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래 ㅊㅋㅊㅋ님이 지적한대로 게임 기획서의 작성이라는 것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실체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고, 정보가 많이 공유되지 않고 있는 분야중의 하나이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 프로그래밍 전문 사이트나 그래픽 정보 전문 사이트의 경우에는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정보 교환도 활발하여 현업 개발자와 아마추어 제작자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게임의 기획에 대한 전문사이트에 대해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그나마 환타지 관련 정보 사이트들이 있긴 하지만 환타지가 게임 자체도 아닐뿐더러, 실질적인 게임의 구성에 대해서는 접근하기 힘들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의 경우 전문가가 쓰는 도구가 거의 정해져 있고 (비쥬얼 씨, 맥스, 마야등) 입문자도 그에 준하여 비교적 체계적인 접근 방법을 따라가게 되어있지만, 기획자의 경우에는 어떤 도구를 갖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자체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범위도 넓고, 표준화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게임 기획을 배우는 가장 효율적이고 올바른 방법은, 기존의 게임을 변형시키고 조작해보는 것부터 출발해서 자연스럽게 게임의 구성요소를 체감적으로 익히는 것이다. 기존 게임들에 대한 충분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게임에 대한 이해가 있지 않고서 게임 기획서를 쓰겠다는 말은, 태어나서 책을 몇권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책을 쓰겠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입장에서 기획을 배우려는 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원하는 만큼 뜯어만져볼 수 있는 마루타 게임의 존재와, 기획안을 어떤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가이드라인이다. 다행히 시장에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마루타 게임들이 꽤 많이 있다.

첫번째 부류로는 쯔꾸르시리즈로 통칭되는, 아마츄어용 게임제작 도구들이다. 복잡한 제작에는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직접 손대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 부류로는 스타크 맵에디터나 워크 맵에디터, 네버윈터 나이츠의 맵에디터와 던전시즈의 mod 제작기능등 사용자가 레벨을 만들거나 변형할 수 있는 게임들이다. 이런 게임들은 이미 많이 팔리고 있는 게임들이고, 이런 게임들의 mod 레벨을 만들게 되면 더 여러사람에게 플레이하게 해 비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

위에서도 강조했듯이, 쯔꾸르시리즈 패키지를 구하게 되건, mod 제작기능이 내장된 게임을 구하게 되건, 처음부터 게임을 만들겠다고 텅빈 벌판에 사람부터 배치하는 것은 순서가 아니다. 일단 잘 만들어진 예제들을 충분히 여러개씩 플레이 해보고, 시스템등에 대해 연구해본 후, 약간씩 자기 취향대로 고쳐가면서 나의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여러가지 툴들을 다루다보면 매우 공통적인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1. 툴에서 어떻게 언급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게임의 구성요소는 오브젝트 (혹은 유닛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라고 통칭하고, 그 오브젝트의 세부종류는 다시 플레이어, 적, NPC, 아이템등으로 나뉘어진다는 점

2. 오브젝트의 종류에 따라서 여러가지 속성치들을 갖게된다는 점

3. 게임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이벤트)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스크립트를 정의한다는 점

4. 이벤트의 발생 조건을 정의하기 위해 트리거를 작성한다는 점

등등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공통적으로 발견되긴 하지만, 이러한 형식으로 정리하여야 한다라는 표준은 없는 상태이다. 스크립트의 경우도 대체로 프로그래밍 언어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확실히 정해진 문법이 없으며, 트리거의 경우에도 실제 게임의 엔진에서 어느정도까지 구현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조건체계가 존재한다.

여러분이 기획서를 쓰고자 하는 이유는 위의 요소들을 채워넣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이다. 기획서에 모든 캐릭터들의 대사가 일일이 써 있을 필요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만들고자 하는 궁극의 목표물은 게임이지, 기획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여러분 나름대로의 고유한 표준체계를 세워둘 필요가 있다. 여러분이 만들고자 하는 게임에 알맞은 표준체계를 세우는 것이 기획서의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예전에 발표한적이 있었던 게임소프트웨어 디자인에 대한 세미나에는 게임소프트웨어를 모델화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 등장하는 오브젝트 모델과 다이나믹 모델등은 기획서를 쓰는 관점에서도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게임 시나리오의 작성에 대하여

위의 시스템적인 접근은 게임의 뼈대를 만드는 데에 중요한 것이지만, 뼈대에 어떤 살을 발라붙일 것이냐또한 중요하다. 게임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도구중 하나는 게임 공략본들이다.

게임 공략필자들은 직업특성상 수많은 게임들을 단시간내에 모든 요소를 파헤쳐내고, 유저들이 실제 플레이하는데 지침이 되도록 정리하는 일에 가장 능한 사람들이며, 그들의 노력의 산물인 공략본들에도 역시 게임 기획의 이치와 체계를 찾을 수 있다.

필자가 주로 좋아하고 참고하는 일본 디지큐브출간 파이널판타지 공략본 시리즈인 Ultimania 시리즈는 게임 공략본의 제작을 하나의 장인정신으로 승화시켰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필자가 말로 어떻게 설명해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두툼한 책들의 내용을 직접 훑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니, 가능한 사람은 직접 입수해서 보기 바란다. 언어의 장벽과, 해외서적이라는 장벽이 있지만, 하고자하는 자에게는 불가능이 없는 법이다.

물론 일본에만 공략본이 있는 것은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국내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공략본들도 정리가 잘 된 것이 많이 있으니 고난을 헤칠 자신이 없는 사람은 국내 공략본들을 연구하는 것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요한 점이라면, 이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힌트를 얻으려는 유저의 시점에서 공략본의 내용을 볼 것이 아니라 기획자를 지망하는 사람으로서, 분석적으로 내용을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각각의 공략본마다 구성이나 형태는 다른 점들이 많다. 그중에 여러분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게임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포착하고, 공략본에서 제시한 형식을 참고하여, 여러분의 상상의 게임에 대한 '공략본을 먼저 작성'한다는 입장에서 접근해보길 바란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획을 하는 사람이 자기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먼저 쏟아내기에 바빠서는 안된다. 더 중요한 것은 유저가, 다른 작업자가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입장에서 철저히 유저들을 위해서 씌여지는 공략본이라는 책은 귀중한 참고서가 된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