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오픈베타테스트중인 아키에이지를,
어제 컴퓨터에서 언인스톨했습니다.
뭐, 딱히 재미가 없어서 지운것은 아니고요.
1월 18일부터 정식서비스를 한다는 내용을 들으니, 갑자기 의욕이 사라졌달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키에이지는 최근 나온 MMORPG중엔 분명히 퀄리티가 높고,
뭔가 꾸준히 할만한 요소가 있는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역시나 개인적인 이유로, 매달 일정금액을 지불하면서 게임을 할만한 여유가 없어서,
MMORPG는 당분간 쉬기로 했으니, 아키에이지도 딱히 계속 할만한 이유를 못찾겠더군요.
아무튼, 아주 짧게 했던 게임이지만,
좀 더 개선된 퀘스트 시스템을 비롯해서,
스토리 텔링에 좀 더 신경을 쓰려고 한 점이나,
채집/생산/(약탈) 등의 '생활'스킬 들을 강조한 것은 좋은 시도 같습니다.
걱정되는게 한가지 있다면,
역시나 유저들에 의해 형성되는 '게임 내 커뮤니티의 성격'.
물론 게임의 운영이나 라이브 패치의 내용에 따라 커뮤니티의 여론도 바뀌긴 합니다만,
그게 반드시 개발자의 의도에 맞게 흘러가는 법은 아니니까요.
예전에 프리스타일이란 게임을 잠시 했던적이 있습니다.
3on3 방에 들어가서 유저들끼리 하는데, 이건 농구가 아니라 '누가 3점슛을 더 많이 쏘나?'에 대한 대결 같이 보였습니다.
인사이드 패스하면 험한소리 나오고, 세트플레이같은건 시도도 못해보는 상황이었습니다.
뭐, 그 뒤에 몇번의 패치를 거쳐서 좀 개선되었다곤하지만,
역시나 '자유로움, 과정'보다는 '생산성, 꼼수'를 더 쳐주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게임 커뮤니티들을 봤을때는,
확실히 아키에이지의 미래가 조금 걱정되긴 합니다.
참고로, 아키에이지의 월 정액비가, 와우과 같은, 30일 19,800원으로 책정되었는데요.
30일에 23,000원하는 블&소와 비교할수 밖에 없는 가격인 것 같습니다.
한때 이 사이트에서도 레벨시스템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토의가 있었죠.
결국, 사용자들로 하여금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성취감을 맛볼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레벨링이라는게 중론이었는데요.
뭐, 레벨 시스템의 여부보다는,
울티마 온라인의 경우엔, '자유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북미지역에서 먼저 서비스를 접해본 사람들이 있었고,
한국 서버가 열리면서 그 사람들이 초반의 게임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자유도'가 중심이 된걸로 알고 있는데요. (풍문으로 들은거라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아키에이지는, 이미 레벨링, 아이템 파밍, 퀘스트에 길들여질대로 길들여진 유저들이 시작하는 게임이다보니,
울티마와 똑같은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예전의 울티마 온라인과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진 않을거란거죠.
그런 의미에서, 나름 잘 만든 게임인 아키에이지의 '자유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대부분 유저들의 몫이라는 거죠.
아무리 자유도 높은 시스템을 만들어놔도, 자유도 없는 게임 하듯 해버리면 개발자들도 어쩔수 없는 부분 아니겠습니까?
확실히, 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해야한다는 문제의식은 확실히 보이는게 좋더군요.
다만 뭐랄까..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어딜 어떻게 바꿔야 할지는 애매모호한게 아쉽지 않았나.
여기저기서 시스템을 가져온건 좋은데, 그 시스템들이 일치가 안되고 서로의 컨텐츠를 잡아먹고 있다는게 문제
애시당초 왜 울티마가 레벨제가 아닌 스킬시스템을 가져갔는지를 좀더 곰곰히 생각해봐야 했다고 보이는군요.
특히 울티마에 비해 여전히 생산시스템이 '서브 컨텐츠'로 깔려버리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듯.
또, 울티마와 다르게 아이템의 비중이 높은 게임에서 해킹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점.
아마 이 부분은 두고두고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더군요.
제가 볼때는 여전히 아이템의 비중이 높다는점이 문제라고 봤습니다만..
적은 노력으로 더 큰 이익을 추구하는것이 경제 활동의 기본인지라 꼼수에 집착하는 유저 성향을 비판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아이템 의존도가 높은 자유도 만빵 게임은 결국 과거 리니지 수준에서 더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확실히 직장인은 저런 헤비한 MMO는 안 맞아요.
일할수 있을떄 일해서 만든 저금으로 매달 연금 받는 은퇴자에게 권해 주는것이 제일 적절 하다고 봅니다.
앞서 덧글에도 썼듯이, 제가 울티마 온라인을 해본적이 없어서 정확한 비교는 못합니다만..
윗분들이 지적했듯, 아키에이지에서의 '채집과 제작'이란 부분도 결국엔,
더 나은 아이템 파밍을 위한 부차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는 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약 배를 만드는 컨텐츠가 있다고 합시다,
근데 그 배를 만든 목적이, '정예 레이드 인스턴스 던전'이 있는 섬에 가기 위한 것이라면,
배를 만드는 컨텐츠도 결국엔 아이템 파밍의 도구로 전락하는거고요.
성을 짓는 것도 마찬가지, '공성을 하기 위해' 성을 짓는다면 뭔가 잘못된거지요.
추가로, 게임에서의 '수준높은 자유도 구현'은 유저의 몫이란 것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면,
어서빨리 만렙찍고 최상위 아이템을 둘둘 말아놓고 레이드나 PVP하는 것을 즐기는 유저들이 많은 게임 분위기 속에서는,
단지 '거기 산이 있어서' 아무것도 없는 산을 등반한다든지,
'거기 섬이 있을 것 같아서' 끝없는 망망대해를 항해할만한 유저들이 나올 확률은 매우 낮을 거라는 겁니다.
예전의 와우도 비슷한 경우가 있긴해죠.
만렙이 60이고, 날틀이 없었던시절, 몇몇 유저들은 소위 '벽타기'로 오르지 못할 것 같은 산을 오른다든지.
수영+수면걷기(사제의 공중부양 등)를 이용해서 바다의 끝을 본다든지..
결국 개발자도 의도하지 않은 컨텐츠의 발견은 유저들의 몫이라는 거죠.
예를 들면, 울티마 온라인의 '로드 브리티쉬 죽이기' 처럼.
울티마급의 자유도 / 스킬제가 아닌 레벨제란 소리듣고 관심이 없어지긴했어요 ;;; 뭔가 mmorpg는 지금 과도기가 아닌가 싶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