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작인 '라이언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는 전쟁영화로서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적으로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조금 극적인 연출도 있긴하지만,
영화 시작 30분간 벌어지는 상륙 전투 장면은,
아직까지 이 이상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없을 정도로 정교합니다. (다큐멘터리 빼고)
전쟁의 모습을 가장 잘 묘사함으로써 굉장히 훌륭한 반전(反戰) 영화가 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보게 되었는데,
초반의 상륙 전투 장면은 다시 봐도 명장면이더군요.
문득, 군대시절 사격할 때 사격장에 자욱하던, 총화약 특유의 냄새가 떠오르더군요. (요샌 민방위라 총 쏠 기회가 전혀 없죠)
그리고, 다시 보는 중에 예전에 봤을땐 모르고 넘어갔던 배우 두명이 보이더군요.
첫번째는, 최근 브레이킹 배드로 '악의 축'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배우인, 브라이언 크랜스턴. (왠지 이분은 선한 역할에, 착한 대사를 읊어도 선역으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라이언 형제들의 죽음을 최초로 보고받는, 왼팔없는 대령(중령인가?)으로 나옵니다.
거기도 짧은 머리로 나오는데, 역시 이분은 짧은 머리가 어울립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파이어플라이, 캐슬 등에서 마초적 카리스마가 넘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인, 네이선 필리언.
이 영화에서는, 라이언 일병과 동명이인으로 나옵니다. (출신이 달라서 실패!)
영화 중반쯤에 나오는데, 한마디로, 굉장히 찌질한 캐릭터로 나옵니다.
이 배우를 이 영화로 먼저 알게 되었다면, 나중에 나오는 배역들이 좀 웃겨보일수도 있을 정도랄까..
또 하나 재미있는 장면이라면,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92년 영화인, 쉰들러의 리스트에 보면,
초반에 유태인들이 이동하는 장면에서, 독일 여자애가 '유태인 꺼져!'를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영화에선 반대로, 포로로 끌려가는 독일군들을 향해, 유태인 출신 병사가 '나 유태인이거든?'하며 비아냥 거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무튼 다시 봐도 좋은 영화는 좋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15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세련된 영화입니다.
음. 저는 그런 '허구적 인물'에 대한 영화적 문법은 잘 모르지만,
영화 시간과 영화내의 목표 달성에 관한 것은 항상 생각하며 보는편입니다.
예를들어, 3시간짜리 영화에서 1시간 30분만에 목표에 근접했다하더라도,
그건 당연히 실패하거나, 아니면 성공하더라도 그 뒤의 일이 처리할게 더 많아지는 거죠.
라이언일병 구하기에서도, 영화 중간중간 '라이언 일병'을 찾은듯 한 크고작은 장치들이 몇개 나옵니다만,
결국엔 단서를 따라 가는길에 만난 적의 장갑차를 잡다가 찾게되죠.
또 '배우'라는 요소도 있는데,
장갑차를 잡은 세명의 부대원이 나와서 자기 소개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라이언 일병 역을 맡은 '맷 데이먼'은 이미 '굿윌 헌팅'으로 얼굴이 알려질대로 알려진 배우였고,
세명의 부대원 중 단연 돋보이는 친구였습니다.
그러니 영화상의 주인공들은 맷 데이먼=라이언 일병이란 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아.. 드디어 찾았구나'라고 기뻐할 수 있게 되죠.
물론 영화 배우들을 캐스팅할 시점에는, 최대한 무명배우를 쓰려고 했겠지만,
영화 외적인 부분으로 그렇게 되었으니, 의도하지 않게 그런 장치가 꾸며진 것일수도 있죠..(굿윌헌팅은 1997년 영화고,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1998년 영화니까)
허구적 인물들을 죽게 하는 영화적 문법이 있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 눈치채고 말았죠.
예를 들자면 이 영화에 나오는 아군 스나이퍼는 허구적 인물입니다.
이 스나이퍼가 활약하는 부분들은 영화가 아니라 만화로 만들어도 그럴듯 할 것 같더군요.
이 영화를 본 후 드라마에서 누군가 죽는다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과연 저런 인물이 현실에 존재할 것 같은가?"
예를 들자면 지붕뚫고 하이킥에 나오는 식모인 신세경과 의사인 최다니엘입니다.
신세경은 식모인데 고등학교를 못 다녔지만 피아노를 잘 치고 예쁘고 유능하기 까지합니다.
최다니엘은 의사인데 잘생긴 부잣집 아들이면서 겸손하고 약자에게 친절합니다.
둘은 드라마 엔딩에서 "제거"됩니다. 역시 전형적인 인물이 아닌 허구적인 인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