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과일이라면 종류를 막론하고 대부분 싫어하는 본인으로써는
근래 피부가 더더더더더욱 더 나빠져 거울보기가 민망해 지던 차, 주변에서 "섬유질을 먹어야 해" "과일을 먹는게..."
하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게 되다보니 '과일만 먹으면 인생이 꽃피는' 거라고 스스로 세뇌되게 되어
이젠 과일을 꾸준히 먹어볼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뭐 어디 할인마트에서 과일용 소형 믹서기 한개 구입, 또 집밖에서 떠드는 과일트럭 아저씨와의 협상끝에
사과를 떨이로 큰봉투에 50개를 담아와 이른바 준비 끝
그것이 어언 작년 11월.
한 스무개쯤 억지로 먹고난 시점에 뭐하다 그랬더라 믹서기가 고장나서 뜸해지더니
"내 집 베란다에 사과가 있었다"라는 사실조차 잊고있었는데 한동안 엄한 폭설과 강추위를 겪으면서
제가 모르는동안 사과들은 얼었다 녹았다 얼었다 녹았다-_-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됨
물론 이중창 뒤의 베란다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는 평소에 관심이 없어서 전혀 못느꼈는데
오늘 뭐 하다가 아니 이 비닐은 뭐지? 하고 겉에서 턱 하고 만져본 순간
그 물컹한 느낌과 동시에 작년 11월에 대량구매한 사과가 떠오른 것은 음
진짜 안열어보고 그대로 가져다 내다 버리려고 했는데 인간의 호기심이란 하지말라 하면 더욱
하고 싶어지는 것이 그 본질인지라 살짝만 보았구요
봉지 입구만 살짝 벌려 안을 보았을 때, 그 말로 형용할 수 없었던 그 외계의 느낌이란..
이토준지 선생의 '공포의 물고기'같은 만화도 생각나고
뭐 좀 그랬습니다. 현재 물 마시기도 싫은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