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만화연재작가 도바(Dova)님의 블로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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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희망이 뭐예요?"

"커서 뭘 할 생각이시죠?"




많은 사람이 내게 하는 질문들이다.

나를 자신의 미래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 후배들,

또는 애니메이션 과를 간 학생인 나라는 샘플을 앞에 둔

부모님의 지인분들, 그리고 학원의 학부모들의 질문이기도 하다.



예전 같으면 정말로 자신있게 외쳤다

선생님! 그림쟁이! 만화가!(이런 변천사로 바뀌어오긴 했지만 ㄱ-)



요즘은 이런 질문들 만큼 날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도 꽤 드물다고나할까..

결국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해버리고만다





"어디든 제가 필요한 곳이라면요.

정말 내가 일을 해야 할 나이가 됐을때 날 불러주고,

또한 내가 그곳에서 확실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요."



그리곤 덧붙인다

"먹고 죽을래도 없으면 학원강사나 평생 하고살죠 뭐 ㄱ-"

....................





어찌보면 참으로 무책임한 대답일지도 모른다.

너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에이- 그런 말 누가 못해 라고 속으로나마 나에게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정말 모르겠다.

내가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진실로 나는 지금 내가 커서 무엇이 될것인가에 대해 자각이 많이 부족하다.



그도 그럴것이 난 정말 스스로에게 답을 얻어내지 못하는 ....

가장 중요한 질문이있다.



"넌 그림쟁이니?"



난 스스로도 자칭 그림쟁이인데다가,

사람들은 이미 프로물에 발을 담은 준프로정도는 아니냐는 말들을 한다.

그래서 더욱 내 애매한 태도는 상대방에게 실례로 다가가는 것 같다.



또, 그렇기때문에 미래에 대한 얘기는 피하거나 머뭇거리게 되는 것 같다.







난 그림을 아주 좋아한다.

내가 가진 상상의 나래들, 무한한 상상력과 마음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쉽게 타인에게 전달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사실 타인을 설득시키는 매체로써 그림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림을 너무 좋아했으니 필요이상으로 집착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진달까...



난 내가 가장 많은 재능을 가진 곳으로 빛을 발하길 빈다.

그림쟁이란 위치의 나로썬 너무 많은 한계를 경험했고

재능의 차이에 눈물도 많이 흘려봤고..

또한 오로지 보여지는 뎃생만이 실력의 척도라 구분짓는 사람들에게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비참해지는 스스로도 싫었다.



그림쟁이들 세계란 참으로 쓴웃음이 나오는일이 많다.



그림쟁이=일러스트레이터 라는 경향이 너무나 강하다.

잘 그리는사람=뎃생을 잘뜨는 사람 이라는 생각 또한 정말 많다.

모두들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서도 어느샌가 대화를 하다보면

무의식 그 이상으로 사람들은 자기 말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이내 더 서글퍼진다.

(나라고 전혀 그렇지 않다는건 아니라는건 거듭강조한다 ㄱ-)



우리나라 그림들은 인체지상주의다 ㄱ-

과반수 이상이 그렇다.

물론, 뎃생이 훌륭하면서 타인의 장점도 유연하게 받아들여주고 따뜻하게 격려 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넘치거나 디자인적인 발군의 센스에 강한

사람들은 보통 어느 한계까지 인지도를 가지기 힘들다.



아니라 해도 이건 사실이다.

다들 부정하지만 정말로 조금만 고개를 들고 보면 금새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다.







난 웹이란 매체가 참으로 조마조마하다.



웹이란 너무 단편적인 부분만 보여주는 곳이다.

그사람의 진가를 판단하기엔 너무나 미흡하다.

인터넷에서 가진 거품을 가지고 정말 선전하며 잘 되어가는 사람이있는가 하면

다른 재능이있다 할지라도 웹에서 보여지는 부분이 미흡했기 때문에

소외되고 낮은평가를 가지고 자신의 실력에 자신을 잃고 사라져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철든 후에 웹이란 것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의 내면만을 바라보며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많이 그려봐야하는 부분도 없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즐거워서 거리낌없이 많이 그리는 것과 자신이 잘그리는 줄 알고 웹에서 작가행세하며 떵떵거리며 그리
는것과는 물론 천지차이다 ㄱ-)





항상 내 입버릇은 30세가 넘어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나이가 되기 전에

여러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성장하고 싶다
이다.

어린나이부터 자꾸 주목만 받아온 사람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동인계는 우리가 이끌어나가자(........) 라고 했다는 모 동인들 얘기 듣고 얼어버린 기억도 있기 때문에 더
더욱 나를 가다듬는데는 도움이 되었다 ㄱ- (니들이 락커냐 ㄱ-)





실패 해 본적이 없거나 타인과의 다름에 부딪혀 보고 상대성에 크게 데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 성장하
지 못한다.

그곳에 안주하며 그것에 만족한다.

그리곤 이내 거만해진다.

사실은 자신들이 있는곳이 우물안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그저 그렇게 이 조그만 개구리는 자기자랑에 콧대를 세우고 마냥 개골거린다.



자신이 굉장히 유명하다고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함부로 극강이란 말을 입에 담는다.

그리고 그런 대우를 당연시하게 여기고 또 우쭐해한다.



사실은 상처받기 싫은거면서.

사실은 더 발전할 의사가없는거면서..

사실은 머리아픈 문제가 생기면 무작정 타인뒤로 숨고 도망쳐버리는데 익숙해졌을 뿐이면서..



도망치고있을 뿐이란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귀를 막고 마냥 개골거린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화가 난다기보단..

그냥 씁쓸하게 웃으며 감사한다.



내가 타인의 저런 면에 대해 재수없다 라는 감정보단 옳지 못하다고 느끼고,

나는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자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고맙다 나에게 경험치를 주어서.





좀 얘기가 무지하게 새서 그림쟁이들 사이에서 느끼던

우울한 얘기에 대해 나불나불 샜지만 -_-;;;;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나는 내가 최선을 다하고 가진 재능을 빛낼 수 있는 곳에 있고싶다.

그리고 그 재능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림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ㄱ-



PD.



난 사실 프로듀서 계열이다.

내 자신의 소질과 결점을 찾고 확인하고 보완하고

내 자신을 쌓아올려가고 완성시켜나가는 것을 즐기는 완벽주의 A형이다.



내가 완벽주의이기 때문에

내 스스로가 한없이 그림에 대해 모자르고 재능조차 많지 못하다는데

조바심내고 스스로를 닥달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생각해보니...









그럴싸하잖아? ㄱ-





난 시나리오를 짜는데 민감하다.

공개된 작품도 몇 없어서 내 실력을 내가 평가하는 것도 우습고,

또한 객관적으로 내 작품의 지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적어서 장담도 못하겠으나

우선은 무언가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기획하는 데에는

꽤 체계적이고 계획적이다.



시나리오 분석학 수업을 좀 듣고나서 더욱 시나리오와 구성의 법칙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는데.

하도 깊이 빠져서 내가 다른 작품을 볼때마다 증여자와 주인공이 어떻고

여기서 증여자와 보조자의 역할이 어떤식으로 변환되기 때문에

이건 어느 파트의 복선이 무슨 파트 어느 복선에서 어떤 구실을 해서 좋았다는 둥이라고 마구 감동해서
지껄이면



다들 - <-이런 얼굴 표정이된다...

[.................................ㅈㅅ]





그게 굳이 어려운 말 써서 아는 척 하고 싶은게 아니라 ㅠ_-

사실은 시나리오는 일종의 수학 공식이다.

사실 잘된 작품은 모든 방정식에 들어맞는다.

그리고 일부러 방정식을 깨고 변형하고 외도하기도한다.



우연히 공식에 맞는 것도 잘만나오면 좋지만

굳이 공식이 나쁘다는 발상은 정말 허접한 것이고..ㄱ-

(<-그런 사람들을 가끔 보는데 얼굴보면 -님은 남이 인체뎃생도

안하고 인체 그릴라고 하면 욕할거면서. 라고 해주고 싶음 ㄱ-)





프로듀싱의 재미는 이런 부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동인계 자체가 소규모의 사회다.

외국의 고등학교에서는 사회를 이해시키기 위해 주식을 약간 사서 돌려보는 수업까지 있다고 할 정도니
까.

사회의 흐름이란 정말로 작은 흐름에서부터도 아주 순리대로, 규칙적으로 돌아가고있다.



내가 만들어가는 곳은 아니지만 동인이나 웹또한 작은 하나의 심시티이다.

누가 어느 곳에 어떤 배치가 되었을 때 빛을 발하는가,또한 손해를 보는가

모든 것이 사실은 운만으로 이루어지는 흐름은 아닌 것이다.



매체의 활용, 파급의 효율,시장의 흐름,성장의 속도....

....정말 일일히 나열할 수는 없지만 그 모든 흐름들이 나에게는

정말로 가슴 두근두근하고 광범위한 드라마다.





모두가 너무너무 멋져. 너무나 즐겁다.



이런 것을 구상하고 또 이용하고 사용 해 보고

그로 인해 내가 예상한 결과를 얻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오해받을까봐 말하고 싶은 것은

난 내 장난이나 즐거움의 수단만으로 그림을 대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블랙리본선언도 했을만큼 그림은 내 일부다 ㄱ-

단지 묵은 예술가 정신으로 "사람은 오로지 마음만으로 그려야 한다" 라기보단

즐기면서 그리고 가능하면 파급과 효과를 노려서

더 많은 사람에게 즐겁고 화려한 축제가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입장이다.



그리고 그 모든 파급과 매체의 함축된 결정체가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용 애니도 있지만 상업용 애니일수록 이 부분의 중요성은 강조되지않을래야 안될 수가 없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원더풀데이즈를 가지고 훌륭한 애니라고 말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은 다들 인정 할 것이다.



다들 보고나면 딱 한마디한다.

"안되는줄알면서 왜그랬을까 ㄱ-"



......



나 또한 학과 수업때 같은 질문을 했었다.

"교수님, 저 시나리오가 말이 되지도, 신선하지도,재밌지도 않다는 것을

시나리오 작가...아니,정말 지나가는 초등학생 한명에게만이라도 보여줬으면

금새 발견했을텐데 왜 저문제를 가지고 2년이상의... 그리고 수십억원의 투자를 한 것입니까?"



대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그것이었고, 또한 공통된 의문이었다.





현장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이신 교수님은 나를 빤히 쳐다보시다가

아주 즐겁게웃으셨다.

그리고 이내 나에게 되돌려 질문하셨다.



"글쎄요......왜그랬을까요?"





그리고 여러 토론을 벌인 후

교수님은 생각할 여지를 몇 개 던져주신 후 마무리 지으며 한말씀하셨다.





"난 지금 그 질문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 그 마음을 잊지마세요.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세요.

그 마음을 가진 채 프로가 되십시오."







왜 그랬을까?



꽤 오래 생각 해 본 후에야....

그리고 창작에 몸담은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고....

창작을 하는 나 자신의 매너리즘에서 하나둘 무언가를 부딫혀가며

새삼 어렴풋이나마 그 답에 가까운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창작을 할때 남의 말을 듣기 싫은거다.





자기만족을 위해 그리고 그림을 모르는 사람의 평가에 마음에 안드는부분이 있으면

몰라서 하는소리라며 일단은 배척 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부분에 그림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붙여 미경험자를 윽박질러서

더이상 지적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하나하나가 쌓여서 그 주변엔 객관적인 지적이나 충고를 해 줄 만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간다.



단위가 큰 작업일수록 귀를 막고 작업하고

혼자 해낸 것에 묘하게 자부심을 느낀다.

밤새고 무리해서 벼락치기하는 근성이 자신의 열혈근성이라 착각하고 자부심을 느끼며,

그로인해 떨어지는 효율에 대해선 듣기조차 싫어한다.



상업성이나 일반인을 고려해서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는 것을 수치라고 여기며,

그렇기 때문에 (이럴때만) 순수한 예술가 정신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부류엔 학생시절의 나도 포함되어있었다.

얼굴이 새빨개졌고 그뒤로 꽤 오랜시간 잠을 설쳤던 것을 기억한다.





사람은 자신이 해당되고 싶지 않은 부분에 자신이 해당 되어 있다는 것을 참을 수 없이 무안해한다.

그래서 나는 예외야 라는것을 거듭 강조하고싶어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너무 지독하리만치 배척하고 혐오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사실은 혐오감을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사실은 자신 또한 그것과 많은 시간, 많은 부분이 닮아있었음을 자각했기 때문에

일종의 자기방어적인 피드백이 아니었을까 한다.



자신과 닮은 실수를 하는 후배가 더 밉고 더 짜증스러운 이유는

이것에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부분또한 난 부끄러운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랬기 때문에,

그리고 깨달았기 때문에 사람은 변할 수 있는게 아닐까.



이제는 알고 느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그것을 피해가려 노력하고

실수를 돌이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좋은게 아닐까.





그러니까 굳이 화낼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고치면 되잖아.

앞으로 잘하면 되잖아.



그렇기 때문에 난 이런 글을 쓰는 지금도

난 이런 애들이 아냐!라고는 절대 말 안하겠다.

부정은 안해.

나도 가지고 있던 편견이고

가지고 있던 실수였다.



하지만 그것을 느낀 시점부터는 고치려고 노력하고있다.

잘 되어가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력중이다.



.....그래도 나이를 한살 더 먹으면 내가 가진 편견들과 습관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찾아내고 부끄러워하고 있을 것이 뻔하겠지만 말이다.









만화는 공통예술이자 공통문학이다.



노력하고 발전하는 작품이라면,

그 어떤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존중받고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인정을 받기 위해 작가들은 좀더 노력하고

연습하고 타인의 장점을 받아들이며 귀를 막지 말아야한다.



사람들은 문모가수가 곡을 만들기 일주일전부터 아무노래도 안듣기 때문에 자신에게 표절은 있을 수 없
다고 말했다는 소문에

정말 내가 옆에서 듣기 민망할정도로 비난하고 조소하면서

자신들은 아니라는 양 그부분을 조롱한다.



하지만.....사실은 당신들도 같아.



타인그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자신의 순수한 창작이라고

믿고있는거잖아.



그건...







자랑이 아냐.





그 부분을 깨닫고 부끄러움과 무안함이란걸 알게된건 고등학교 생활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소중한 친구놈중 하나인 녹스에게서 배웠다.



이 자식은 정말이지 빠르게 성장한다고 생각했었다.

(아마 블로깅에 지이름 적은거 알면 칼들고 쫒아오겠지만 ㄱ-)

난 처음에 그게 그림을 그린 햇수와 재능의 차이라고 믿었다.



항상 붙어살던 이놈은 정말 살아있는 링크 미디어였다.

부다다다닥하고 메신저에 하루에도 수십차례 그림이미지 주소를 띄워준다.



이 사람 너무 이 부분 잘하지 않냐

이 사람 이런거 끝내주지 않냐

아 이사람 이런 이런거 왜이리 잘하냐.



내가 받아본 그림들은 정말로 굉장한 것들도 많았지만

사실 너무나 볼품없고 작아보이는 것도 많았다.



어린 맘에 건방졌던 난 그 그림에서 문제점 뜯어보기에 바빴던 기억이 난다.

이 사람 코 이상해

저 사람 색이 이게 영 아니잖아.



........



내가 정말로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것을 깨달은 건

그녀석과 붙어놀게 된지 1년정도 후 였던 듯 싶다.



같은 그림을 놓고도

그녀석은 장점을 봤고 나는 단점을 봤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이후 얼마나 큰 페이스의 폭을 주었는지는 굳이 언급하지않는다.



사실 타인의 단점은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니란 것을...

타인의 단점이있으면 스스로의 단점을 돌이켜보고 반성하기 위한 용도가 아닌 이상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타인의 장점에 감동하고 그것을 내것으로 받아들이고

나도 그러한 장점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었다는걸........



그녀석을 보고 배웠다.





그리고 그날 난 처음으로 "눈이 높다" 라는 개념이 완전히 수정되었다.







이후 난 많이 변했다.



남이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여준 그림에서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왠만한 그림에선 뭐가 문젠지 보이지도 않는다 ㄱ-;;;

(이건 사실 내가 기초가 모잘라서 그런 문제겠지만;;;;;)

타인의 장점을 보고 내가 강동받았을 때는 반드시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꽤 의식하고 노력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자 정말로 습관적으로 타인의 장점을 보려하는

습성이 생겼고,

덕분에 욕심이 너무나도 많아져서 자신의 금덩이를 들고도 남 보석 탐낸다는 핀잔을

들을정도로 타인의 장점에 너무나 부러움을 드러냈고

또 가지려고 발버둥쳤다.



물론 그렇게 하자 정말로 빨리 내 그림은 바뀌었다.



그림을 모르는 사람의 말에 최우선 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또 그렇게 들은 지적은 애매모호하더라도

최대한, 가능하면 놓지지 않고 되새겨 보려 애썼으며

노트를 장만해서 들었던 장단점을 적어두고 분석해보는 짓까지 하기도 했다.



아니 사실 들인 노력에 대한 얘기를 이곳에 다 적으면 ㄱ-



세상에 그만큼하고도 그거밖에 못그리나..

라는 수줍은 소리들을까봐 차마 못적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해온 노력에 비해선 별로 늘진 않았다 ㄱ-;



하지만 내 이러한 노력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왜냐하면 난 정말로 여러 방면으로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연출 극화 에스디 애니메이션 디자인등등

꽤 여려 부분에서 중간 이상은 할 정도의 문어발을 펼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ㄱ-



그와 함께 성장한 것은 타인의 재능을 찾아내고 분석하려는 시각이다.







저 사람이 어느 포지션에서 무엇을 하면 좋은 사람이란 것을

새삼 하나 둘 새로이 보고,파악하고 끄집어내게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내가 유능한 PD는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서도.

적어도 내가 저사람의 장단점에 너무나 무지해서 실례를 범하는 일은 줄어 들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줬던
것이다.





또 글을 쓸땐 언제나 이렇게나 진지하고 딱딱해서

친구들에게 한소리 들어먹지만서도 ㄱ-

사실 사교성도 밝고 친구도 꽤 있는 편이다.(정말?)



리더쉽도 없는 편은 아니고....

(...주변 사람들에겐 사장님/선생님/형님 스타일이란소리만 죽어라듣는다ㄱ-)



이런 특성을 모아서 보자면 난 PD가 실은 제격이 아닐까 싶어진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창작엔 타인의 개입을 꽤나 꺼려하고,

상업성이나 공식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들으면 기겁을 하고

이런것이 반영되면 자신의 작품이 싸구려가 되는 기분이 드는 양 거부하는 사람이 많아서

사실 난 앞으로 이 길로 갈 수 있을지 어찌될지는 모르겠다 ㄱ-



그래서 난 가장 내 프로듀싱에 이의를 제기하지않고 잘 따르는

나를 훈련시켜서 키워낸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ㄱ-

(그래서 성에 안차서 열받아 죽겠다 ㄱ-)





하지만 타인의 그림을 ....내 그림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하고,

그에 맞는.... 고치기위한, 또는 성장하기 위한 연습과 훈련을 반복하고

그렇게 성장 해 나가고 성공 했을 때의 경험의 기쁨과 성취감은

정말로 값으로는 따질 수 없다.



타인의 작품이어도 내 노력이 함께 들어간 것은

정말로 내 자식인 마냥 애착이가고 잘 되면 더 좋은 것이니까.

또 그런 여러 장점을 반영해서 나도 경험을 쌓고 성장해나가면

더더욱 멋진 일이니까.





타인의 장점이 너무 좋다.

빛나는 그 재능이 너무 좋다.

타인의 기술에 반해서 두근거리고

타인의 작품 하나하나에 감동을 받을 때 너무 좋다.

다른 사람이 내 지적과 조언으로 성장해 나갈때 기쁘다.



또한,이러한 내 성향 때문에 나또한 성장할 때 너무나도 기쁘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신뢰 받는 것이 기쁘고

그렇게 신뢰받아 함께 쌓아올린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 난 너무나 기쁘다.



난 이런 일이 너무나 좋아.

분명 이것은 내 적성인 듯 싶다.







하지만 난 내 미래가 이것이라고는 확신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내가 지금은 이러고 살더라도

미래엔 여자 프로레슬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 ㄱ-



그리고 난 인터뷰에 나와서 이렇게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저사실 만화도 그렸었습니다.:)"





정말로 미래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장담 할 수 없으리라.

난 그렇게 생각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란 좀더 부딫혀보고 새로운 것을 접해 볼 값어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그림을 그리고있다고 스스로는 평생 이길만 가야한다고

자신을 그곳에 가두어놓고 괴롭히는건 너무나 슬프잖아 ;ㄷ;

사실은 더 큰 가능성이 바로 옆에 있는데 못보고 있을지도 모르는거다.





이쯤 쓰고나니 문득

미술학원 소묘실에서 내 그림을 봐주시는 선생님 옆에서

내가 스스로 내 단점에 대해 지적해대며 앉아있을 때

한참 가만히 들으시다 그리던 연필로 내 머리를 톡톡 치면서 했던 말씀이 떠오른다.





"너 니 제일 큰 문제점이 뭔지 알아?









넌 너 자신을 너무 잘안다는거야.



그리곤 이러니 이러하다 하고 확정짓지.



단정짓지마.

가능성은 단정지으면 묶여버린다고."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되는 말이다.

언제나 말로 딱부러지게 정리 해대려 하지만서도

항상 여지와 가능성의 길은 남겨두고 움직이는 습관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었으니까.







그리고 그로부터 4년후,

나는 (지금도 내 은사나 다를 바 없는,) 학원에서 만난 내 선생님이자 스승님인

종민선생님께서 해 주신 비슷한 말씀을...

하지만 좀더 나에 대해 가능성을 가지고 배려깊게 해 주셨던 말씀을 아직도 기억한다.









"네가 가진 그 재능은 지금은 많은 비난을 받을지도 몰라.

아직은 감각이 무르익을 시기고,

그렇기때문에 감각으로만 그린다고 해서 한계나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을테니까.



하지만 네가 조금 더 성장하고

조금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되었을 때는



분명 네가 가진 그 재능은 둘도없이 강한 무기가 되어줄거야.

네가 나이를 먹고 공감대가 변해간다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줄거야.





....

훌륭한 네 장점이 되어줄거야."



















................



네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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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창작을 할때 남의 말을 듣기 싫은거다."


뭔가 제 가슴에 울리는 말이여서... 훌쩍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