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일본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대학 휴학생이구요, 곧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평소에 과거 일본의 만행과 사죄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며 감정적으로만 늘 흥분을 할 뿐, 이성적으로는 항상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 같네요.

공부의 부족함이 저를 그렇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일을 계기로, 많은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이 간절히 들었습니다.


2007년 8월 15일 오늘은 우리나라의 62주년 광복절입니다.
일본은 62주년 패전기념일이죠.
매년 이 날이면 일본은 총리대신(수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어쩌니 해서 말이 많습니다.
대체 야스쿠니신사라는 곳이 어떤 곳이길래 늘 말썽이 많은지,
일본의 패전기념일에 맞추어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올해는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했고,
내각 각료들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를 하러 가지 않겠다고 미리 발표를 했습니다.
아베수상도 참배를 하러 가지 않겠다고 발표를 했었구요.
작년에 고이즈미총리가 참배를 강행해서 험악했던 분위기에 비해 올해는 사뭇 다릅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왠지 모를 살벌한 분위기는 어쩔 수가 없더군요...


야스쿠니신사는 지하철 쿠단시타 A1 출구에서 걸어서 약 300m 정도 가면 있습니다.
동방신기가 콘서트를 했다던 부도칸 길 건너편이구요, 아주 거대한 규모입니다.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의 인파에 놀랐습니다.
대체 뭐가 있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시작부터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역에서 신사까지 가는 동안 많은 단체에서 나와서 유인물을 돌리고 서명운동을 하던데요,
1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던 종군위안부 사죄 거부 서명운동을 하던 이 사람은 어처구니 없게도 한글로 된 간판을 목에 걸고 서명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걸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더군요...
정말 철들고 나서 몇 번 안울어봤는데 이런 일은 또 처음이었습니다.
대체 이 사람들의 머릿속엔 무엇이 들어있는지 한 번 열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마에선 땀이 흐르고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본 일본인들이,
제가 이 분위기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척 하면서 연신 눈물을 닦으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야스쿠니신사의 입구 정문입니다.



이 꼬마 아가씨는 자기가 입고있는 옷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뭔지 알기나 할까요?
이 아이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일본인들이 참 얄미웠습니다.



참배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를 하러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온 사람들도 있던데, 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부르는걸까요?



"일본인은 히노마루(일장기)아래에 모여서 천황폐하를 중심으로 단결하라"



"일본 국민이여 눈을 떠라"



참배장소를 벗어나서 밖으로 나오는 길에 본 사람들입니다.
보아하니 자위대는 아닌 것 같은데, 저런 군복 같은 옷을 맞춰입고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많은 기자들의 주목을 받은 노인입니다.

인터뷰를 옆에서 엿들으니 자신은 태평양전쟁 참전용사랍니다.
당시의 군복은 너무 낡아서 입고 나오진 못하고, 대신 훈장을 목에 걸고 나왔댑니다.
수많은 기자들(외신 기자로 보이는 사람도 여럿 있더군요) 앞에서 당당히 포즈를 취하고

"대 일본제국 만세"를 외치는 모습에, 달려가서 주먹질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제 모습에 또 실망을 하면서 돌아섰죠...





이 사람들을 보면서, '그냥 군복 코스프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영화에 나온 옷을 따라 입는 것이면 좋겠다고 말이죠...
이들과 사진을 함께 찍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던 사람들 역시도
그저 특이한게 좋아서 기념 사진을 찍는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아픈 역사를 되돌리려는 그런 생각 따위는 이 사람들 머릿속에 추호도 없었으면 합니다.



이 사람들은 가족으로 보였습니다.

아빠는 군복, 엄마는 간호사 복장, 어린 애기에게도 군복...
저렇게 예쁜 아기에게 저런 옷을 입히는걸 보니 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저 아이는 왜 자기가 저런 옷을 입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할텐데 말이죠...



신사에 들어갈 때 봤던 그 여자아이입니다.

여전히 사람들의 사진 모델이 되고 있었습니다.


저 아저씨가 부는 군가에 맞춰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걸 보니 온몸에서 소름이 돋더군요.
나이든 사람들이나 이런 노래를 알고 따라 부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주위를 돌아보니 겨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녀석들도 굳은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더군요.

어디서 그런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놀랐습니다.

일본 젊은이들은 다른 역사관을 가지고 있을거라는 저의 희망이 한 순간에 무너졌죠.
'내 일본인 친구들도 저런걸 다 알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마구 들었습니다.



스피커를 켜놓고 아베총리와 코이즈미 전 총리를 규탄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베총리가 올해 신사참배를 하지 않았기에 우익들이 규탄을 하는건 당연할거라 생각했지만 코이즈미 전 총리도 규탄을 하기에 의아했습니다.

가만히 서서 들어보니, 코이즈미 총리는 작년 참배 때 정식 절차를 거치치 않았다는군요. 뭐 박수를 두 번 치고 향을 어떻게 피우고 고개는 몇도로 숙이고 하는 규칙이 있나본데,
그걸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코이즈미 총리를 규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베총리의 참배 결정을 속히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참고로 코이즈미 전 총리는 오늘 아침에 일찍 참배를 하고 갔었습니다...



"우리나라에 A급 전범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베수상은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라"

"시나(중국의 일본식 옛 표현), 한국이여! 야스쿠니신사에 대해 논하지말라"

"주권 회복을 목표로 하는(원하는) 모임"



"중국, 한국의 역사위조를 용서하지 않는다! 사상 최대의 거짓말! 위안부 강제 연행"

"'고노담화'의 백지화를 원하는 시민들의 모임"


여기까지 보고나서 그냥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날씨도 덥고 마음은 불같이 타오르는데 속을 달랠 길은 없고...
일단 집으로 와야겠다 싶어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서 아고라에 글과 사진을 올리구요.



처음 야스쿠니신사에 가 보겠다고 결심하고선, 친구들에게는 농담삼아 그랬습니다.
혹시 일본에서 도시락폭탄이 터졌단 소식이 들리면 내가 한 줄 알라고 말이죠.
다시 생각해보면 참 저도 철이 없군요;;
윤봉길 의사는 목숨을 내놓고 한 행동인데 그걸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으니 말이죠.
지금이라도 깊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제 게시물을 통해,
일본은 아직도 역사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합니다.

특히 청소년 분들이 잘 깨닫고, 올바른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할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아침에 한국 뉴스를 보니,
철없는 어린 친구들이 광복절 기념 폭주를 한다는 등의 기사가 떴더군요.
아무리 철이 없어도 공휴일이 뭐하는 날인지 정도는 한번쯤은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또 그들의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봅니다
저들의 노래..영화...드라마.. 기타등등... 우리가 꼭 그것들을 찿아서 보구 즐겨야할까여?
일부러 배척하진 않는다 해도 일부러 그것들을 찿아다니진 않을 것입니다  

저도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