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게임 기획자는 게임계에서도 특히나 독특한 성격의 사람들이 군집해있기로 유명한 분야이다. 그런데다가 우리나라의 게임 기획 업무는 명확하게 제시된 프로세서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도 전무하다고 할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획자들은 망망대해 속에 홀로 몸을 던진 후 수많은 시행착오라는 태풍을 몸으로 이겨내며 스스로 항해술을 터득해 간다.
그래서인지 기획자의 기획 업무 스타일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자신들의 젊음과 열정을 희생 해가며 스스로 터득한 기획이라는 세계의 처세술인 것이다.

기획자의 업무 스타일은 가장 대중적인 잣대에 의해 두 가지로 구분된다. 자신의 업무 능력에 개발자와 타 관계자들을 적응시키는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개발자와 타 관계자들의 업무 능력에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적응시키는 스타일도 있다.
기획자를 바라보는 관점에서의 선호 스타일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기획자가 고집 있고 강한 카리스마를 갖기를 바라는 한편 어떤 사람은 의견 수렴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원만한 융통성을 가진 기획자와 일하기를 바란다.
이렇듯 기획자의 업무 스타일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을 비롯하여 관계된 인물들에게까지 지대한 관심과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것이다.

업무 스타일이라는 것은 기본적인 규칙들만 지켜진다면 나머지는 모두 개성에 의하여 결정 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개성 자체에 옳고 그름이 있을 수는 없지만 문제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기획자의 업무 스타일이 결국은 게임의 성공 여부에 크나큰 인과 요소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논제의 핵심은 게임 기획의 상품성이나 게임성, 혹은 제작성 중 어느 하나의 요소에 편중되어 있지는 않다. 3가지의 요소들에게 골고루,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매우 노골적으로 삽입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본인은 이를 마치 흑백 논리와도 같이 구분하고 분석해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다양한 분류와 기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기획자가 게임을 완성하기까지의 기획 업무 스타일을 게임의 완성도가 흘러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상향성 기획자’와 ‘하향성 기획자’로 분류하고자 한다.
제목에서와 같이 ‘상향성’과 ‘하향성’이라는 단어는 각각 높여간다는 의미와 낮춰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그 대상은 바로 게임의 요소이다. 물론 게임은 게임의 성공할 요소를 증가시키고 실패할 요소를 줄여가는 당연한 과정을 거치며 완성된다. 의도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함은 우리나라 게임 기획자들은 하향성 기획자라는 모습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는 작금의 이 부정적인 현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어느 쪽에 좀더 무게를 실어 줄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이 둘을 조화 시켜 갈지는 기획자 자신의 몫인 동시에 개성의 표출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를 분리하는 이유는 상향성 기획자가 다분히 의도적인 차원에서 자신의 기획 능력과 업무 능력을 장악(이해)하고 있는 이상적인 기획자 상에 가까운 반면 하향성 기획자는 우리나라 기획자들의 업무 환경과 조건, 자질 등에 의하여 타의에 의한 기획적 편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게임 기획자들의 일반적인 모습, 그리고 앞으로 타파해가야 할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설득의 논지가 조금만 벗어나도 많은 오류와 논란, 그리고 질타를 불러 일으킬 수 있겠지만,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논란의 씨앗을 발견하고자 하기 보다는 이 글과 본인이 바라고 있는 발전적인 방향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자 노력해줄 것을 바라는 바이다.

그럼 두 기획자들에 대한 정의와 그 디테일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좀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이 글은 양분된 두 모습을 비교하고는 있지만 글의 목적 자체가 잘못된 방향에서 벗어나 정도를 걷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에 있기 때문에 우선 하향성 기획자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하향성 기획자’에 대한 정의

게임을 기획함에 있어 게임이 성공하기 위한, 혹은 게임이 재미 있기 위한 요소들을 추려내는 것은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게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창조적인 의미를 내뿜고 있는데다가 기획 역시 창의성을 중요한 요소로서 강제하고 있는 기획을 가장 이상적으로 평가하기는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게임이 현재의 하드웨어 플랫폼에서는 더 이상 생산되기 힘들기 때문에 이제는 오히려 기존에 창의적이었고 혹은 성공적이었다는 아이템들을 수집 조화하는 방식에서의 창의성을 중요시 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많은 기획자들이 이런 방식에 의하여 자신의 게임 기획를 출발시킨다.

기획자라는 종족은 욕구가 상당히 강렬한 종이기 때문에 게임의 기획 초기 당시, 게임은 수많은 요소들을 포함하기를 요구 받는다. 하지만 수많은 회의와 의견 교환을 통하여 게임의 대들보가 되는 하나의 커다란 중심 컨셉이 결정 되어지고 이 중심 컨셉이라는 굵은 가지를 중심으로 수많은 요소들이 가지치기 된다. 가지치기라는 것은 나무에게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제작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가지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나무는 곧게 자라지 못하고 이리 삐뚤어졌다가 다시 저리 삐뚤어지기도 하듯이 게임 역시 가지치기가 잘못되면 게임이라는 유람선은 산으로 갈지 우주로 갈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기획자로서 초기 시절에 쉽게 볼 수 있는 실수 중 하나가 ‘다다익선’이다. 재미 있는 요소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도 재미있고 저것도 재미있으니 유저들은 넘쳐나는 재미 요소들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열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뒤에서 좀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이것은 ‘게임의(게임 재미 요소의) 다양성’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후유증과 같다. 이런 사상으로 게임을 기획하고 제작하게 되면 게임과 개발사는 개발 후기에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이런 사상은 점점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안정적인 선으로 진입해오기는 하지만 기획자에 대한 프로세서가 잡혀있지 않은 우리나라로서는 그 과정이 상당히 길어질 수 밖에 없고 결국은 하나의 업무 스타일로서 굳어 버리게 될 수도 있다.

즉,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들을 일단은 최대한 수집한 후 그 요소들을 기획에 이리저리 짜집기를 한다. 그리고 점점 제작이 진행되면서 예상치 못하게(어쩌면 당연하게) 발생하는 기획적 오류들을 삭제해가면서 기획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을 본인은 이렇게 정의한다.

하향성 기획자란,

게임의 제작 초기, 즉 게임 초기 기획 단계에서 성공을 위한 요소들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제작적인 고려를 실무적으로 검증하지 않고 최대한 많이 삽입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며, 실제 제작이 시작된 후 검증되지 않았던 요소들이 야기하는 문제들로 인해 그 원인 요소들을 줄여가며 (아래를 향해서 내려가는 : 하향성)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스타일의 기획자이다.

물론 정의된 문장 중 ‘제작적 고려를 실무적으로 검증하지 않고’ 라는 부분이 빠진, 즉 최소한의 검증을 거치며 이런 방식을 의도적으로 행동하는 기획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방식의 단점을 알지 못하며 능력적 한계와 주위 환경에 의한 압박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의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열외로 하겠다.

이런 모습의 기획자를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게임의 (게임 재미 요소의) 다양성’이라는 부분이다. 이것은 게임 기획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좀더 자세히 논의 해보도록 하자.

재미의 다양성에 대한 명제

게임 기획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게임은 다양한 재미를 갖고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실제 게임 제작에 참여했던 경력이 어느 정도 되는 분들은 이 문장이 나타내는 의미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단순히 게임은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해야 한다 쯤으로 이해하기 쉽다.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추가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그 전제 조건이라는 것은 바로 ‘컨셉을 서포트 하는’ 이라는 문장이다. 그럼 위의 문장에 이 전제 조건을 덧붙여 다시 풀어보자면,

게임의 다양성이란,

게임은 컨셉에 의한 재미의 중심이 확고하고 뚜렷해야 하며 그 중심을 바탕으로 컨셉을 서포트 하는 재미가 다양해야 한다.

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스스로 시행 착오라는 체험을 통해 느끼기 전에는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 문제인데, 게임의 재미는 그 요소가 다양하고 수가 많다 하더라도 집중되어 있어야 하며 집중되어 있는 재미만이 유저에게 어필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의 재미가 많으면서 집중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분산 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유저는 하나의 재미에 몰두 할 수 없고, 혹시 그 재미에 몰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재미가 줄 수 있는 수준은 유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인 것이다.

즉, 게임의 재미 요소가 다양해야 한다는 것은 틀림이 없지만 그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서로의 주체성을 주장하지 않고 궁극적 목적의 재미를 위하여 그 존재가치가 있거나, 혹은 궁극적 목적의 재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속으로 유저를 빠뜨리기 위해서는 게임은 몰입도라는 성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몰입도를 갖고 있기 위해서는 유저가 게임의 재미를 지속적으로 느껴야만 하는데, 만약 이러 중요한 위치의, 혹은 그 정도의 막중한 임무를 가진 재미 요소가 여러 개로 분산되어 있을 경우 유저는 게임 속 하나의 재미에 열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요소들을 방황하는 방랑자로 전락하게 된다.

간단하고 단순한 게임일수록 그 중독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법이다.

1.        게임의 재미가 분산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저의 평균 재미 유지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유저의 집중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2.        게임의 재미가 분산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의 자유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자유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유저는 어떤 재미를 고를지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즉, 유저는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3.        게임의 재미가 분산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게임의 성격이 하나로 표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좋게 표현하자면 게임 장르의 퓨전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게임의 개성이 없는 미지근한 게임이 되어 유저에게 어필하지 못한다.

게임의 다양성이란 조금만 잘못 판단해도 이와 같이 게임 기획의 상품성과 게임성에 대하여 심각한 문제들을 안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기획자들의 철저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게임의 다양성에 대해서 이번에 가벼운 수준에서 수치적으로 생각해보자.
게임에서 주고자 하는 재미가 5가지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요소들의 분포를 균등하도록 게임을 제작한다면,

   표 1 :        

   재미 1 : 20%
   재미 2 : 20%
   재미 3 : 20%
   재미 4 : 20%
   재미 5 : 20%

와 같은 단순한 수치표가 나올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은 맥락에서 재미의 분포가 균등하다는 것은 각각의 재미 요소들이 서로 독립적임을 의미할 수 있다. 1, 2, 3번의 문제가 모두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기획한다는 것은 게임을 5개 만드는 것과 같다.
따라서 상품성과 게임성을 지닌 게임이 나오기 위해서는 재미의 중심이 바로 서야 한다. 바로 컨셉에 의한 중심 재미 요소의 결정이다. 중심이 될 재미 요소의 선출이 결정되었다면 그 요소를 중심으로 한 수치표를 다시 작성해보자.

중심이 되는 요소는 최소한 50% 이상을 소유해야 하며 그 외의 요소들은 중심 요소가 차지하는 비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서는 안된다. 이런 숫자 놀이는 무척 우습고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 숫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만큼은 우습게 여기지 말자.

   표 2 :         
  
   재미 1 : 60 %
   재미 2 : 18%
   재미 3 : 12%
   재미 4 : 8%
   재미 5 : 2%

보시다시피 중심으로 선정된 것은 재미 1이다. 이 게임은 바로 재미 1 이라는 요소를 유저들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재미 2와 3은 아마도 재미 1을 부각시키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30%가 넘지 않는 수치에서 결정되었다. 재미 4와 5는 컨셉과는 먼 거리를 가진 독립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가장 작은 수치로 결정되었으며 아마도 미니 게임이나 퍼즐 같은 아이템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본인이 주장하는 - 게임의 다양성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구조이다. (숫자에 연연하지는 말자)
이번에는 가상의 게임을 하나 선정하여 예로 활용해보자.

게임의 장르는 MMORPG 이다. 획일된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계에 커다란 하나의 획을 긋기 위하여 게임의 컨셉을 무역 경제 사회 구현이라고 결정하였다. 기획자들은 이제 각각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구상했으며 모여서 최종 결정안들을 리스트화 하였다.

   표 3 :         

   1. 대상 무역 플레이에 대한 신선한 재미.
   2. 전투 시스템의 재미 극대화
   3. 구도적 대립을 통한 유저간의 전투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4. 이원화된 성장 시스템을 통한 케릭터 레벨업 시스템
   5. NPC의 성인 컨텐츠화

이렇게 5가지의 요소들이 결정되었고 컨셉에서 밝히 바와 같이 1번 요소인 대상 무역 플레이에 대한 신선한 재미가 중심 재미가 된다. 그렇다면 1번은 재미 요소의 비율 분배에 있어 5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여기서는 1번에 50%를 부여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2번, 3번, 4번 요소는 1번을 서포트 해주는 재미 요소로서 존재해야 한다.

즉, 예를 들자면 2번 전투 시스템의 재미 극대화는 대상 무역 플레이에 있어 발생하게 될 전투들의 그 시작과 끝이 대상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것이 대상 무역을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어야 한다.

3번 구도적 대립을 통한 유저간의 전투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는 대상 무역이라 하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상인과 도적간의 대립과 같이 1번을 기준으로 한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대립 구조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들의 전투적 대립이 역시 대상 무역 플레이에 플러스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 만약 대립적 구도를 강조하기 위하여 자칫 그 영향력을 한계 이상으로 키운다면 그들의 난잡한 대립이 오히려 전투보다는 무역 플레이를 더 원하는 유저들로 구성된 이 게임의 대상 무역 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의 성립 자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4번 이원화된 성장 시스템을 통한 케릭터 레벨업 시스템은 상업적 플레이와 전투적 플레이 간의 이원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나아가 이 두 요소 간의 비례적, 혹은 반비례적 관계를 연결 함으로서 게임의 컨셉을 보좌하는 동시에 이 게임만의 독특한 케릭터 시스템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각각 15%씩 부여하도록 하며 마지막 5번의 경우 1번의 중심 컨셉과는 무관한 재미로서 5%만을 부여하도록 한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표 4 :         
   1. 대상 무역 플레이에 대한 신선한 재미.                                50%
   2. 전투 시스템의 재미 극대화                                        15%
   3. 구도적 대립을 통한 유저간의 전투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15%
   4. 이원화된 성장 시스템을 통한 케릭터 레벨업 시스템                                15%
   5. NPC 의 성인 컨텐츠화                                        5%

다양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그 기본만 지켜진다면 각각의 수치들은 꽤 큰 영역의 융통성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향성 기획자의 경우 1번부터 4번까지의 재미를 모두 비슷하게 주기 위해 각각의 퍼센트를 동일 혹은 비슷하게 생각하거나 자신은 물론 타 개발자까지도 어디에 중심이 있는지를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즉,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표 5 :         

   1. 대상 무역 플레이에 대한 신선한 재미.                                24%
   2. 전투 시스템의 재미 극대화                                        24%
   3. 구도적 대립을 통한 유저간의 전투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24%
   4. 이원화된 성장 시스템을 통한 케릭터 레벨업 시스템                                24%
   5. NPC 의 성인 컨텐츠화                                        4%

게임을 이렇게 만들겠다고 기획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렇게 기획하더라도 그대로 제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획자는 대부분 제작적 한계에 의하여 이렇게 기획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표5의 각 퍼센트들은 표4를 향하여 변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제작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전까지의 기획과 작업물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문제의 씨앗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진행된다. 그리고 기획자를 포함한 모든 개발자들은 백두산을 뿌리까지 파헤칠 만큼 삽질을 해야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말 무능한 기획자라면 자신의 부족한 기획적 역량을 중심재미를 바꿈으로써 해결하려고 한다. 그만큼 게임 재미의 다양성이라는 것은 난해하고도 복잡한 것이다.

하향성 기획자의 사상

하향성 기획자들이 표5와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되는 데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사상도 한 몫 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사상은 쓸모 없는 고집과 허망한 믿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 때문에 위험한 경우가 많다.

1.        유저는 스스로 자신과 어울리는 재미를 찾아 즐길 것이다. 따라서 이 게임은 다른 어느 게임보다도 폭넓은 유저 타겟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로, 선정한 중심 재미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경우이다. 개발 초기, 시장 조사와 같은 합리적으로 신뢰 할 수 있는 자료 수집을 하지 못하고 단지 아이디어 만으로 개발에 돌입했을 때 더욱 잘 나타나는데, 이런 경우 상품성이 검증된 아이템 보다는 매니아성을 지닌 아이템들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며 그로 인해 경험과 경력이 풍부하지 못한 기획자는 중심 재미에 대해서 스스로도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기획자는 좁은 대상 타겟(게임의 주 판대 대상)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고 이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그 중심 재미에 대해 만족하지 못할 유저들을 만족시킬 또 다른 중심 재미를 구축하여 대상 타겟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중심 재미들이 다양해지면 천차만별의 취향을 가진 유저들을 폭넓게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인 것이다.

문제는 중심 재미가 많아진다는 것 자체에 있다.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들이 소유하는 퍼센트는 급격히 떨어진다. [하나의 요소에 100%의 재미가 집중되어 있는 게임]과 게임의 중심 요소가 5개이며 이들이 각각 20%씩 차지하고 있는 게임].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전의 내용을 이해한 사람이라면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의견차도 있을 수 있지만) 전자의 경우 유저는 적어도 한가지, 다시 말해 그 재미 요소를 원하고 있는 유저에게는 100%의 재미를 줄 수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어느 한 재미 요소만으로는 결코 20%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없는 것이다.

20%의 재미 5개가 모여서 20 + 20 + 20 + 20 + 20 = 100 의 재미가 창출될 것이라는 생각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게임은 어떤 유저에게도 (어느 한 재미만을 원하는 유저, 실제로 두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재미를 원하는 유저는 거의 없다. 게임이 갈수록 쉬워지고 단순해지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이다.) 20% 이상의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20%의 재미밖에 체험하지 못한 유저는 게임을 떠나고 만다.
결국 유저의 폭이 넓어지기는커녕 주 고객 타겟에게 조차도 어필하지 못하는 게임이 되거나, 혹은 주 타겟에 대한 경계선마저도 모호한 게임이 될 것이다.

2.        유저는 이 재미 요소들 중 반드시 어느 하나는 재미있어 할 것이다.

1번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이것은 자신감이 너무나도 넘쳐나는 타입이다. 자신의 그런 기획으로 인해 게임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만의 암묵적 전제 조건을 항상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상당히 난해한 상대이기도 하다.

이런 타입은 마치 자신이 유저에게 재미에 대한 요소를 베풀어 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어느 한가지 재미 요소에는 반드시 딱 하고 잡혀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발 상황은 1번과 비슷하게 진행되지만 타 기획자와 개발자의 고생은 극에 달한다.

3.        지금까지의 실패한 어떤 게임들은 재미의 다양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패했던 게임들을 접했을 때 그 게임의 실패 원인을 중심 재미에서 찾지 않고 또 다른 중심 재미가 없었기 때문으로 판단해 버리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자면 비운의 명작으로 불리는 ‘미쓰’의 실패 원인을 중심 재미를 구현함에 있어 개발진들이 실수했던 요소들, 즉 난이도나 생산에 대한 당시 유저들의 인지도 등에서 찾지 않고 단순히 생산에 대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정의하는 스타일이다.

이것은 기획적 역량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게임에 대한 평가 스타일에 있어 주관적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대해서 객관적인 분석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4.        성공한 게임들의 성공 요소들을 모두 중심 재미화 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

가장 많은 케이스로서 실제로 많은 기획자들이 이 사상에 기반하여 게임을 기획한다. 성공한 게임들의 성공한 요소들을 조화시키는 것은 성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게임이라면 으레 거쳐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100%는 아니지만 많은 성공 가능성을 갖고 시작하게 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자의 욕심만으로 억지 조합을 한다거나, 아니면 각 개성을 무시한 조합을 한다면 게임의 성공은 고사하고 제작 완료도 불투명해진다. 소제목에서와 같이 요소들이 모두 중심이 되고자 한다면 게임의 미래는 어디로 갈지 모른다.
‘중심 요소가 열이면 게임은 연극이 돼버린다.’ 라는 방금 본인이 창조한 게임계의 속담을 잊지 말자.

5.        재미가 하나로 집중되면 게임성이 낮아지고 결국 수준 낮은 아동용 게임이 돼버린다.

게임의 재미가 하나로 집중되는 것은 게임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즉, 재미가 하나이면 그것은 어린이들이나 즐기는 단순한 아케이드 게임이 되어 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큰 오산이다. 재미의 집중을 단순화와 일치시켜 버린 오류인 것이다. 게다가 아동용 게임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또한 단순한 게임일수록 기획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본인은 지금도 모바일 게임을 꺼려하는데 그것은 스케일의 차이 때문이 아닌 바로 모바일 게임 기획의 창작적 난이도 때문이다.

6.        아무 생각 없다.

이런 스타일이 과연 있을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다 이 타입 때문이다. 한 프로젝트의 기획자 60%가 모두 같은 증상이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고집부리고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의견을 수렴한다.

기획 결정에 있어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하는지를 그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몇 주간을 상의하여 결정 내린 결과도 다음날 아침 또 다른 논쟁 거리로 만들어 낸다. 어제까지 개발자들이 알고 있었던 게임의 중심 컨셉을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원래 컨셉은 이거다’라고 주장하며 개발자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개발자들은 중심 재미가 무엇인지 혹은 재미 요소들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궁극의 최악 기획자이다.

제작적 측면과 하향성 기획자의 결론

지금까지 재미의 다양성이라는 것을 게임성과 상품성의 측면에서 알아보았는데 그렇다고 게임 기획의 또 다른 요소인 제작성에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스타일의 기획자 대부분이 기획에 있어 합리적이고 철저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를 구현해야 하는 프로그래머들은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을 해야 한다.

중심 요소가 두 가지라는 것은 메인 시스템이 두 가지임을 말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프로그래머의 작업 분량도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세 배 혹은 네 배 이상의 작업량이 프로그래머를 압박할 것이다.
중심 재미가 하나 추가 될 때마다 프로그래머의 작업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이런 경우에는 프로그래머 역시 프로그램 구현의 범위를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위주로 제작하게 되고 나중에 생각하자는 분위기가 흘러 매우 위험하다. 자연스럽게 제작 기간은 연장과 연기를 되풀이한다.
프로그래머뿐만이 아니다. 그들보다는 위험성이 적긴 하지만 그래픽 역시 소스의 활용도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제작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획에 맞추어 소스들을 수정해나가다 보면 소스들은 땜질로 얼룩저진 프랑켄슈타인이 되어버린다.
결국 문제를 일으킨 요소들과 작업물들은 최소화되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만다. 이런 모습은 기획과 제작이 안정화 될 때까지 반복된다.

요즘 새로운 온라인 게임이 소개될 때마다 긴 제작 기간과 엄청난 제작 비용을 자랑하며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본인은 개인적으로 무척 창피한 선전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게임이 공개되는 시점은 우리나라 게임의 경우 대부분 비슷하다. 즉 클로즈 베타 서비스 시점에서 게임의 정보가 공개되는데 그 작업량적인 수준은 모두 비슷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게임이 좀더 오랜 기간 준비했고 좀더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고 선전하는 것은 그만큼 시행착오에 의한 개발 기간 연장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을 보면 과연 이것이 그만큼의 기간과 자금이 들어간 게임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거치며 좀 더 완성도 있는 게임이 되었겠지만 이를 제작적인 차원에서 전면적인 다듬질이 있지 않았다면 문제는 얼마 안 가 다시 발생한다. 5년의 제작기간을 발표했던 어떤 게임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 안정화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솔직히 그 정도의 기간이 필요했던 게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해외의 예로 ‘듀크 뉴캠 포에버’의 경우 현재 8년째 출시 연기가 되고 있다. 워낙 인지도 있는 개발자들이 포진되어 있어 유저들의 믿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8년쯤 되고 보니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실력 있는 개발자라도 위와 같은 실수들에는 어쩔 수 없지 않았는가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해보곤 한다.

이렇게 하향성 기획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크리티컬하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이런 스타일의 기획자들을 하향성 기획자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그리고 이런 모습은 시행착오를 기획의 당연한 덕목쯤으로 생각하며 기획과 게임을 완성해 나아가는 우리나라 기획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프로세서가 이제서야 그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 시대의 기획자들에게는 어쩌면 숙명과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하향성의 모습을 갖지 않기 위해서 노력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노력해야지만 더 효과적일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해보도록 하자. 합리적이지 못한 노력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결코 상향성 기획자를 향해 나아갈 수는 없다.

이제 본인은 상향성 기획자에 대해서 언급하겠지만 솔직히 본인도 그것이 합리적인 주장일지는 모르겠다. 본인 역시 상향성 기획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또 다른 한 명의 하향성 기획자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본인과 같이 상향성으로의 길이 과연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자.

‘상향성 기획자’에 대한 정의와 나아갈 길

상향성 기획자란 본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기획자상이다. 이상적이라는 것은 대게 현실적으로는 실현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을 말할 때 사용한다. 하지만 본인은 이 기획자상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으리라 믿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그런 모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들이 나타나고 있다. 아래에서 좀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그 중에 한 명이 마비노기의 김동건 실장이다. 마비노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더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자.

상향성 기획자란,

하향성 기획자와는 반대로, 게임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 성공을 위한 최소한의, 즉 하나 혹은 두 개의 요소만을 1차 구현 목표로 삼고 나머지 삽입할 요소들에 대해 1차 구현 목표로부터 파생적으로 구상해내어 구현 가능성 여부를 합리적으로 도출해 낸 요소만을 대상으로 삼아 기획을 진행시킨다. 또한 개발 프로세서에 넓은 융통성을 부여하여 실제 제작이 시작된 후 요소 추가를 위한 베이스를 마련 한 후에 거기에 맞추어 그 요소들을 점점 늘려가며 (위를 향해 올라가는 : 상향성) 완성도를 높여가는 기획자이다.

솔직히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자신이 없고, 또 그 표본이 되는 인물을 실제 접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의 된 문장 자체가 상당히 혼란해 진 것 같다.

융통성 있는 기획이라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작업이다. 행여나 실제로 기획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상급자가 ‘그런 것도 예상 못하고 기획을 하나?’라는 식의 질타라도 하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당신이 해보시지’ 라고 맞받아 치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획자는 자신의 구상과 기획에 생각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융통성과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하는 것이 기획자라는 이름의 인지상정인 것이다.

이제 해야 할 말들은 앞서서 거쳐온 긴 글들 속에 모두 포함되어있으므로 이후 글은 어떻게 하는 것이 상향성 기획자로 향하는 길인지에 대해서 요약해보도록 하겠다.

1.        게임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만들어 백 번 모두 성공한다. 知Game知己 百作百成.

우선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자신의 능력이 과연 어느 영역까지 펼쳐져 있는지를 판단하도록 하자. 만약 게임을 혼자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라는 존재는 개발진 모두에게 확장된다. 즉 자신이 속한 팀이 극복할 수 있는 제작적 한계는 어디인지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하도록 하자. 그리고 자기 자신과 개발진을 항상 긴장된 마음으로 주시하고 있도록 하자. 조그만 것도 놓치지 않고 혹시 그것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조짐은 아닐지 주의하도록 하자.
그리고 자신이 어떤 게임을 만드는지에 대해서 냉철하게 판단하자. 그래야지만 중심 요소 역시 가장 좋은 것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게임의 중심 요소가 바로 서있다면 게임은 이미 반은 성공한 것과 같다.
이렇게 게임을 시작하면 백 번 게임을 만들면 백 번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품성과 게임성에서는 오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제작적인 측면에서는 그렇다. 게임의 성공은 제작 완료에서부터 시작인 것이다.

2.        기획은 융통성 있게, 제작은 충실하게!

융통성 있는 기획은 과연 무엇 때문에 필요할까? 날고 긴다는 기획자들도 탁상공론만으로 기획으로 한다면 그 기획은 결코 좋은 기획이 되지 못한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실제 제작에 들어가면 뜻하지 않은 장벽에 부딪치게 된다.

아마도 시행착오가 전혀 없는 게임 제작이라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들이 만족을 했을 때만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기획자는 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것에 막대한 시간을 투자하며 수많은 고민을 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그머니 나타날 독사 같은 녀석들을 퇴치하기 위하여 마치 호스를 들고 불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소방관과 같이 만반의 준비태세 속에서 시행 착오를 맞아야 한다.

기획을 융통성 있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획에 따라 발생 할 수 있는 각종 제반 사항들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되도록이면 경험과 경력이 많은 사람들을 위주로 최대한 많은 인원이 이 시뮬레이션에 참가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얻어지는 의견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분석한다.
문서와 생각에 의한 시뮬레이션과 분석이 끝나게 되면 프로그래밍과 그래픽에 긴밀한 협조를 요청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작업 비용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클라이언트를 제작하여 기초적인 실 시뮬레이션을 가동해보고 다시 분석하도록 한다. 이것이 바로 ‘프로토 타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토 타입이라는 단계가 상당히 늦게 잡혀있거나 아예 없기도 한다. 프로토 타입이라는 것을 알파 테스트 버전과 동일시 하기도 한지만 외국의 경우 프로토 타입의 제작은 일반화된 개발 프로세서라고 한다. 우리나라 게임 제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이 많은 노력을 투자하여 최대한 빨리 만들기’ 때문에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런 노력들이 뒷받침해주면 적어도 게임 제작이 진행되면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제에 대하여 대비책을 마련해 둘 수 있다. 기획자에게는 상당한 업무량이 압박해오겠지만 미래를 위하여 준비해두도록 하자.
여담이지만 우리나라 기획자들은 (개발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만든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둔감하면서도 막상 발생하고 나면 매우 민감하게 상처 받는다. 아이러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획에 융통성이 있으면 제작에서는 이를 충실하게 구현해주는 일이 남았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기획자의 지시에 따라가야만 하는 것이냐며 자존심의 존재 가치를 어필 할 수 있지만 그러기 전에 과연 기획이 어떤지, 어떻게 그런 기획이 나왔는지에 대해서 파악하도록 하자.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기획에 대한 파악을 매우 소홀이 하고 있다. 따라서 기획자는 개발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야 하며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를 유지해두어야 한다.

3.        많은 요소를 소유하기를 바라지 말고 많은 요소를 받아드릴 수 있기를 바라라.

처음부터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시작하려는 것은 어떻게든 강한 반작용을 갖게 된다. 시행착오를 통해 어차피 낭비할 시간이다. 그 시간을 기반 구축에 투자하도록 하자.
2세대 게임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마비노기’는 이런 모습을 가장 근접하게 보여주고 있는 게임이다. 물론 해외를 본다면 마비노기의 모태가 되었으리라 생각되는 ‘울티마 온라인’이 있지만 패키지적인 특징을 갖고 출시되는 그들과는 반대로 우리나라의 게임은 진행형의 제작 프로세서이기 때문에 좀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마비노기는 전투라는 중심 재미를 갖고 출시되는 요즘의 거의 모든 MMORPG 게임과는 달리 생활이라는 조금은 막연하고 광범위한 중심 요소를 가지고 있다. 생활이라는 플레이를 위하여 그야말로 우리나라 MMORPG 게임의 역사상 가장 많은 요소들이 삽입되어 있고 또 추가 예정 돼있다. 본인이 판단 하건 데, 이 중심 요소는 전투와 같은 요소에 비해 상당히 무형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 요소로 하여 수많은 서브 요소들을 조합하는 것은 매우 난이도 있는 작업 이였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 무형적인 중심 요소를 표현하기 위하여 유형적인 서브 요소들을 사용하여야 하는데 그 표현의 강도와 형태에 따라 자칫하면 유저는 서브 요소를 중심 요소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전투 시스템에 조금만 더 기울어져 있었어도 ‘마비노기는 (생활 스킬도 있는) 전투 중심의 MMORPG다’라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 후 서버의 불안정으로 그 빛이 많이 바래지기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은 매우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진행 이였다고 장담한다. 유저들은 그야말로 생활이라는 중심 요소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럴 수 있었던 것은 데브켓만의 노하우라 할 수 있는 게임에 최적화된 개발 프로세서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게임 제작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서있는 엔진 개발은 기획과 밀접하게 연계 돼있으면서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위치에 서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요소의 추가가 타 개발 프로세서에 비해 매우 융통성 있고 자유로워 많은 요소의 삽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마비노기에게는 그야말로 적절한 구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기획에 있다. 데브켓의 속사정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많은 요소를 소유하기를 바라지 말고 많은 요소를 받아드릴 수 있기를 바라라’는 차원에서 게임을 기획하는데 총력을 다했을 것이다.
본인은 마비노기 오픈 후 게임을 접하면서 마비노기의 기획에 대한 수준에 감탄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많은 요소들이 서로 재 자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한 기획. 그야말로 이상적인 구조였다. 본인이 마비노기에 대해 남다른 선호를 가지고 있어 자칫 감정에 휘둘린 문장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그들의 기획은 상향성 기획에 매우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마비노기는 상당히 독특한 경력의 게임이다. 얼마 전 마비노기는 게임 개발자들이 뽑은 기대작 1위로 뽑혔다. 기대 순위 1등이라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의미이지만 앙케이트의 대상자가 게임 개발자라는 것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아마도 우리나라 게임계의 잘못된 병폐들에 대한 반작용이 작용한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오늘 접한 뉴스인데, 마비노기의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리니지 2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방문자수는 게임 이용자와 결코 무관할 수 없는 부분인지만 마비노기의 실제 게임 이용자는 리니지 2에 휠씬 미치지 못하는 21위 권에 서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좀더 깊이 있게 고민해봐야겠지만 아마도 마비노기가 점점 대중성을 확보해가는 과도기적 산물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4.        게임의 다양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고 있어라.

게임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앞에서 자세히 언급하였으므로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한가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다양하기 위한 다양함이 아닌 집중되기 위한 다양함이라는 사실이다. 주위 수백 평방 키로 미터에서 수집된 다양한 거석들이 하나의 거대한 피라미드가 되기 위해 차곡차곡 쌓여져 올라간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도록 하자.

5.        컨셉과 중심 요소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유지하라.

컨셉과 중심 요소를 개발 완료까지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지속적으로 압박이 가해진다. 게임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개발자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자신의 취향 위주로 작업을 하고자 하고 그에 맞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개발자들이 기획의 컨셉과 중심 요소를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행동하려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많은 수의 개발자들이 기획에 무관하게 단지 자신의 취향이 이끄는 대로 행동한다. 따라서 기획자는 개발자들의 작업물이 기획의 컨셉과 중심 요소에 부합하도록 제작되고 있는지 항상 유의하여 관찰하여야 한다.

만약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작업물에 대해 수정한 타이밍을 놓친다면 심각한 회사의 경우, 만든 소스가 아깝다는 이유로 기획을 바꾸도록 한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획을 쉽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어이없는 결정이지만 항상 기간에 쫓기며 작업을 해야만 하는 우리나라 게임계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게임의 중심은 하루 아침에 바뀌어 버린다. 이전까지의 기획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쓰레기통을 메워간다. 이제 바뀌어진 컨셉에 의하여 기획자들은 개발에 쫓기며 새로운 기획을 하게 된다. 이것이 컨셉과 중심요소 유지에 실패했을 때 기획자들에게 불어 닥치는 재앙 중 하나이다.

하지만 재앙은 기획자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게임 개발이라는 거대한 댐에 생겨난 조그만 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갈라져 간다. 시멘트로 임시 공사하는 것도 한계에 부딪치게 되면 결국 댐은 무너지고 댐 아래에 살고 있던 개발자들은 거대한 홍수에 휩쓸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물론 좀더 좋은 미래를 위하여 컨셉과 중심 요소를 변경해야 할 경우도 있다. 무조건적으로 컨셉을 고집하는 것도 게임 개발에 악 중 하나이다. 기획자들이 이 열쇠를 쥐고 있다. 열쇠를 돌려 열어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닫아두어야 할지는 게임의 목숨을 걸고 신중하게 결정하여야겠다.

6.        게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라.

프로토 버전을 만들지 않는 우리나라의 개발 프로세서에서는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개발자들이 도중에 의욕을 잃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프로토 타입이 없기 때문에 개발의 진행 상황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로 첫 번째 테스트 버전이 완성되고 나면 개발자들의 의욕도 동시에 뛰어 오른다. 하지만 자신이 그 동안 상상하고 있던 모습과 다른 형태의 게임이 보였을 경우 그에 따른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

상향성 기획자라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프로토 버전을 만드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되다. 프로토 버전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게임의 미래에 대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게임이 어떤 모습을 가질지, 그리고 어떻게 발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