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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여러 분들도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저도 제 의견을 한번 적어 보려고 합니다. 앞에 썼던 글의 연장일수 있고 아닐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앞에 이야기는 여친이랑 같이있을때 열심히 적다 보니 별로 두서가 없네요. 이 글도 지하철에 흔들흔들 하면서 적은 겁니다.

그리고 역시나 이글도 제가 쓰는 글의 시리즈로 갑니다.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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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획자가 게임 프로그래머와 다른 이유는 거창한게 아닙니다. 둘사이의 시야의 차이가 결정적인 부분이지요. 게임 기획자는 숲을 봅니다. 게임 프로그래머는 숲을 보지만, 주로 나무를 보지요. 좋은 집을 지으려면, 좋은 나무가 있는 곳을 파악하고, 이후에 산을 벌거숭이로 만들지 않을 범위내에서 나무를 가져와야 합니다. 어떤면에선 프로그래머는 그 나무를 직접 선택하고, 잘라내는 것에 가까울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이 예가 똑같은건 아닙니다.

게임 기획자의 역할은 다른 IT분야의 용어를 쓰자면 여러 다양한 롤로 나타낼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시스템 엔지니어(서버만지는 시스템 엔지니어가 아닙니다.), 프로젝트 매니저, 시스템 아키텍터, DBA, 시스템 어드민... 물론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은 게임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만, 의외로 게임을 만드는 일들과 상당부분 같습니다. 단지 분야가 다를 뿐이지요.

이 글은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게임 기획자 무용론에 전격적으로 반대 하는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한번쯤 저 의견도 들어볼만하지 않을까 해서 의견을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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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프로그래머와 다르게 게임 기획자는, 여러 가지의 니즈를 분석해야 합니다. 게임 프로그래머가, 게임 기획자의 요구 사항이나 시스템 컨셉 플로우를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 고민하고, 실제로 코드로 옮기는 작업을할때, 게임 기획자는 좀더 넓은 스코프를 통해서 게임의 구성요소를 파악해야 합니다. 게임내에서 각각의 요소를 이루는 컴포넌트들간의 연관관계를 파악해야 하며, 그 컴포넌트들이 어떠한 위상을 가지게 될지, 또 기존의 시스템과 어떤 연관관계를 지니고, 코스트가 얼마나 될지, 그리고 비중으로 매출과 연계될지, 장차 밸런스나 게임 시놉시스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지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해야 재미있는 게임이 될수 있겠지요..

이런 일련의 작업을 게임 프로그래머에게 해보라고 한다면, 그건 미친짓에 가까울겁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 작업들 조차 게임 기획자 혼자서 해야 하는것은 아닙니다. 위의 작업은 게임개발과 같은 산업이 아닌, 고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업무롤로 나뉘어 집니다. 예를들면, 시스템 엔지니어가, 프로젝트를 총괄하고(프로듀싱) 파이낸스는 파이낸스 매니저에게, 일정과 전체 비용은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각각의 연계관계는 아키텍터에게, DB설계및 튜닝은 DBA에게, 컴포넌트 발주는 벤더들에게.. 뭐 여튼 적지 않지요. 그렇다면 그런 업무들을 왜 혼자서 슈퍼맨인것처럼 프로그래머가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걸까요? (물론 시스템쪽에서도 슈퍼맨이 있습니다. 시스템 엔지니어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그사람은 절대 프로그래머나, 개발자의 범주가 아닙니다. 이미 관리자나 분석가에 가깝지요.)

이런 측면에서 볼때 도리어 게임 기획자의 업무는 여러명의 전문 기획자로 분리되어야 함을 알수 있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MMORPG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기획자 따위는 필요없더라 라는것 자체가 개그이며, 안습인 이야기라는 겁니다.

까놓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인터뷰 했던 모 프로그래머가 원하는 레벨의 "기획서"는 사실 그들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간소하거나 약한 정도의 요구 명세서 일수 있기 때문이고, 만들어 지는 게임자체도 어떤 면에선 클론에 가까운 게임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프로답지 못합니다.

뭐 사실 이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에 저 기준을 제대로 만족시키는 기획자는 그다지 없을듯 하네요. 물론 저도 그런 기획자 중에 한명이었고, 다른 섹터에서 얻게된 경험과, 그 안에서 배운것들이 같이 합쳐져서 나오게 되는 결론이니 그렇게 비난할 건덕지도 안될거라 생각 합니다.

사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이루어 지고 있는 게임 기획에 대한 교육이나 이런 부분이 얼마나 잘모되었는지, 얼마나 주먹구구와 같은 방식에서 이루어 졌는지, 이야기 할수 있을 겁니다. 사실, 제가 게임쪽을 나와서, 상당히 프로세스화 되어있고 체계화된 부분에서 배웠던 다수는 게임 개발에 상당히 유용한 방법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게임 개발은 그것과 다르고, 귀찮기 때문에 쓰지 않는것일수도 있지요. 하지만 지금 감히 말하건데, 상당수 부분은 게임개발에서도 일부 도입하고 있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기획자가 놓쳐선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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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획자 분들께 이야기 드립니다.

게임 기획을 하시는 여러분께 이야기 드립니다. 당신들의 역할은 충분히 작지 않습니다. 당신들의 역할은 게임의 승패를 가를수 있는 그런 아주 중요한 요소중 하나 입니다. 결정적으로 재미 라는 팩터에 당신들이 한쪽발이 아닌 두쪽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게임 기획은 시간을 대충때우다가 기획서 몇장에 끄적끄적하는것은 아닙니다. 대충 엑셀쉬트로 깨작거린 문서도 아닙니다. 그것보다, 더 진지한 논의와 고민이 담겨 있어야 하며, 로직을 세울수 있는 철학적 깊이도 가져야 합니다.

게임 프로그래머가 원하는 기획서는 어떤면에서 기존 게임일수 있습니다. 오브젝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액션을 가지는지, 어떤 속성을 가질지 이미 모든 자료가 기존 게임에 너무 잘나타나 있습니다. 이는 어떤면에서 완벽한 프로토 타입이며, 기획서 임을 감안하십시오. 어떤 오브젝트가 어떻게 작동할지 알고 싶다면, 단지 게임을 열어서 동작시켜보면 되는 만큼, 당신의 기획서는 이런 내용이상의 컨텐츠를 담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게임 프로그래머가 할수 없는 고민, 사람들간의 리액션과, 오브젝트들간의 조합과, 컨텐츠들간의 충돌입니다. 이는 프로그래머의 레벨이 아닌 상당히 상위 단계의 생각과 사고와 노력이 필요한 작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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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프로그래머 분들께 이야기 드립니다.

어떤의미에서는 게임 기획자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게임은 깊이가 상실된 게임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당신들 게임은 둠이 아닙니다. 존카멕쯤 된다면야, 게임을 쏘고 뛰고 날아다니는 피칠 게임으로 만드수 있겠지만, 그게 끝은 아닙니다. 그런 게임을 원한다면, 대충 만들고 대충팔고 대충 돈 벌수 있는, 가내 수공업의 전통이 남아 있는 모바일로 가십시오.(모바일을 비하하는 의도가 아닙니다.) 그쪽이 도리어 기획따위는 필요없어, 라고 이야기 하는 것에 더 맞을 겁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처절하게 피맛을 볼겁니다.

그냥 그런 다른 게임의 클론이라면, 지금 게임 기획자들이 써내는 문서는 전혀 쓸데가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당신들이 원하는 게임의 기획은 비쥬얼과 사운드와 이펙트를 동반한 멋진 게임 프로토 타입이 당신앞에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러면서 기획자 따위는 필요없어 라는 것자체가 게임을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한마디로 코어가 우주로 날아가버린거죠.

당신이 노력해가면서 만드는 게임이 단지 리니지의 아류다 라는 이야기는 듣고싶지 않을 겁니다. 또 그렇게 싸게 느껴지는 그렇고 그런 게임이 되길 원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제대로된 기획과 제대로된 감성을 그들에게 요구 하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쉐어 하십시오. 그게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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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서

지하철에서 흔들리는 노트북을 붙잡고 쓰다 보니 상당히 두서가 없는 글입니다만, 요약하면 한가지 입니다.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입니다.

게임이 이미 한두사람이 만들수 있는 정도으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같이하고, 각각의 역할로 나누고 있습니다. 게임개발은 이미 팀플레이입니다. 팀플레이중에 팀원의 한명이 무너진다면, 그 팀은 삐끗한겁니다. 다리가 한쪽이 부실하다면 이미 그쪽엔 무게가 쏠립니다.

게임 기획자는 자기가 모든것을 안다는 오만을 버리십시오. 그리고 프로그래머 분들은 게임기획자를 얕보지 마십시오. 그건 답이 아닙니다. 게임을 개발하는데, 그것도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는데에는 지금 있는 시간으로도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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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oh L. Jung
IBM Global Business Service
Junior Consul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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