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MMORPG를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세상에서는 백수나 백조였을지라도,
별볼일 없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일지라도 그 안에서는 멋진 기사와 마법사로 이름을 날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게임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다시 깨달았습니다. "이 곳은 현실과 조금도 비슷하지 않은
채팅과 노가다의 세상이다." 게임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적고 오늘과 내일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행해졌던 나쁜 것만이 그 세상안에는 가득합니다. 항상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재미있는 것은 먼저 게임을 했던 사람이나, 운이 좋은 사람, 그리고 현실에서도 부를 가진 사람(현거래)
뿐입니다. 보스몬스터를 잡는다는 것은 현실에 맞물려서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로서는
하기 힘든 일이지요. 그래서 다른 게임들을 모두 접했지만 대답은 하나같이 NO였습니다. 사람들은
게임을 포기하거나, 엉뚱한 짓을 하거나(현거래), 현실을 포기합니다(폐인).

게임을 포기하고 나온 사람들은 더 재밌는 게임을 위해 여러가지를 생각해냅니다. 수명의 개념, 국가의
개념..말 그대로 현실과 MMORPG를 좀 더 가깝게 하여, 제대로의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만드려고
합니다.*/

최근 들어 거의 비슷비슷한 노가다성 MMORPG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나은(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현실성"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MMORPG를 하고 있을까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되는 것이
"현실도피"입니다. 원래의 RPG가 역할극으로서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해본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여기서 생각해볼 점은 MMORPG를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삼으면서도 현실성을 재미의 근원으로
삼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현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이 세상이 하나의 프로그램이다라고 설정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이란 현재모습, 그대로입니다. 제한된 물리법칙안에서는 모든 것이 행해질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자유도가 극에 달한 MMORPG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자유도때문에 우리는
여러가지 행동을 하고 여러가지 행동을 하게 됨에 있어서 서로의 상하관계가 형성됩니다. 돈이 많은
자는 돈이 적은자보다 좀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고요.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합니다. 도피라는 말이 조금 과격하지만, 지금의 모습과 이름,
지위, 학력, 가족 모두를 배제한체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어함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 더, 그 새로운 삶이라는 것은 현재의 삶과 수평관계일까요, 아니면 상하관계일까요? 정답은
상하관계입니다. 누구도 현재의 삶보다 나쁜 삶을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변태를 제외하고는)

현실성은 이미 비교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게임을 함으로해서 좀 더
윤택한 삶을 경험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요?

과거 RPG는 (일명 "싱글or패키지"로 분류되는) 비교의 개념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현실성도 거의 없다고 봐야했죠. 그러한 게임에서 부라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었고
(단지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한이벤트아이템) 성장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구도 FF7을 하면서 자신이 레벨이 높다고 자랑하듯 이야기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단순히 게임의 진행이나 그래픽, 시나리오때문이 아니라
역할극이라는 그 안에서 현실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게임이 나를 위해 시간을 기다려주고
(시간안에 못깨면 세상이 망하는 그런게임은 흔치않으리라 봅니다.) 그 안의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는(비록 NPC일지라도) 나를 위한 역할극이었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게임은 현실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그럴 것입니다.
현실도피라는 것은 현실에서 여가시간에 잠시 다녀올 수 있는 휴양지와 같아야 합니다.
현재의 MMORPG라는 이미 현실성을 갖추고 있고 지금의 단순화된 노가다의 근원또한 그러한
현실성에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현실성을 늘이자고 말씀하십니다.
국가의 개념, 수명의 개념..그 모든 것이 진짜현실을 붙잡고 사람들을 게임에서 점점 더 나오게
할 지도 모릅니다.

*참고
게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무한대로 늘릴 수도 없고 매트릭스처럼 완벽히 만들 수도 없습니다.
개발자들이 24시간 풀가동하는 폐인들의 할거리를 만들어주는 것또한 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퀘스트와 새로운 아이템이나 몬스터를 늘리는 것은 시간끌기에 불과합니다.

게임의 인터페이스와 여러가지모션을 추가한다고 하여도 그것이 현실과 비슷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본글에서도 밝혔던 바와 같이 제한된 액션이 좀 더 늘어난다고 해도 MMORPG의 절대적한계가
있는 한, 재미는 거의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게임은 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남과 경쟁하는 게임이라도 연습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게임을 혹, 커뮤니티를 즐기기 위해서 하신다면 그건 이미 게임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 것입니다. 커뮤니티가 주가 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