불이 켜지자 쓰레기통 같은 난잡함을 드러냈다. 어질러지고 넘어지고 쏟아져 있는 잡동사니들 속에 있던 그녀는 악몽이라도 꾼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한쪽에 널려있는 원예잡지 따위를 발로 밀쳐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덜컹덜컹..."
  그녀를 깨운건 고요속에 퍼지는 빗방울 소리도, 괴리적으로 퍼져오는 천둥소리도 아닌 문소리였다. 그놈의 싸구려 미닫이 똥문이 아까부터 귀신이라도 들린건지 문짝 채 바람에 흔들리며 달그락달그락 요란한 소리를 냈기 때문이었다. 시골 창호지문에 아래 칸유리가 두어 개 박혀있다는거 빼곤 다를 바 없는 이도저도 아닌 낡아빠진 '짝퉁' 문짝인데, 사실 몇일전으로 그녀가 수리를 해보겠다, 요놈의 문짝 쳐부서내치는 한이 있더라도 고쳐보갰다 하며 악을 쓰고 벼렀던 문짝이었다. 그녀는 사시나무 떨 듯 떨어대는 미닫이문을 흘겨보다 못해 노려보았다.
  문짝뿐만이 아니였다. 그녀의 방은 적어도 사람 사는 방 아니, 혼자 사는 여자의 방이라고 하기보단 그냥 쓰다버린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쳐박아둔 누군가의 창고에 어거지로 세들어 사는꼴마냥 보였다. 방은 몇 일째 닦지 않은 듯 빠진 머리카락하며 잔 먼지들 그리고 심지어 이곳저곳 떨어져 있는 손톱이며 발톱 깎아놓은 것들이 구석자리에 잔뜩 쳐박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가뜩이나 좁아터질 듯한 평수엔 아무렇게나 매무새없이 깔아놓은 이부자리 주위로 마치 철없는 애들이 흑마술이니 결계놀이니하는 꼬락서니 따라하듯 원예잡지들이 잔뜩 그녀 주위로 널부러져 있었다. 그런 이불에 반쯤 일어나 앉아있는 그녀는 무엇인가에 놀란 듯 멍하니 있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질러진 방 면의 한켠을 서랍장과 같이 차지하고 있던것은 채널이 다이얼식이라 전파상에서 거저주고 끌고온 80년대 보급형 저가 컬러TV였다. 궁색한 시골구석이라 제대로 전파가 잡히지 않아 일정 시간대에 일정채널만 방송될때가 다반사인데, 그래도 가끔 잘 나올때면 비닐하우스에서 죈종일 농약과 비료를 허리춤에 꿰차고 꽃 밑둥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벌레도 잡고 약도 주거니 하던 그녀도 TV만 나올때면 한 걸음에 냅다 달려와 손이 많이가는 원예일도 내팽개치고 찰싹붙어 날 새는줄 모르고 TV만 보았다.
  사실 수리를 안 해보려고 했던 것도 아니지만 읍내 밖 전파상까지 가는길에는 폭이 몇 십척이나 되는 큰 강이 있었기에 배를 타고 가지 않으면 여간해선 건널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 12월 이후로 연 5개월 째 통통배는커녕 배 주인 김씨도 보이지 않던 터였다.
  
  그 길 말고는 다른 두 길은 전부다 길이 멀거나 혹은 위험하고 험했다. 사실 몇 번 일이 아니고서야 내외로 갈 엄두도 안내던 그녀인지라 결국 그녀는 TV고치는 것을 포기를 한 것만 같았다. 그런다고 포기할 생각도 없었기에 언젠가는 스스로 고쳐보려고도 했었다. 그런데 첩첩산중이 병풍처럼 둘러진 시골구석이라 TV를 고칠 마땅한 공구조차도 없어서 제대로 된 공구대신 '맨손공구'로 매일 안나올때마다 쳐대고선 그녀 나름대로 '지금도 열심히 고치는 중'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었다.
  그런 TV위엔 "유통기한"이 지나 골을대로 골아버려 색이 누렇게 뜬 1991년 켈린더가 서 있었다. 이미 같다 버리고도 남아 지금쯤 썩고 있어야 할 켈린더에 그녀는 일일이 몇일씩 날짜를 땡겨서 계산하며 쓰고 있었다. 자주 까먹어 탈이긴 하지만 그녀는 머리 굴일 일이 없는 시골에선 이런거라도 머리를 굴려야 녹슬지 않는다며 그런 계산한 달력을 내후년것까지 외워대고 있었다.
  그 낡은 켈린더 아래 있는 TV를 받치고 있는건 다름아닌 십장생이 새겨져 있는, 즉 명색뿐인 '십장생'표 서랍이었다. 쓸만한 서랍장을 누가 길에 버렸다며 그나마 내돈 안주고 좋은 물건 얻었다고 말하더니 낑낑대며 갖고 오고서도 몇일동안 내내 싱글벙글 좋아하던 그 때는 어디갔고 지금은 짝문이 박살나서 볼품없다, 누가 옻칠대신 똥칠을 한거 같다, 자라새끼코가 꼭 되지새끼코 같다며 꼴아보지 말라면서 자라눈에 삿대질에 발길질까지 해대질 않나, 횡재했다며 주워올 땐 언제고 지금은 괜한 핑계에 트집까지 잡아대며 퇴물취급을 하고있었다. 그래도 버린다 버린다하는 그녀지만서도, 곧잘 서랍장에 또래에 비하자면 철은 조금 지났지만 메니큐어나 립스틱등등의 자잘한 화장품들, 그리고 뚜껑이 없어 굴러다니는 볼펜등을 헌 종이에 꽁꽁 싸다가 어디다 마땅히 보관할 곳이 없을땐 이런 물건들 넣어놓기 썩 요긴하게 쓰이는 서랍장이라 아직은 그녀 마음에서 눈총 받는 물건은 아니었다.
  그래도 남의 눈에는 여지없이 자질구레하게 보일 그런 서랍장임은 분명했다. 그런 서럽장 오른쪽 방구석에는 마치 조립못한 프라모델인듯 전선으로 된 부품들이 잔뜩 나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것은 프라모델이 아닌, 딱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나오지 않던 TV대신 그녀의 외부세상의 귀가 되어줬던 라디오였다.
  그녀도 막상 귀농했을때는 몰랐으나 지금은 어째 TV가 라디오만 못한 것 같다란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그녀도 듣기전엔 '막상 누가 TV 제끼고 라디오를 들을까?' 라고 생각할때가 많았는데 이제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됄 귀중한 물건이 되어있었다. 아침때는 일기예보를 알려주는 고마운 도우미였고, 일할때는 얼핏 지루한 노동을 음악으로 달래주었으며, 잘때에는 이불속에 뉘여놓고 바짝 귀에대고 들으면 그 좋던 홈씨어터 사운드도 그만이더라, 차라리 귀창 파고 제대로 들으면 그것보다 나았다. 그리고 어찌나 재밌던지 재밌는 사연만 나왔다 하면 졸다가도 깜빡 깨어서는 더욱더 치켜듣곤 하였다.
  그녀가 좋아하는 프로는 '이스영의 서부시대'와 '저닌권의 빠마나라네 락잔치' 그리고 '햏자들의 수햏시간' 3개 인데, 이스영은 그녀가 예전부터 좋아하던 가수고 저닌권은 그의 음악정신을 존경했으며 마지막으로 햏자들의 수햏시간은 전국방방의 폐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사연과 함께 이야기 하는 프로인데, 그녀도 마치 남 얘기같지가 않아서 꽤나 재밌게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 3개 외에 그새 입맛이 늘어 한 프로그램이라도 놓치면 그녀는 그 '십장생' 서랍장을 발로차며 난리를 쳐댔다.
  그러던 중 지난번 꽃이 핀 꽃들을 따가다 판다고 오래간만에 장에 나간적이 있었다.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라디오에 신경을 못썼는데, 그녀는 그게 라디오의 마지막이자 이스영의 서부시대, 저닌권과 햏자들과도 안녕이 되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그녀는 오래간만에 나온지라 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때마침 5월 연중 행사 때문에 최고의 성수기인지라 이 조그만 시골통에도 마음에도 없는 은사 찾는다, 고생만 시키는 어머니 아버지 효자인척 불러본다, 제대로 챙겨주지도 않았으면서 밥만 먹이면서 키우는 애새끼들한테 사랑받는 부모되겠다 하는 이들로 간만에 제대로 몫 한번 챙기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시간가는줄 모르고 일하고 있자니 어느때인가부터 지껄이고 있어야 할 라디오가 지껄이질 않고 있었다. 그래서 뒤를 돌아다 보니 의자에 얌전히 앉아있어야 할 라디오는 보이지 않고 물통안에서 부삽하고 같이 둥둥 떠다니며 그 곱던 이스영의 목소리도 애처롭게 '지직'대며 괴물마냥 꺼억꺼억 대고 있었다.
  그 후, 그녀는 바로 라디오를 꺼내들고 몇일 밤낮으로 시간만 되면 라디오만 주물럭 거리고 있다. 도시 같으면 그렇게 라디오에 집착하는 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 라디오가 외부와 연결되는 유일한 수단이자 궁색한 시골 안에서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그녀는 아무래도 내일 꽃들하고 같이 장에 좀 나갈때는 무거워서 고생하더라도 TV와 라디오 둘중 아무거나 고쳐놔야겠다고, 그래야 심성이 풀릴것만 같았다. 일단 작년부터 강이 막혔으니 그 길은 제쳐두고 읍내에 있는 전파상까지 가는 길에는 전부다 고생길이 훤한 길, 아니면 그녀 마음에 안 드는 길이었다. 강이 아닌 다른 길이라면 읍내까지 몇 십리 되는 산길이 하나 있고 또 다른 길 하나는 면을 지나쳐 가는 비포장된 도로가 하나 있는데 그 길이 그 길이었다. 차선이라곤 없는 도로는 산등성이랑 거리는 같기로서니 드문드문 질주하는 차들만 갑작스레 나타나서 밤길에는 적잖이 위험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보통 읍 단위 이상되는 동네쯤 가기 위해선 산 아랫목부터 나 있는 산길을 따라 산을 넘어서 읍까지 가야했다.
산세는 그녀가 예전에 훈련했던 어떤 지형보다도 험했다. 그녀도 왠만한 산이라면 넘겠다고 했으나 이 동네 근처의 산은 여간 산세가 험한 산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구력 훈련만큼은 예전에 이미 끝냈다며 이골을 내던 그녀도 매 주말쯤 꽃 팔러갈 때쯤이면 적잖이 힘들어하며 하루 꼬박 산을 넘어가곤 했다. 그런데 내일, 아니 새벽이 넘은 오늘 오전 7시에 나가 그 쌔고 쌘 고생을 할 생각을 하니 그녀는 사뭇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내일 고칠 라디오와 TV를 생각하니 그녀는 다시 바보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가 살고 있는 근방에는 제대로 된 도로따윈 아무데도 없었다. 사실 이 동네에서 좋은 길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사치와 다름없는 것이었다. 길과 길이 아닌 곳이 구분이 안 가는 판에 간혹 서울에서 뻔듯하게 출세해서 차몰고 '저 개똥이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며 돌아오는 이들이나 외지에서 돌아오는 이들은 이 동네 마을길에만 들어설라치면 누구하나 어떤 차 가릴 거 없이 여지없이 펑크가 나고 말았다. 그만큼 이곳은 마치 일부러 그러기라도 한 듯 외부와 철저히 단절되어 있었다. 백날 잘 터지던 핸드폰도 마치 다른 세계와 같은 이 마을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외부인'의 전화기를 불통으로 만들었고, 컴퓨터는 기대하기도 힘들었으며 마을내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이많은 노인들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하필 이런 곳으로 들어온 것을 한편으론 후회라도 하는 듯, 그런데도 토양 좋은 곳에 와서 원예일을 시작해 기분이 좋은 듯 내색하나 하지 않았다. 고리고는 요 근래 비 포장된 길보다는 요 근래 체력이 많이 빠진것 같다며 체력을 키운답시고 곧장 '말도 안 되는' 산길을 따라 나섰다.

  그녀가 오늘 한 일은 이러했다. 덜 틔웠다가 몇일전쯤 피기 시작한 꽃들을 골랐고 일단 종류별로 잘 분류를 해놓았다. 그리곤 모종삽으로 뿌리가 다치지 않게 퍼내고선 고무화분에 옮겨 심었고 잘 정리를 해놓았다. 이젠 내일 꽃 팔러 나갈 장날에 읍내 시장 터 길목이나 후미진 자락을 늘상 아무렇게나 자리를 치고 꽃만 팔 일만 남았다.
  잠시 멍하니 있던 그녀는 계속 내리는 비엔 아랑곳하지 않고 빨지않아 그녀의 채취가 나는 양말을 꾸깃꾸깃 말았다. 그리고는 자꾸 흔들리는 미닫이문 아래 홈에 어거지로 쑤셔놓고는 대강 미닫이문 '수리'를 끝마치며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왜 일까? 그녀는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혹시라도 비닐하우스에 물이라도 들어차서 몽땅 홍수라도 난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라디오가 없는판에 일기예보가 무엇이랴, 아까 저녁 무렵 전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비닐하우스를 잘 점검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깨어보니 아까보다 꽤나 빗발이 거새진거 같았다. 그녀는 은근히 한번 다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미닫이문에 쳐박아놨던 양말을 걷어재끼고 문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봐야 함이 옳음이라. 문을 열자 따듯한 방안과는 다른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었다. 문을 여니 바람과 들이치는 빗물들이 그녀의 아리(我利)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직은 앳된 모습의 얼굴을 가볍게 때리며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시원하게 빗발이 무성히 떨어지는 소리가 거세게 들려왔다.
"쏴아아ㅡ"
  그녀는 낡은 우산을 챙기며 시멘트로 덕지덕지 미장한 디딤돌 위에 놓여있는 슬리퍼를 대충 신었다. 슬리퍼는 이미 튀는 빗물에 축축하게 젖어버린지 오래인 듯 상당히 차가웠다.
"비가 많이오네..."
  그녀는 들릴 듯 말듯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낡은 우산을 폈다. 우산을 펴자 희미하게 녹슨 내 비슷한게 와 닿아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그녀는 지난번 빠진 우산 손잡이 대신 달아놓은 헝겊자락을 오른손으로 쥐고선 디딤돌 아래로 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문을 자물쇠로 잠그고는 손전등을 꺼내들고 마당을 나섰다. 마당은 어두컴컴하여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았다.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그녀의 슬리퍼 신은 발은 비가 많이 와서인지 몇 번 걷지도 않자 금새 흙으로 질척해졌다. 마당에 있는 흙은 벌써 오래전이 진흙이 된 듯 하였다. 그녀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비는 끊임없이 내리며 빗소리 외에 다른소리를 철저히 탄압했다. 그리곤 곧 독재자의 고요속에 몰아넣어 버렸다. 마당밖으로 나서자 이내 그녀 앞에는 칠흙같은 어둠만이 잔뜩 깔려있었다. 그녀가 손전등을 비추자 보이지 않던 마당밖의 길이 선명하게나마 보였다. 그녀는 왼손에는 손전등을, 오른손에는 우산을 들고 세차게 떨어지는 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며 마당 아랫문으로 내려가는 언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