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거장 빅3 "마법 안통하네"

[한국경제 2006-08-06 19:03]    




게임업계 최고의 개발자이자 흥행의 마술사로 손꼽히는 3대 거장들이 최근 신작흥행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셔 눈길을 끌고 있다.
XL게임즈의 송재경 대표,손노리의 이원술 대표,IMC게임즈의 김학규 대표가 그들이다.

이들은 영화감독으로 치면 '쉬리''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투캅스''한반도'의 강우석,'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급으로 통하는 게임 거장들이다.

국내 최초의 역할수행게임(RPG)인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만들어 최고 개발자로 꼽히는 송재경 대표(42)는 지난 4월 레이싱게임 'XL1'을 들고 나타났다.

게임업계에서는 송재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여서 'XL1'은 성공을 예감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할 정도다.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지 4개월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회사측은 회원수와 동시접속자수 등을 밝히길 꺼릴 정도로 흥행에 실패했다.

PC게임의 대부로 인정받는 이원술 대표(34) 역시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흥행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포가튼 사가' 등 국내 게임사에 길이 남을 숱한 작품을 남긴 젊은 거장에 속하지만 지난 5월부터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게임포털 '스타이리아'가 게임포털 10위에도 진입하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국내 최대 해외수출작인 '라그나로크'를 만든 김학규 대표(34)도 판타지게임 '그라나도에스파다' 흥행에서 세계적 게임개발자라는 명성에 금이 갈 정도로 실패했다.

이 게임은 올초 공개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엔 PC방 게임순위 10위권에 들었지만 곧바로 힘을 잃고 하향곡선을 그렸다.

게임유료화가 시작된 최근엔 50위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내로라하는 거장들이 이렇게 고전하는 이유는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만든 게임이라도 차별화에 실패하면 고정 팬조차 떠나 버리는 게임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송 대표의 'XL1'은 '콘솔게임 수준의 레이싱게임'을 표방했지만 현실감과 속도감 등에서 게이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결정타였다는 평이다.

작품성 못지않게 운영과 업데이트 등 사후 관리가 중요한 온라인게임의 특성도 작용했다.

그라나도에스파다의 경우 업데이트할 때마다 문제가 생기면서 사용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이리아'가 온라인 콘솔의 개념을 표방한 것과 '그라나도에스파다'가 복수 캐릭터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한 점 등은 신선한 시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