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E3컨퍼런스에서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플스4) 본체를 공개했습니다.

 

우선, 하드웨어적으로 가장 중요한 메인CPU(또는APU)가 모두 AMD에서 만들었다는게 공통점이긴한데,

큰 차이점은 역시나 기본이 되는 장치의 '가격'입니다.

 

엑스박스원(이하 엑박원)은 키넥트 포함해서 499달러,

플스4는 키넥트와 비슷한 '플레이스테이션4 아이'를 제외하고 본체만 399달러,

그러니까, 대략 50만원과 40만원 차이정도입니다. (물론 환율 적용하면 더 많은 차이지만, 복잡한건 넘어가시지요..)

이정도 가격대의 제품에서 10만원 차이는 큽니다.

물론, '콘솔기기'라는 특성에 맞게 하드웨어 스펙에 비하면 굉장히 싼 가격이긴 하지만,

이렇게 팔 수 있는 이유는 역시나 게임회사와의 제휴.

즉, 게임을 많이 팔아야 하드웨어제조사인 마소나 소니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콘솔 제조사들은 게임사와 협력을 해서 최대한 '경쟁력 높은 독점작(혹은 기간독점)'을 많이 확보하려 합니다. (일례로, 베요네타2는 닌텐도에서 제작비를 100%지원해서 WiiU이외의 게임기에서는 출시가 안됩니다)

이런면에서 콘솔 제조사들이 원하는 것은 각 가정마다 자신의 콘솔을 하나씩 넣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콘솔'게임기라는 게 '게임'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전제품이다보니, 기능적인 제한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해 하드웨어적인 여유가 생기다보니, 점점 가정용 멀티미디어로 확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온게 플레이스테이션3와 엑스박스 360입니다.

블루레이 vs. HD-DVD경쟁에서 블루레이가 승리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기에는,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제법 비쌌기때문에,

한동안은 가성비 최고의 블루레이 플레이어 중에 플레이스테이션3가 끼어있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블루레이의 원조가 소니..)

 

물론, 플레이스테이션3는 비싼 가격과 괴상한 하드웨어조합에 따른 개발사들의 뒤늦은 합류때문에, 초반부터 힘을 못썼습니다. (오죽하면, 플스3한대 살바에야 엑박360 + Wii 두개 사겠다는 농담까지 있었으니..)

후반부엔 나름 경량화도 하고 독점작도 내놓고 해서 조금 회복은 했다지만..

 

아무튼, 최근에 공개된 엑박원이나 플스4를 보면,

'게임기'보다는 게임이 가능한 가정용 멀티미디어 기기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맥락에서 정리해본다면,

엑박원은, TV중심의 미국답게 TV컨텐츠나 영상물 유통이 강화된 것 같고, 좀 더 컨텐츠 중심으로 옮겨간듯 합니다.

즉, 컨텐츠의 소비자보다는 컨텐츠의 공급자쪽에 더 무게를 실어주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중고 거래에 관해서도 좀 더 깐깐해졌고, 인터넷 연결을 필수로 하면서 일종의 컨텐츠 '감시'도 강화했습니다.

 

한편, 플스4는 사용자쪽에 좀더 무게를 실어주는 느낌입니다.

게이머들이 직접 게임 플레이를 중계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자사의 소형 게임기(PS비타나 스마트폰 등)와 연동을 해준다든지..

그리고, 키넥트에 해당하는 '플레이스테이션 아이'를 별매로 빼놓은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 그럼 앞서 이야기했던, 콘솔과 게임 개발/유통사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봅시다.

게임개발사나 유통사는 자사의 게임이 많이 팔릴 수록 좋을 것입니다. (돈을 많이 벌면 투자를 많이해서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겠죠, 콘솔 제조사도 돈을 벌고)

이런 의미에서는 엑박원의 방향이 맞을 것입니다.

이왕이면 게이머들이, 복제품이나 중고품이 아닌, 새 제품(게임)을 구입해서 게임을 즐기는 쪽이 더 이익을 많이 남길테니까요.

 

반면, 실속있는 혹은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기존 게이머들은 게임 중고거래를 많이 이용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전 콘솔 게임처럼 온라인 플레이가 없는경우, 엔딩을 한두번보면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지기때문에, 중고거래는 나름 현명한 선택입니다.

여기서 플스4는 중고품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내놨습니다. (플스4의 중고품 거래에 관한 20초짜리 동영상은 유명하죠..)

사실 공개전까지만 하더라도 소니가 '중고 디스크 검출'에 관한 특허를 내놔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했었죠.

그리고 인터넷 연결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는 걸보면, 컨텐츠의 공급자보다는 사용자쪽의 편의를 더 생각했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게임 개발/유통사가 플스4에 대한 진출을 주저하게 된다면 그 또한 소니에게 좋은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물론 소니도 바보가 아니니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어느정도 갖춰놓고 있겠죠..

마찬가지로 마소도 플스4의 발표를 보고 뭔가 준비를 하고 있을테고요.. (언제까지고 키넥트랑 TV컨텐츠로 밀고 나가진 않겠죠)

 

지금 당장 사고 싶은 콘솔은 뭐냐?라고 물어본다면, 현재로서는 '플스4'를 선택하겠습니다만,

게임 패드나 모션센서는 엑박원쪽이 더 좋아보이긴 합니다. 만약 엑박원 패드가 PC호환으로 나온다면, 한번 사볼 의향은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엑박원의 지향점은, 컨텐츠 공급자 친화적이고,

플스4의 지향점은, 컨텐츠 소비자 친화적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를 보자면)

각 콘솔들이 지향하는 전술의 방향이 반대로 보일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회사이익 최대화'라는 전략은 같다는 것입니다.

또 어느쪽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것이고, 이게 단순히 가격적인 면이나 독점작의 취향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가격과 독점작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 개인으로서는 중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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