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뉴스가 올라오긴 합니다만, '뉴스와 토론' 란이니, 제가 작성한 글을 올린다고 해도 룰을 위반한건 아니라고 봅니다. 아래, "한국 근로시간 OECD 최고..삶의 질은 바닥" 이란 글을 읽고, 평소에 해뒀던 생각을 끄적끄적 적어봅니다.

저는 11년차 IT업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일반인 중 한명입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게 있다면,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기업(S사)->벤처->중소기업->외국회사를 모두 경험해봤다는 것인데요. 어디를 가나 야근은 빼놓을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일해야 하나....를 나름대로 많이 고민해봤고, 제 생각을 한 번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적재적소를 무시한 인력배치
아래 글의 리플에서 주인장이신 학규님께서는 진정한 인재양성의 실패...를 언급하셨는데, 인력배치와도 상관관계 있다고 하겠습니다. 일정이상 규모가 되는 회사는 일정이상 수준이 되는 사원을 뽑은 다음 막상 배치는 회사의 필요에 따라 배치를 하게되죠. 간단하게 말하면, 신입사원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대량으로 사람을 뽑는 대기업에서 이 현상이 심하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해야될 것이 많은 세상인데, 자기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시킨다면, 그 사람이 과연, 효율적으로 일을 할 생각을 하게 되겠습니까? 대한민국의 대부분 사회초년생들은 사회에 발을 내딛는 첫발부터 시쳇말로 '밥맛 떨어지는 시츄에이션' 에 처하게 되는것입니다.

2.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의 부재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수 있나요. 대부분 소시민들은 1번의 상황이 발생했더라도, 일단은 내가...이단은 내 가족이...먹고 살기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 일을 잘해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자기 일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하려고 해도, 팀단위 혹은 그룹단위로 평가할때, 이른바 '꼰대' 들은 늦게까지 일하고, 자기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점수를 줍니다. 물론,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사람이 출세한다는 공식은 세계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라고 하니, 여기서는 제외시키고....같은 값이면,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준다는것이죠. 이것은 자기 직원이 과연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볼 능력이 없는 무능한 상급자에 기인합니다. 무능한 상급자 또한 진정한 인재라고 할 수 없으니, 이런 무능한 사람이 상급자가 되는 시스템도 역시 문제라고 봐야겠죠. 또한, 객관적인 평가기준 자체가 명시되어 있지 않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 회사마다, 부서마다, 팀마다 평가시스템은 다르기 마련이고, 재수가 좋아서 자기 성향이 잘 맞는 부서에 배치받으면 좋은 평가를 받는것이고, 배치를 잘못 받으면 나쁜 평가를 계속 받게 되는것입니다.

3. 제대로 된 보상시스템의 부재
설령,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윗사람의 똥구멍이라도 핥을 각오로 충성을 다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이에 대한 보상이 있는가? 승진을 동기들보다 좀 빨리 한다는것 외에는 없습니다. 몇몇 특수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도 있지만, 전체를 봤을때, 극소수입니다. 보상시스템이 이렇다 할 것이 없으니, 굳이 내 아이디어 뽑아서 회사에 갖다바칠 필요를 못느끼게 되는것이죠. 야근은 형식적인 것이 되고, 의례적인 것이 되게 마련입니다.

이런 지긋지긋한 현실에 몸서리를 치고, 회사를 뛰쳐나가는건 아이러니 하게도, 무능한 사람들이 아니라, 유능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회사에서 상급자로 올려주는건 '게중 좀 나은' 사람을 뽑게 되는데, 자기가 굴러왔던 시절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듯, 이런 사람들은 소시적 시절 다 잊어먹고, 더더욱 악독한(?) 관리자로 거듭나게 되죠.

이상 횡설수설 떠들었습니다만, 한마디로 정의하면, '대한민국에는 시스템 정립이 안되어 있다' 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시스템 정립이란게 참 어려운 일이어서, 원래 시스템이 잘못된 회사는 왠만해서는 체질개선을 하지 못합니다. 애초부터, 제대로 된 시스템을 세운 조직이 그 시스템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보통이더군요.

11년이나 직장생활을 해서, 다른 곳으로 쉽게 옮기기도 어려운 직장인이 충고해 드립니다. 여러분이 소속된 조직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시면, 빨리 제대로 된 회사로 옮기십시요. 문제는, 제대로 된 회사가 대한민국에는 흔하지 않다는게 문제입니다. 외국회사?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얘기가 있죠. 대한민국의 대부분 외국회사가 말이 외국회사지 결국 같은 계열의 대한민국 회사와 별 다를바 없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다만, 직무가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국내에 있는 외국회사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어째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영어를 잘 구사한다는 전제하에, 국내회사에 있는 권위주의가 확실히 외국회사는 좀 덜 해보이는게 사실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