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Library 9편 신검전설 - 사토 도시유키 외 지음 -  들녘출판사

성배와 함께 등장하는 기독교의 성스런 유물 - 성스러운 창 -

소유자 : 어부왕
시대 : 중세유럽
지역 : 영국
출전 : 아더 왕 전설
무기의 종류 : 창
(성배 전설에서 예수의 성스러운 잔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다는 로마 병사의 창이다. 그 창은 켈트 신화나 게르만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창에 대한 이미지와 결합하여 가공할 파괴력을 성스러운 치유 능력을 가진 무기가 되었다.)

-수수께끼에 싸인 무기
아더 왕 이야기에 묘사되는 예수의 성스러운 창은 그 기원이 다양하며 많은 의미를 감춘 수수께끼투성이의 무기다.
이 창에 관한 이야기는 12세기 프랑스의 시인 크레티앵 드 트루아(Cretien de Troyes)가 쓴 『성배 이야기Le Conte du Graal』가 그 줄기를 대체로 결정했고, 그뒤 독일인 볼프람 폰 에셴바흐(Wolfram von Eschenbach)가 쓴 『파르치발Parzival』, 나아가 15세기 영국의 토머스 맬러리가 정리한 『아더 왕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기원은 켈트의 민화라는 설도 있고 성서라는 설도 있으나 이들 모두 명확한 기원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롱기누스의 창
성스러운 창은 '롱기누스의 창'이라 불리기도 한다. 롱기누스라는 말은 성서에 기록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로마 병사의 이름이라고도 하고, 또 '창'을 의미하는 그리으어 '롱케'에서 온 말이라는 설도 있다.
성배 전설에서 성배 다음으로 중요한 이 창은 과연 어떤 무기일까?

-재앙의 일격
성배와 성창을 묘사한 아더 왕 전설은 크레티앵의 『성배 이야기』를 비롯하여 그 수가 매우 많다. 본래 크레티앵의 작품 자체가 미완이고, 이야기의 결말은 후세의 작가들이 각자 나름대로 상상하여 만들었으므로 이들 전설에는 공통된 줄거리를 찾기 힘들다. 다양한 전승을 집대성한 것으로 보이는 맬러리의 작품은 성스러운 창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아더가 왕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그의 수하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가 알려진 베이린 경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더 왕의 궁정에서 한 여성을 죽인 죄로 추방을 당하고 만다. 방랑하던 베이린 경은 어부왕이라 불리는 왕이 살고 있는 성을 찾아간다.
이 평화로운 성을 방문하는 손님은 누구나 무기를 맡겨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베이린 경은 손님 중에 비열하고 사악하다고 알려진 가론 경이라는 기사가 있는 것을 알고 만일에 대비해서 품속에 단도를 감추고 들어갔다.
한창 연회가 열리고 있을 때 그는 가론 경의 행실에 화가 나 품속에 숨겨둔 단도로 그를 죽이고 만다. 이에 성주는 금지된 무기를 감추고 들어온 베이린경을 크게 꾸짖고 죽음으로 책임을 지라면서 공격해온다. 베이린 경은 성주의 공격을 단도로 막았지만 이내 단도가 부러지고 말았다. 맨손이 된 그는 성안을 도망 다니며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았다.
그때 베이린 경이 발견한 무기는 성배와 함께 이 성에 보관되어 있던 성스러운 창이었다. 베이린 경은 이 창으로 어부왕을 찔러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그리고 이 소동으로 성은 와르르 무너지고 주위 일대는 초목이 나지 않는 황무지로 변했다. 심하게 다친 어부왕은 나중에 갤러해드 경이 성배를 발견하여 치유해줄 때까지 크나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생김새
이야기에는 성스러운 창이라는 것말고는 그 생김새나 재질을 알려주는 내용이 거의 없다. 로마 병사가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다고 하므로 로마 시대의 보병이 쓰던 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정도다.
다만 그 창끝에는 늘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성서에 기록된 것은 아니며, 12세기 프랑스에서 씌어진 『성배 이야기』이전의 기독교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핏방울이 떨어지는 창' 이란 켈트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창을 답습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이 창의 기원이라 생각되는 두 가지 전승을 소개하기로 한다.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창
이 창의 기독교적 기원은 신약성서의 『요한의 복음서』이다.
『요한의 복음서』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옆구리를 로마 병사가 창으로 찔렀고, 이때 예수의 배에서 물과 피가 흘러나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내용은 예수 처형을 묘사한 네 복음서 가운데 『요한의 복음서』에만 기록되어 있다.
그후의 민간 전승에 따르면, 이 창으로 예수를 찌른 롱기누스라는 이름의 로마 병사는 눈이 멀어 예수를 증오하게 된다. 하지만 창을 타고 떨어지는 예수의 피로 얼굴을 씻으니 눈이 회복되어, 그 뒤로는 열렬한 신자가 되었다고 한다. 예수와 관련된 성창 이야기에서는 창끝에서 늘 피가 떨어진다는 묘사는 없으며, 치유 능력을 가진 예수의 기적을 상징하는 것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맬러리의 이야기에서도 갤러해드 경이 어부왕의 상처에 창을 대니 즉시 치유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 전설이 아더 왕 이야기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네 복음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아리마태아의 요셉이라는 인물에게 있다.
그는 남몰래 예수의 가르침을 믿고 있단 '비밀 신도'였는데, 예수가 죽은 뒤 로마 병사에게 성자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하여 장사를 지내주었다. 나중의 성배 전설에서는 이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성배와 성창을 가지고 영국으로 건너와 글래스턴베리에 수도원을 세웠다고 한다.
글래스턴베리에 실제로 존재하는 수도원에서도 중세에는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창건자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수도원이 제 입으로 성배나 성창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전설은 다양하게 전해진다. 성스러운 창이 11세기의 제 1차 십자군 때 이 수도원에서 발견되어 기사와 함께 종군했다는 이야기를 비롯하여, 많은 작품들이 성배 혹은 성창과 글래스턴베리를 연관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켈트 신화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창
또 하나의 기원은 켈트 신화의 루라는 신이 가진 창으로서, 이는 파괴와 폭력을 상징한다('브류나크'편 참조). 루의 창은 주위의 모든 것을 파괴하여 폐허로 만들어버린다. 아더 왕 전설에 나오는 검에 대한 묘사도 이와 유사하다.
성스러운 창의 '재앙의 일격'도 지배자 왕과, 왕이 다스리는 지방의 결합을 묘사한 켈트 민간 신앙에 그 뿌리가 닿는다. 왕이 부상을 당하면 그 지방도 파괴되고, 왕이 치유되면 그 지방도 풍족해진다. 왕은 민족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한편 창에 의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는 남성의 성적 불능을 의미하며, 성배는 그 풍요의 힘으로 이를 치유해준다는 주술적인 측면도 있다.
본래 성배 전설 자체는 영웅들이 '요정의 나라에 있다는, 끊임없이 음식을 만들어주는 큰 솥'을 찾아 여행에 나선다는 켈트의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같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창이 켈트 무기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성배와 마찬가지로 이 창도 켈트와 기독교의 전승이 결합되어 생겨났다. 예수가 가지는 치유의 기적과 켈트 신화의 파괴적인 무기. 성스러운 창은 이 두 가지 힘을 다 가지고 있지만, 전설에서 성배가 치유 능력을 가지게 되자 창은 상대적으로 파괴의 이미지가 더 부각되었던 것이다.

-전설의 변천
두 전설을 누가 아울러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성배 이야기』다. 성배의 두 기원은 이 작품에서 융합되었고 '성스러운 창'의 이미지도 여기서 확립되었던 것이다.
『성배 이야기』의 주인공은 퍼시벌 경이며, 맬러리의 작품에서 성배를 찾아내는 갤러해드 경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순진무구한 퍼시벌은 처음에는 그 무지 때문에 성배를 찾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뒤 그는 순수함 덕분에 신의 기적을 목격하고 부상당한 어부왕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고전적인 성배 이야기의 줄거리다.
이 이야기는 또한 '성배를 접할 수 없는 세속적인 인물'로서 갤러해드 경이 등장한다. 여기에서 기독교 교회의 침투가 어떻게 인물상을 변화시켰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전설은 이렇게 기원이 불분명하고 줄거리가 다양하므로 당연히 여러가지 해석을 낳았다.
'재왕의 일격'에 의한 파괴는 베이린의 검('바위에 박힌 검'편 참조)과 관련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성스러운 창은 남성의 상징이며 풍요를 뜻하는 여성의 상징인 성배와 짝을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성스러운 창은 여전히 해명되지 않은 수수께끼를 간직한 신비한 무기인 것이다.



브류나크와 바위에 박힌 검(엑스칼리버 아님!! 켈트신화의 등장하는 원탁의 기사중 한명이 획득하게 되는 검)에 대한 것은 후에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