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시리즈와 뮤의 성공사례, 향후 MMORPG의 방향.


이번에 크로니클 4로 업데이트된 리니지 2가 온라인 게이머들에게 호응을 얻고있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크게 세가지로, 첫번째는 시간관리다.
몹과 몹 사이의 간격, 마을에서 사냥터까지의 간격, 스킬을 배울수 있을만큼 사냥하는 시간과
시간 사이의 간격, 한마리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이 미묘하게 잘 조화되어 있다. 캐릭터가
달려가는 모션이 예뻐보이는 이유는 캐릭터가 현실성을 담고있어서가 아니다. 클릭후 목적지
까지 달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의 관리가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리니지 2처럼 넓은 전체맵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면,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기 마련이다. 거기에 소비하
는 시간을 사냥으로 보상하고 있다. 만약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5분, 몹 한마
리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이 3초라면, 달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낭비라고, 속터진다고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몹 한마리를 잡는데 15초가 걸린다면, 아 이제 도착했구나. 30초에 한마리씩
사냥이 가능하다면, 제법 빨리왔구나 하고 느껴진다. 그것이 시간관리다.
종족별 이동속도, 이동속도 향상물약, 윈드 등으로 시스템이 가진 한도 내에서 유저가 원하는
시간을 관리할수 있다. 이것은 아래 나올 '파티시스템' 과도 연계되어 있다.

둘째, 유저간 경쟁부분이다. 리니지2의 아이템 시스템은 단계별 착용제한의 한도 내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마음대로 착용할수 있도록 하고있다. 드워프라는 제작, 수집에 특화된 직업군이 존재
하더라도, 게임내의 모든 경제적 활동은 사냥으로 귀결되고있다. 더좋은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사냥해서 더 높은 레벨로 렙업해야한다. 저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한 재료를 드랍하는 몹을 사냥해야한다. 상점에서 팔지않는 높은 단계의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드워프가 만들어야한다.
이런 이유들은 이쁜 캐릭터와 무기,갑빠의 뽀대를 통해 경쟁심리를 자극해서 더 좋은 데미지,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고 싶고, 대박아이템의 드랍 혹은 지존아이템의 습득을 바라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NC에서 제작한 대표적 MMORPG인 리니지 시리즈는 사냥,제작,길드(혈),공성에
이르기까지, 커뮤니티보다는 유저의 경쟁 부분에 더욱 촛점이 맞추어진 경우다.
더많은 사냥시간으로 더많은 몹을 잡아 더많은 부를 축적하여 남들보다 잘나고 싶은 게임.
리니지, 리니지 2가 그것이다.
더욱이, 경마라는 현실의 레포츠를 따온 몬스터 경주와,
리니지 1의 소위 대박 주사위 놀이 등으로 인해, 그 경쟁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에 리니지의 성공요인이 있는 것이다.
리니지 2 가 대한민국 최초로 파티중심의 온라인 게임을 정착, 성공시켰다는, 나이트 온라인이
들으면 살짝 삐질것같은 광고를 과감히 내고 있을만큼, 리니지 2는 파티중심이라고 표현할수
있다.

세번째 파티시스템. 그 파티중심이라는 것의 정체를 파헤쳐보겠다.
나이트 온라인의 경우, 전사,마법사,로그,사제로, 정말 알기쉽게 이루어진 4가지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다, 파티시스템과 수많은 스킬들로 인해 다양한 육성이 가능하게끔 하고있다.
나이트 온라인의 유저들은 한결같이 재미있다고 한다. 그래픽이 구리다는 말은 있어도,
재미없다는 말을 하는 유저는 정말 드물다.
그러나, 게임 트릭스가 검색한 순위에서 시장점유율 50위권 안팎에 이르는 처절한 유저수를
보유하고 있는 게임 역시 나이트온라인이다. 왜그럴까? 재미있다는데 왜 유저가 없을까.
바로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극찬한 파티시스템이 유저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경우가 되고있다.
이유는, 파티를 안하면 사냥이 안되기 때문이다.
또, 한사람이 '2컴 3컴을 돌릴수 없는 구조' 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단순한가. 그러나 너무나 치명적인 이유이다.
파티 시스템이 너무나 잘 되어있어서 재미를 느끼는 유저들은,
바로 그 파티를 하기위해 기다린다. 그리고 그 기다리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유저들은
알트 탭을 눌러, 다른 게임을 다운로드할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운로드된 그 다른 게임을 설치하면서 독백한다.
"재미있는데 파티구하기가 힘들어"

리니지 2의 경우를 보겠다. 너무나 많은 직업과, 각종 직업별 중뷁신공 포함 다양한 스킬들.
직업별 색깔이 '스킬 2~3개 차이' 로 갈라져버리는 게임이며, 나이트 온라인과 마찬가지로
파티중심의 게임이다.
리니지 2가 성공할수 있었던 이유는, '솔플도 되지만, 파티하면 더좋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나이트 온라인이 '솔플하면 빡센' 게임인 것에 비교했을때, 너무나 간단한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리니지 2의 손을 들었다.
그리고, 유저들이 리니지 2의 손을 들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한사람이 10컴도 돌릴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사냥뿐만이 아니라, '돈 잘번다'는 드워프의 존재로 인해,
'한사람이 20컴을 돌리면서 시세조작을 하는 짓' 이 가능한 게임 역시 리니지 2다.
즉,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하는것이 가능한 게임으로 설계되었으며,
바로 그 점이 유저들의 경쟁심리를 더욱 더 부추기고, 유저들을 끌어모으는 주요한 원동력중
하나가 되고있는 것이다.
1컴을 돌리며 사냥하는 유저 누구나가 다 '밀때 프로핏' 을 원하듯이 말이다.

확실히 리니지, 리니지 2는 엄청난 유저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에' 엄청난 유저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인지,
'장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엄청난 유저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인지, 나는 알수없다.

게임 트릭스의 정보 역시 바로 '1인 다컴 장사' 를 벌이고 있는 게임인 것에 비교했을때,
실제 게임을 즐기기 위해 접속하는 유저수는 실제 데이터가 표시하고 있는 유저수보다
적다고 보아야 맞을 것이다.
(리니지 1의 은기사 마을 장사꾼들은 하루 24시간 그자리에 못박힌듯 서서 똑같은 말만
외쳐대고 있지 않은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

원클릭으로 시작해서 띵소리로 끝나는 뮤 역시,
"인챈트가 더해질수록 갑빠의 뽀대가 작살입니다" 라고 홈피의 가이드란에도 올라와 있듯이,
마찬가지로 경쟁 게임이다. 또한, 리니지 2의 예에서도 알수 있듯이, 한사람이 10컴도 돌릴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처음부터 의도된 설계는 아니었을지라도, 게임 자체의 구조가
그렇게 설계되었으므로 틀린 판단은 아니다.

즉... RPG의 차원을 살짝 벗어났다고 할수있다.

문제는, 유저들이 '경쟁' 에서 재미를 느끼느냐, '게임' 에서 재미를 느끼느냐에 있다.
게임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유저가 항상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했다가, 저렇게도 할수 있는 일들을 유저는 바라고 있다.
단순히 힘캐릭을 키웠다가 다음번엔 민첩캐릭을 키우고, 그다음엔 지능캐릭을 키우는
유아적 수준을 벗어나, 인터렉티브를 눈으로, 손으로, 머리로 행할수 있는 게임이다.
심즈가 다른 유저와 경쟁할수 있어서 대박이었던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보다는 협동,친목(인공지능에 불과했지만)이 더욱 강조되는 게임인데다,
온라인이 지원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게임 기록을 갈아치워버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뭐가 재미있어서 그랬을까?
유저들은 심즈를 통해 항상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재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현재의 MMORPG 의 대표주자라 할수있는 리니지 시리즈.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영원한 뽀대로 기억되는 뮤.
그 게임들이 유저들을 그토록 모을수 있었던 이유는 그 게임들이 재미있는 RPG여서가 아니다.
편법이 가능하고, 보기에 멋진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뮤의 그래픽이 아무리 현란하고 좋아도, 8시간, 12시간, 24시간동안
똑같은 장소, 똑같은 몹, 똑같은 마법을 난사하고 있다면 그건 아무리 좋게 봐도 재미라고
보기 힘들다. 오락실에 담배 물고 앉아서 백원짜리 동전 수두룩하게 집어넣고 하염없는 표정으로
버튼만 툭툭 두드리는 것과 하등 다를바가 없지 않는가.
소위 올쎄븐이라고 불리우는 '대박',
축석과 영석, 엑템이 동시에 드랍되는 '대박'
어디에 차이가 있단 말인가.

리니지 2의 그래픽이 아무리 사실적이고 파티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도, '1인 다컴' 이 가능한
게임임을 부정할수는 없는 일이다. 빈익빈 부익부를 현실적으로 잘 조장시킨 게임으로써,
유저들에게 '컴퓨터를 한대 더 사' 라고 무언의 압박을 주는 게임이기도 하다.
리니지 2가 유저에게 하는 말은,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초반 공원에서 네오 vs 복제된 스미스 요원들과의 한판 승부중
네오에게 얻어맞아 철조망까지 나가떨어진 스미스 요원의 분노의 한마디와 다를바 없다.

"...More!"

리니지 2는 즉, '1인 다컴' 이 가능한 환경에서, '경쟁' 부분을 돋보이게 설계함으로써
유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결론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그것이 설령 사행성을 조작한다며 19세 판정을 내려버리는
고스톱일지라도, 유저들이 재미를 느낀다면 틀림없이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액션 RPG 라면, 유저가 참여할수 있는 부분이란 바로 '액션' 이다.
예쁜 화면만 24시간 쳐다보게끔 만드는 게임은 '액션' 이라고 보기 힘들다.
유저가 '액션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수 없기 때문이다.
장사와 제작이 가능한 RPG라면, 한사람이 20컴을 돌리며 장사와 제작을 할수 있도록
하는것보다, 유저가 참여할수 있는 여지를 더많이 남겨놓는편이 좋지 않겠는가.
편법이 통하는 게임에서 홀로 1컴을 돌리며 소박한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유저들에게
있어서, 20컴을 돌리며 하루에 수천만씩 벌어들이는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고 싶은 사람
이외의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리니지와 뮤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듯이 보인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세계수준으로 올라선지 이미 수년째,
현재 상황은, 엔터테인먼트의 수준이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유저들의 안목은 점점 높아져만 가는데 온라인 게임의 수준은 더디게 상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