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NC가 (NC였나 AVGN이었나… AVGN은 확실히 아니었던것같고, 내기억엔 NC같은데 검색해봐도 동영상을 못찾겠음) 록맨 X의 오프닝 스테이지를 겁나 찬양하면서 요즘 게임들의 오프닝 스테이지는 왜 이렇게 깔끔하지 못하냐고, 쓸데없는 설명같은거 때려치라고 막 뭐라고 했었던것같은데, 물론 록맨 X의 오프닝 스테이지가 겁나 잘 만들었다는덴 동의하지만, 그런 논리는 사실 요즘 게임엔 적용하기 힘들지 않나 싶어요.

우선 요즘 게이머는 매뉴얼을 잘 안 읽습니다. 이게 요즘 게이머들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냥 안 읽는게 일상이 돼서 그런 감이 있습니다. 사실 텍스트를 잘 안 읽는 시대기도 하고… 물론 텍스트를 안 읽는건 별로 안 좋은 성향이긴 하지만 이걸 게이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제작사는 필연적으로 이건 뭐고 저건 뭐라는 식으로 게임 내 기능에 대해 일일히 설명할수밖에 없죠.

그리고 SFC 게임과 요즘 게임의 조작계통의 차이도 있어요. SFC 패드와 듀얼쇼크 3 (엑박 360 패드라도 괜찮음) 를 비교해보면 버튼수부터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SFC 패드에 달린 버튼은 기껏해야 십자키, 그리고 A, B, X, Y와 LT, RT, 스타트와 셀렉트까지 포함해도 12개의 버튼이 있죠. 듀얼쇼크 3를 이런식으로 세어봅시다. 우선 십자키와 ○, ×, □, △, 거기에 L1, R1와 L2, R2.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12개입니다. 아날로그 스틱이 2개 달려있고-이건 버튼 수를 세는게 무의미하긴 하지만 보통 4축을 기준으로 계산하니 8개라고 칩시다-아날로그 클릭도 가능하니 아날로그 스틱만으로 10개의 버튼이 추가됩니다. 거기에 스타트와 셀렉트를 더하면 총 24개의 버튼조작이 있습니다. 단순히 계산해도 SFC의 2배군요.
물론 버튼 수가 많은 만큼 안 쓰는 버튼도 있고 (예를들면 아날로그 클릭 기능은 안 쓰는 게임이 더 많죠. 셀렉트도 많은 게임에서 안 쓰거나 거의 있으나마나한 기능으로 씁니다.) 기능이 중복되거나, 메뉴를 열어서 쓸 수 있는 기능을 단축화한 편의기능으로 부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사실 버튼에 편의기능을 부여하거나 아예 안 쓰는 버튼이 있는 상황은 SFC 시절에도 있던 거니까 굳이 이걸 감안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심지어 아머드 코어 같은 게임은 그 모든 버튼에 각각 개별 기능을 부여하고 있는걸로 알고있는데 (…) 이건 제가 아머드 코어 시리즈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간에 제가 알고 있는게 맞다면 심지어 AC5는 어지간한 게임에선 쓰지 않는 아날로그 클릭 기능까지 사용하거든요.

휴대용 게임기에 이르러서는 더 상황이 심각해집니다. 단순히 버튼수만 따지면 휴대용 게임기는 동세대 거치형 게임기보다 버튼수가 부족합니다만, NDS 이후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게임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터치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게임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물론 이 역시 있으나마나한 기능이거나 편의기능 수준에 머무르는 서드파티도 있긴 합니다만, 터치를 본격적으로 이용한 게임도 퍼스트 파티나 세컨드 파티 게임 중에선 꽤 많죠.

아무튼 이런 조작계통의 변화와 더불어 게임 시스템 자체도 복잡화됐죠. 기계의 스펙이 높아지면서 표현 가능한 점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물론 이 와중에도 게임성의 변화가 거의 없는 텍스트 어드벤쳐 (특히 미소녀 게임) 류도 있긴 합니다만, 그건 논외죠.

이런 상황에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오프닝 스테이지나 시나리오 초반부의 연출만으로 보여주려면 튜토리얼만으로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어야 할지 모르겠군요. 참고로 비슷한 짓을 시도하다가 시나리오가 똥망했다고 개까인 게임을 저는 하나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긴 한데 주변 평가는 나쁜 파이널 판타지 13이요 (…) 물론 파판 13의 시나리오나 연출이 단순히 튜토리얼에서 게임 내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서만 나빠진 건 아닙니다. 그거 말고도 연출 자체가 워낙 용두사미처럼 뒤로갈수록 허접해지기도 하고, 좀 여러가지로 13은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문제작이었어요 (…) 하지만 그 원인 중 하나 정도로는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