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이라는 새로운 문화 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분들이 게임업계에 들어오고 계시죠.
우리나라에서 게임에 대한 접근성과 그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던 때를 저는 90년대 중반 이후라
보는데-게임방이 98년도부터 폭발적으로 생겨났고, 게임잡지들도 90년대 중반에 출현한 것으로 보면,
당시 중고등학생들이 이제 스물 중,후반...산업 역군이 된 때가 지금이라 게임업계에 그 연령대의 인력
유입이 급격하게 늘었을 것 같고, 향후 그 인력 공급이 줄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 물론, '노예 계약', '야간도주' 등등이 판을치니, 아직 산업이 '성숙화'단계는 접어들지 않은 것 같고,
또 꿈꿔오던 세계와 현실의 괴리에 못이겨 되돌아 나오는 '이탈 인력'의 규모도 상당할 것 같으니...
더하고 빼기가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되어 산업 인력규모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지 않을까..생각합니다.

자...그런데 그 많은 분들이 게임 업계에 종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학원에 등록하시든 독학하시든,
각종 책을 공부하고, 그리고, 작곡하고, 코딩하고...하는 연습 작업들을 하실텐데...
그 성과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게임 회사 취업할 때 쓰실 포트폴리오로 쓰실려고
하드디스크에 고이 모셔놓으시나요? 혼자 개발한 것도 아닌데 맘대로 처분하기 좀 그러신가요?

그 많은 분들이 개발자의 꿈을 품고 만든 작품들이, 미래의 거장이 될 분들의 초기 작품들이
일반 유저들에게 평가받지 못하고, 그냥 회사 취업용 포트폴리오나 학원 평가용으로 제출되고 만다면,
이건 여러 모로 게임 산업계에 좋지 못하다고 봅니다.

제 생각엔, '현실의 쓴맛'을 알기 전에 마음껏 풀어놓는 아이디어들이 가장 절실하고, 귀중하다고 봅니다.
이 조악하고, 완성도가 떨어진다고들 생각하기 쉬운 게임에는 어쩌면 학규님같은 게임계의 '거물'들이
가장 바랄지도 모를 참신하고도, 확 깨는 '아이디어'들이 담겨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에 이런 과제용 게임들, 풋내기 개발자들이 밤을 새워 만든 게임들을 일반 유저들에게
공개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포탈사이트, 혹은 단순 포럼같은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이렇게 하면 좋은 점이 몇가지 있는데,

1) 인력 중개소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게임 제작 학생(혹은 제작자)라도,
솔직히 인맥을 통하거나, 면접에서 어필을 해야 취업이 가능한 것으로 아는데, 이 사이트를 통하면
어느 분야에 어떤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다...라는 사실을 업계에서 손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 팀을 섭외할 수도 있겠고, 해당 사이트에서 기획,시나리오,음악,그래픽등 담당자를 세분화하여
이름과 소속을 제공한다면 개별 접촉도 가능하겠지요.

2) 일반 유저들의 생생한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전술했지만, 이 사이트는 개발자 집단
내부만의 사이트가 아니라, 일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트입니다. 따라서 유치원생, 초등학생을
포함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전연령, 전계층의 유저들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을 공개, 제공하고
(무료로!) 그에 대한 가감없는 비평을 받을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뭐 이딴것도 게임이랍시고 만들었냐. 공부가 부족하다. 등등...의 참담한 평가가 나올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공부하는 입장이나, 기업 입장에서나 '요새 유저는 이런 걸 좋아한다'는 걸 파악할 수 있을겁니다.

(일부 기능만 담은 '데모' 게임을 제공할 수도 있고, 추가 콘텐츠는 유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해도 될듯...)

3) 아이디어 베끼기, 거대 기업의 아이디어 도용 및 착취가 불가능해집니다. 공개리에 검증을 받은
기초적 게임이기 때문에, 모(某) 기업이 수익성을 파악하고, 마음대로 게임화 한다면, 이에 대해서
사이트 차원의 법적 대응이나(저작권) 업계에서 도의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 회사, 요번에 나온거 그 팀 게임 베낀거 아냐. 그러고 입 싹 씻었대. 죽일놈들...하고 퍼지는 입소문!)
물론 사이트 제작과 운영차원에서 법적 고려를 충분히 해야할 겁니다.

나아가 게임 개발 공부를 하는 분들이 '이미 그거 나온 아이디어다'라는 걸 빨리 알아채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할 겁니다. '베끼는 건' 아마 평가점수 F를 감수해야하지 않을까...

4) 아이디어 풀의 역할을 합니다. 요새 느끼는 건데, 훌륭한 아이디어를 하나 갖고서
'내가 개발해야지...'하고 꾹 담아놓고 있으면,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게임이 하나 나오거나,
완성도 최악인 졸작이 하나 나오거나, 나아가 그 아이디어에 사로잡힌 나머지 더 훌륭한 생각을 못하여,
자기 자신을 구속하는 결과밖에는 낳질 못합니다.

다시말해...
아무리 아이디어에 확신을 가지고 있어도, '천재'가 아닌 이상 같이 개발을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생기도록 설득을 해야 하는데, '내거야!'라고 생각하고 꽁꽁 숨겨놓느라
제 발목 묶기에 골몰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거죠.

이 사이트에는 그런 마음을 털어버릴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더 정교하게 발전시켜줄 사람, 혹은 기업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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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생각을 한 계기는 세 가지 입니다.

1) 프랑스의 웨이터(갸르송)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레스토랑을 하나 운영하는데, 이 곳의 음식가격은
그 질에 비해서 좀 싼 편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학교 학생들이 직접 실습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온갖 실수들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웨이터들을 양성하기 위해 손님께서 좀 참아주십사...하고
봉사료를 덜 받는 걸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 게임업계에 적용하면 어떻습니까?

2) 예전에 직접 개발하신 '일도양단'이라는 플래시게임을 동영상으로 올리신 분이 계신데....
왜 그 분은 여기에 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링크를 올려놓지 않으셨을까요?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 분도(그 분의 팀도) 남들이 자기거 베낄까봐 두려워하신걸까...아니면 학원이 공개를 막는걸까?

3) 학규님이나 택진님이나...물론 계속해서 꿈꾸는 분들이시긴 한데...이젠 사람을 키우는 걸 생각해
보실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서요. 학원을 운영하라는 것도 아니고, 멍석을 깔아놓아주기만 해도
다들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것 같은데..., 그리고 산업계 전체에 공부가 될텐데...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려면 업계의 선도자거나, 네임밸류가 높거나, 돈을 많이 벌었거나...
그런 분들이 해 주셔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나라가 나서면 될 것도 안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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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런 글은 <기획 아이디어> 게시판이 아니라 <토론 게시판>으로 가야 하나...
그 쪽은 메인 화면에 글이 오래 떠 있질 않아서 노출효과가 적은 관계로 이 쪽에 글을 계속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