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과대망상증이 부른 헤프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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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사업가 유밀레, 정말 1300억 유치했나?

유밀레씨 나이 등 실체 불분명, 투자유치 확인도 않고 공중파에서 유치성공 과장광고
밀레21 대표 '투자단계' 밝혀 의혹증폭, 사실확인 하지않은 언론의 과대광고 논란일듯
브레이크뉴스 홍성관

서울대를 자퇴한 20대 여성 사업가, 최근 한 무료일간지에 <섹스 다이어리>라는 글을 연재하고,
방송국의 연예프로 리포터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인기를 몰고 있는 유밀레 씨에 대한 언론의
과장보도가 문제되고 있다.

유밀레 씨가 최근 출연한 KBS 2TV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지난 3월 1일 오전 9시 30분 방영)의
방송내용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우선 1300억원 유치가 사실이냐는 논란이다.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이 제 기능을 하던 시절에 상장기업이
외국으로부터 평균적으로 자금 조달받던 액수가 2 -300억원이다. 증시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는 100억원
의 투자유치도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비상장 기업인 ‘밀레21’이 구체적인 사업진행도 없이 1300억원을
유치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확인결과,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의 자막으로 내내 방송됐던 '1300억원 투자유치 성공'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밀레 21’의 대표인 유영진 씨는 “유치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투자단계에 있다”
고 밝혔다. 유 대표는 “유밀레 공화국의 뉴욕진출을 위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인이 셋업을 해놓고
있다”면서, “뉴욕에 가서 계약서에 싸인만 하면 되는데, 아직 못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투자전
문가는 "한국기업이 외자유치를 공표할 때, 일개 브로커들과 구두수준의 합의만을 한 채 언론에 흘리는
관행"을 지적했다. 해외자본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기업을 과장 홍보하여 국내
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악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밀레21 측은 사업기밀이란 이유로 확정되었다는 미국
의 투자회사명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정확한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방송사 측도 잘못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잘못된 벤처기업의
관행을 되풀이하는, ‘밀레21’측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것이 투자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외주제작을 담당한 씨네포럼 측에서는 " 밀레 본인이 작가와 연출팀에게 몇번에 걸쳐 확실하게 1300억 투
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했고, 대부분의 타 언론사들도 유밀레의 사업에 대해 확정적 보도를 하여
서브타이틀을 뽑게 되었다"는 제작경위서를 보내왔다.

투자유치와 관련한 유밀레 씨의 역할에 대해서도 불분명하다. 이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의 반응만 놓고 보
면 유밀레 씨 단독의 노력으로 1300억원을 유치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토크쇼 방송 포
맷자체가 유밀레씨 마음대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밀레21’의 유 대표는 “유밀레 양이 어학실력이 뛰어나고, 인터넷 정보수집 능력이 우수해 해
외 쪽 아이템 개발을 맡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거치는 것 아니냐며 말끝을 흐
렸다. 유밀레 씨가 ‘밀레21’에 단순한 얼굴마담이 아니냐는 데에는 “업무 조율과 컨텐츠 라인에서 실제적
인 일을 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또 다른 논란은 유밀레공화국에 대한 홍보가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홍 모씨
는 “프로그램을 보고 같은 일하는 여성으로서 감동 받아 당장 유밀레 공화국을 찾아가 봤더니, 옷은 창고
에 쌓아놓은 듯 전혀 디스플레이 감각도 없이 걸어 놓았고, 옷도 재고 상품같아 보여 실망했다”면서, “과
연 Steve Madden/Rampage라는 회사에서 독점권을 준 것이 맞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외국 유명브랜드 독점수입권의 가치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밀레씨는 자신의 사업수완으로 미국의
인기브랜드인 Steve Madden/Rampage의 아시아 지역 독점수입권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명 패
션지의 한 패션 담당 기자는 "Rampage는 그리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고 Steve Madden도 한국으로 말하
자면 보세품에 불과하다"며 "만약 누군가 그런 브랜드를 수입해 장사를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다 얻
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유밀레공화국 매장에서 일하는 종업원도 현재 "Rampage는 재고
만 남아 세일로 팔고 있고 더 이상 수입을 할 계획이 없다"라며 좋지 않은 판매상황을 전했다.

유밀레공화국이 위치한 곳은 유명브랜드 ‘다채’, ‘밸리시스’가 수익성 문제로 사업을 접을 정도로 여건이
좋지 못하다. ‘다채’ 등과는 다른 컨텐츠를 가진 사업이기는 하지만, 유밀레공화국 안의 사업장들은 코엑
스몰의 다른 사업장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하는 상태다. 코엑스몰을 자주 찾는다는 김 모양(18세)은
유밀레공화국이 다른 곳과 차별되는 바를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유밀레공화국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벤트홀은 거의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있어 수익을 내지 못
하고 있고, 네티앙과 기술제휴를 한 노래방은 형편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네티앙이 관련사업을 철수
한 상태다. 방송에서 보도된 유밀레공화국은 과장 투성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유밀레공화국에 대한 이런 과장보도가 KBS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MBC,
YTN 등 방송사뿐만 아니라, 여러 신문매체에서도 유밀레공화국이 코엑스몰에서 각광받는 문화컨텐츠라
고 치켜세워 왔다. 02년 9월 9일 일간스포츠는 <있을 것 다 있는 ‘문화공화국’>이라는 제목으로, 03년 3
월 6일 매일경제는 <공연, 댄스, 패션쇼,,,볼거리 가득>이라는 제목으로 , 조선일보도 04년 1월 8일 <타고
난 멀티 플레이어>라는 제목으로 각각 유밀레를 다뤘다. 이는 기사를 가장한 홍보전단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언론의 홍보 덕에 유밀레는 각종 포털 사이트 유명인 인기 검색어 1위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
었다.

유밀레 씨 자신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창에서 유밀레 씨를 검색해보면
79년생으로 나온다. 대부분의 매체에서도 유밀레 씨는 79년생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브레이크뉴스>가 서울대학교 학적과에 조사해본 결과 유밀레씨의 나이는 76년생으로 밝혀졌
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나이를 속이는 것은 어쩌면 관행으로 여겨져왔다. 다만 유밀레씨가 연예활동을 하
기는 하지만 언론에서 젊은 사업가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보면 그냥 쉽게 넘길 일은 아니다.
자신이 오직 능력으로만 인정받고자 한다면 굳이 나이를 속일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이는 항간에 떠도
는 소문대로 유밀레씨 스스로 사업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마치 연예인을 키우듯 관계자들이 철저히 관리
하며 기획을 해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는 유밀레씨의 실제보다 젊
은 나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홍보에 활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여유만만>에서 유밀레 씨는 본명이라고 밝혔으나, 본명은 남윤정이다. 유밀레는 뉴 밀레니엄에서 따
온 브랜드 네임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방송하다가 실수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브레이크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유밀레 씨는 서울대 국어교육학과 95학번이고, 2학년1학기까지
학교를 다니다 이후 휴학했다. 휴학을 몇 차례 거듭하다가, 99년 1학기에 미등록제적을 당했는데, 그 해 2
학기에 다시 복적 되었다가, 이후 2000년에 자퇴했다. 서울대 국어교육학과 조교실에 따르면 유밀레 씨
는 입학할 때부터 연예인을 지망했고, 유 씨의 선배들은 학교 졸업장에 얽매이지 않는 유 씨의 당찬 모습
을 좋아했다고 한다. 유 씨는 방송활동을 시작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좌우명으로 노래방에서 회
의와 인터뷰를 하고, 핑크색 옷으로 치장을 하고, 요가를 즐기는 신세대식 웰빙족의 대명사로 불려왔
다.

10년 전 언론과 자본이 만들어낸 신세대론은 상품으로서 소비되었을 뿐 아무런 현실적 가치도 만들어내
지 못했다. 현재의 유밀레 신드롬은 바로 과거의 신세대론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실체가 증명되지도 않
은 인물을 한시적인 상품성 때문에 언론과 자본에서 검증없이 띄우고 있는 것이다.

20대 여성으로서의 당당한 성(性)고백과 방송리포터 활동 등으로 단숨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유밀레.
그는 분명히 재능과 끼를 겸비했다. 그러나 그 능력이 지나치게 과대포장 혹은 왜곡되어, 덕분에 회사만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데 언론이 앞장서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러운 일임은 더욱 분명하다.
/경제부 기자

* 본 내용에 대해 유밀레 씨의 답변을 듣고자 했으나 본인이 인터뷰를 피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이대로 싣
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