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 개발자가 예전에 했던 말입니다만...(정확히는 스퀘어 까면서 했던 말이지만, 스퀘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개발사에게 던지는 조언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게이머는 주인공이나 주변인물 캐릭터가 게임상에서 뭔가 심오한 철학을 늘어놓거나
고뇌하는 씬에는 관심이 없고 지루해한다고 합니다.
대부분 바로바로 플레이로 넘어가길 바라죠.
컷씬은 최대한 실제 플레이와 연결되는 이벤트 수준으로 만들고.
이게 헤일로였는데...
어째 4탄에서는 온갖 대사 늘어놓으며 고뇌하는 치프옹을 보게 될 것 같아 불안하네요.
(1~3탄 다 합친것 보다 대사량이 많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음.)
헤일로는 실제 플레이를 통해 스토리를 표현했고, 그것도 유저가 강제로 보도록 만든게 아니라
화면 어디선가 연출되는 걸 발견해서 보든지 아니면 총질하느라 지나치든지 식으로... 선택권을 줬지, 강제적으로 유도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도 니네 게임 스토리에는 관심 없다...
근데 웃기게도 헤일로야말로 스토리로 먹고사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설정북만 백과사전 시리즈로 쭈욱 나올 정도고요.
결국 저 말은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이 아니라, 플레이 중 스토리를 표현하는 방법이 강제적으로 유저 시선을 고정시켜 컷씬을 보도록 만들거나
혹은 스토리 연출이랑 실 플레이의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져져 버리는 걸 비판하는 말입니다.
이유따윈 없고 존내 썰리는 거다...였던 닌자가이덴이
3탄에 와서 하야시가 내면의 폭력을 표현하겠다 어쩐다 하다가... 대사량 늘어나고 찌질대다가 망했는데...
그러니까 저게 스토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소리가 아니라
스토리랑 게임 플레이랑 균형을 잡으라는 말이었습니다.
번지가 만든 헤일로도 스토리로 먹고 사는 게임이거든요.
스타워즈 이래로 가장 설정게이들이 많이 양산된 게임이기도 하고.
근데 그런 설정이나 스토리를 표현하는 방법은 그냥 게이머가 발견해서 보든 말든 그 넓은 필드 어디선가 벌어지는 연출속에 존재하지만, 그걸 강제적으로 보도록 시스템이 카메라를 돌리지는 않거든요.
예를들어 헤일로2에서 카이로 기지에서 코버넌트 전함을 향해 맹렬히 포격을 퍼붓는 슈퍼맥건을 볼 수 있는데, 이게 슈퍼맥건이다...라는 표현도 없었고, 단지 설정상에서 5초에 한번씩 발사 가능한 궤도 고정형 맥건이 있다...라는 설정대로 그냥 5초마다 초고속으로 불을 뿜는 거대한 방어기지로 화면에 표현됩니다.
그것에 대한 설정 설명을 하는 장면도 없고, 그걸 유저가 강제적으로 보도록 만드는 카메라 연출도 없죠. 아예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거기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못보고 눈 앞에 적 썰어대느라 지나쳐 갈 겁니다.
헤일로의 컷씬은 대부분 한 챕터가 끝나고 다음 챕터로 넘어갈때 실제 플레이랑 연결되는 고리 역할 정도만 하지, 스토리 표현이나 설정 설명은 하질 않습니다.
전 npc 대사 하나하나 다읽는
온라인 게임할때도 퀘스트같은거 다읽어 보는편인..
게임에 나오는 표지판. npc 책같은거 다읽으며서 하는데 게임이 재밌는데 그런 짜잘한 스토리가 엉망인 게임도 있었고 게임은 별론데 스토리쪽이 재밌었던게 있었던.
스토리가 중요한 드퀘에서 자기가 용자가 되서 마왕을 무찌르는거에 몰입하는건데
온라인은.. 너나 나나 용자.
디아블로 3의 일부 부분에서는 오히려 무거워야 할 부분을 너무 빨리 지나쳐버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보 미안하오"
"여보 도와줘요 아악..."
"할아버지의 무덤은 흐느끼는 벌판에 있소."
몇초만에 저런 상황이 되는데 말이죠... 처음에는 히드리그 이 매정한 놈...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중간중간 주인공은 "도와주는데 미안해할 이유는 없죠." 같은 소리를 하는 바람에...
몇번 더 플레이하고 그와 계속 대화를 해보고서야 그가 그동안 괴로워한 것을 알겠더군요.
그렇긴 해도 게임이라는 장르는 감상( 지켜보는) 보다는 플레이( 조종하는) 쪽이 더 마음이 편한 것 같습니다.
으악.. 제발 세이브라도 하게 해줘.... 라 몇번이나 외치게 되는 게임들도 있고 제발 이 장면은 스킵하게 해줘 벌써 몇번째나 봤는데... 같은 경우도 있고...
한창 보스전 하려고 긴장하고 있는데 질려버리게도 긴 이벤트로 사람 진을 빼놓기도 하고...
그러게요, 보고싶은 사람은 '찾아서 볼 수 있게' 해주고,
귀찮거나 싫은 사람은 그냥 지나쳐도 큰 문제 없는 ( 이해의 폭은 좀 줄어들수도 있지만.. 스스로 판단하는 부분도 있으니.. )
스토리 텔링 방식 선택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기는 합니다.
좀 더 풀어서 표현하자면,
한참 게임중엔 게이머가 심오한 내러티브나 깊은 스토리를 느끼지 못할정도로 컷신을 연출하고,
흥미가 생겨서 깊이 파고드는 게이머를 위해 굉장히 세세한 설정을 할정도로 스토리/설정에 공을 많이 들여라..
하지만 기획/개발자들이 그 공로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장황하게 게임속에서 표현하면 안된다..
쯤 되려나요?
뭐, 처음부터 스토리를 위주로 흘러가는 매니악한 게임도 있긴하지만,
대부분 '대작'이라 칭송받았던 게임들을 보면,
처음엔 쉽게쉽게 넘어가다가 나중에 엔딩을 보고나서 무릎을 탁치며, '아.. 그런 복선이 있었구나..'하는 게임이 많았던것 같아요.
반대로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하는 게임들중에 용두사미인 경우도 제법 있죠.
아무튼 설정을 만든다거나 플롯을 짜는게 말처럼 쉬운일도 아니고,
좋다고 만들어놨는데 정작 유저들에겐 외면받기도 하는걸보면 보통일은 아니죠.
스토리도 따져보는 나는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