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자입니다.

옛말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꽤나 맞는말이라고 믿으면서 살아왔는데 오늘은 그말이 틀려버렸더군요.

얘기는 작년 6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2차전직'을 테스트하기위에 각서버의 고레벨 직업마다 '클로징 베타 테스터'를 뽑았었죠.

그때 저는 아이리스 서버에서 투핸검사를 키웠는데 렙70정도 밖에 못되서 뽑히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듣기에는 아이섭의 검사 커트라인 레벨이 약75였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뽑혔지만 클로징 베타 테스트는 안한다는 아는 동생의 계정을 이용해서 클로징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본섭과 마찬가지로 검사를 키웠고 투핸은 본섭에서 질려있었던터라 한손검사를 키웠습니다.
근데 문득 기사가 되니 한손검사는 창기사밖에 할만한게 없어서 창기사로 시작 했습니다.

창기사로 키우니 뭔가 신기하고 캐릭의 강함을 떠나서 '검'이 아닌 '창'이라는 무기를 처음 접해봤기에 투핸검사때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더군요.

새로생긴 맵들도 돌아다녀보고 페코를 타고 이곳저것 돌아다니다가 "폐광던전"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파리의 이용법도 몰라서 폐광 2층도 그냥 길 외우면서 돌아다녔었죠.

3층에서 이블드루이드를 처음 봤을때도 생각납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도망나오길래 뭔가 싶었나 가봤더니 이블이 쫓겨서 나오더군요.
어떤 유저분이 1대맞고 800가까이 달면서 죽길래 저도 무서워서 덩달아서 도망갔었습니다.

그래도 이블을 피해서 폐광3층에서 혼자 열심히 렙업을 하였죠.

그때까지도 저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게임을 즐기는 '파티플'보다는
혼자서 하는 콘솔 게임기를 많이 접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솔로플'을 더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폐광던전에 보조 프리스트님들과 같이 사냥을 하는 투핸기사들이 많이 오더군요.
가끔 혼자 오는 프리님도 계셨지만 제가 창기사라 왠지 민폐가 될까봐 선뜻 파티플을 하자고 말을 건네지 못했습니다.

그러던중에 혼자 오셔서 솔로플 하다가 미스트를 피해서 도망다니시는 女프리님을 몇번 보게되었습니다.
왠지 그모습이 안타깝게 보여서 제 창기사라도 괜찮다면 파티플을 하자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예상외로 제 부탁을 승락해주시더군요.

그래서 폐광3층에서 파티플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약15분정도는 행복한 파티플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잠시후에 파티플을 하시던 프리님이 튕기시더군요.
곧 돌아오시겠지 라는 마음으로 주변의 몹들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저의 행복한 파티플을 시기했던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시후에 떠오른 노란글씨.

"안녕하세요, 운영자입니다."
"패치관련 문제로 잠시후에 서버점검이 있을 예정이니 안전한 데이타 저장을 위해서 지금 종료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저는 왠지 모르게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

"다시 만날수있는거겠죠...? 유ㅅ유"

라는 말을 아무도 없는 허공에 쳤지만 잠시후 섭다로 인해 끊겨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 女프리님을 클로징 서버에서 뵙지 못했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서 작년 7월말정도에 본서버에도 사크라이 테스트 서버의 '2차전직'등이 적용되었습니다.
(제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는데 작년 7월말~8월초로 기억합니다.)

테섭에서 본섭인 아이섭으로 돌아온후에도 검사캐릭을 여전히 창기사로 전직시켜서 키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게임을 즐겼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페욘던전앞에서 스쳐지나가는 한분의 女프리님을 봤었습니다.
근데 캐릭터의 모양이나 이름등이 왠지 모르게 테섭에서 왠지 아쉽게 헤어진 女프리님과 너무도 닮았던 겁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분께 말을 건네봤더니 그분이 맞더군요.
왠지 모르게 기뻤습니다.

그리고 계속 그분과 파티플을 하면서 즐거운 라그생활를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유료화가 다가왔지만 저는 그 女프리님도 유료화후에도 할거라도 예상하고 2개월 정액을 끊었는데
그분은 잘은 모르겠지만 사정이 있으신듯이 안한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할수없이 "생각나면 나중에라도 돌아와주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그 女프리님은 떠나셨습니다.

그후로 부터 약보름정도가 흐른후, 다시 그 女프리님과 만날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즐거운 라그생활은 다시 시작 되었습니다.

저의 바보 창기사도 그분덕에 레벨80정도까지 오를수 있었으니까요.
언제까지고 그런 행복한 라그를 즐길수 있을꺼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그때는 말이죠...

하지만 그 女프리님과 친해지고 나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분은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가끔식 병을 잊기 위해서 라그를 접했던 것이고 그 女프리님의 셋째 오라버님이 많이 도와주셨지요.

그러던중 10월정도에 그 女프리님은 병때문에 해외로 수술을 하러 떠나셨습니다.
그 당시에 저와는 딱한번 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원래는 내년이나 귀국해야하는데 '향수병'때문에 12월 정도에 귀국하셨죠.

병은 많이 나아지신듯해서 라그도 가끔하시고 오락실에서 KOF 2002도 열심히 하셨죠.
그렇게 잘 지내시고 계시는듯 했습니다.

그리고 1월초에 MSN으로 가끔 인사를 드렸는데 며칠전부터 MSN에 안보이시더군요.
제 생각에는 '뭔가 다른 사정이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냥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조금전에 MSN으로 그 女프리님의 막내 오라버님께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랫만에 만나서 이런 얘기를 전하기도 조금 뭣하지만, 내 동생. 10일전에 눈감았어요."

.....

거짓말인줄 알았습니다.
아니, 소식을 전해주신 그 막내 오라버님이 "감자님, 그거 뻥이유"라고 잠시후에 말해주실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않은 저의 생각이었을뿐.

"안녕하세요, 왕바보 감자님.^^"
"바보 감자님, 같이 라그해요."

라는 듯한 그 女프리님의 말을 다시는 듣지 못하게 될줄은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그 女프리님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만날 기회가 딱 한번있었는데도 제가 만나러갈 용기가 없어서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스스로 "사람은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동물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살아왔는데,
이런 후회를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될줄은 상상도 못해봤군요.

소식을 접하고 잠시후에 혼자 방안에서 미친듯이 울었습니다.
바닥에 주먹질을 하거나 머리를 받아버리는등 하면서 "왜! 왜!! 왜!!! 벌써 간거예요!!!!" 라면서 말이죠.

굉장히 후회가 됩니다.
오프라인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을때 만나봤다면 좋았을텐데,
조금이라도 먼저 그 女프리님의 상태를 눈치챘다면 좋았을텐데... 라고말이죠.

뉴스에서 나오는 전혀 모르는 타인의 사망소식에는 덤덤했던 스스로가 좋아했던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군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기다렸는데...
"안녕하세요, 바보 감자님.^^"이라는 말을 해주길 기다렸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기다림의 결과가 너무도 충격적이네요.

지금은 뭔가 진정된 상태지만 조금전까지만 해도 제가 기억하기에는 제일 많이 울어본것 같군요.

가끔 고아원등에 찾아가서 아이들과 놀아주는등의 착한일만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세상에는 善人이 너무도 일찍 하늘나라로 가버리는것 같습니다.

차라리 저같은 쓸모없는 녀석이나 데리고 갈것이지...
아아... 하늘도 무심하네요...

과거로 돌아갈수 있다면 이러한 미래를 바꿔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수 없는것이 현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살아가야겠죠.

아마도 저는 그때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에 대한 속죄를 평생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 女프리님의 행동처럼 똑같이는 못하겠지만 제가 할수있는 방법으로 하고 싶네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같이 라그를 했던 스크린샷, 채팅등은 아직도 남아있는데...
지금이라도 당장 MSN으로 오실것 같은데...
단지, 그러한 저의 바램에 지나지 않는거겠죠.

다만 이러한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 할수가 없어서 이곳에 그냥 적습니다.
학규님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__)


라그는 이제, 제 인생에서 잊을수없는 추억을 주게된 게임이 되버렸네요.
그 女프리님과의 추억이 가득담긴 게임으로 말이죠.

작은천사 하나가 하늘나라로 되돌아 가버렸군요.
남겨진 사람은 하늘나라로 가버린 사람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야겠죠...?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린 사람을 언제까지고 기억하면서 말이죠...

다만, 오늘 만큼은 무심하게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그대를 그리워하면서 울고 싶습니다.유ㅅ유


라그를하면서 늘 느끼는거지만 온라인이나 현실이나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사람들은 이렇게 이기주의인지...
자기자신이 존재할려면 남이 있어야 자기자신이 존재한다는걸....정녕 모른단 말인가...
하다못해 감자님처럼...
적어도 남에게 폐를 끼치는 플레이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그 女프리님의 2002/08/15 일기中



뱀다리
:그분의 캐릭명을 말하기가 좀 그래서 그냥 "그 女프리님"으로 통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