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안되고 게임은 된다.    


얼마 전, 한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약은 불법, 게임은 합법이라는 말이었는데,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둘다 중독성이 있는데 하나는 법에 걸리기 때문에 공공연히 홍보행위를 할 수 없지만 게임은 합법적이어서 대형 일간지에 광고를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약팝니다.'라고 광고를 하나 내는 순간 당신은 졸지에 마약상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비슷한 예로 소비자의 중독성을 이용하여 사업을 벌이고 있는 담배회사는 담배곽에 반드시 담배의 유해성을 명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게임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러고보니 둘다 똑같이 소비자의 중독성을 이용한 장사인데 좀 불공평해 보이기는 하다.

잘 알다시피, 게임은 게이머들의 중독성을 유발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해둔다. 그것은 영화에서의 흡인력있는 스토리와 비슷하다. 시놉시스를 읽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 꼭 봐야겠다'라는 느낌이 들게끔하는 영화가 있다면 겉포장만 보고도 '재미있겠다'라고 생각되는 게임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옥상에서 풀려나는 장면에 이르러 관객들은 이미 영화가 주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풀려났는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관객들은 풀려난 오대수가 이제부터 무엇을 할까에 촛점을 맞춘다. 게임에서는 초반의 적응기를 지나게 되면 본격적으로 게이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나타나게 된다. 이른바 전직이라든지 어디로 가야 무엇을 할 수 있다든지 하는 문제로 그들의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유발시킨다.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러한 궁금증은 불과 수 시간만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은 영화와 달리 게이머에 따라 수 십 시간 혹은 수 백 ~ 수 천시간에 걸친 플레이타임을 가진다. 이러한 긴 시간 동안 지속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만한 장치는 꼭 필요하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그 필요성이 두드러진다. 1회성 패키지 게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게이머를 끌어모아야하기 때문이다.



중독성이 있는 기호식품인 담배는 매체에 광고를 게재할 수 없다


어떤 온라인 게임은 아이템의 희소성으로 게이머를 중독시키고자 노력한다. 여기에서 중독이란 담배에서의 그 중독과 같은 의미이다. 이때 게이머는 부지불식간에 게임의 재미라기보다는 중독성의 노예가 되는 경향이 다분하다. 물론 이때 게이머의 행동은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의 그것과 유사하다.

한편, 아이템의 희소성 외에 다양한 컨텐츠로 게이머들을 지속적으로 붙잡아 두는 형태의 게임도 있다. 이런 방식의 게임은 게이머들의 흥미유발은 쉽지만 비교적 중독성이 미약하여 컨텐츠의 질적 악화가 계속될 경우 게이머들이 쉽게 떠나버리는 단점이 있다. 최근 이용자가 급격히 줄고 있는 와우의 경우가 그 실례로 대부분의 경우 만렙 컨텐츠의 부재를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실, 이러한 중독성을 유발하는 장치들의 폐해는 익히 잘 알려져있다. 그것을 폐해라고 부르기가 조금 모호하지만 게임 아이템의 거래는 이미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중독의 피해자인 이른바 온라인 게임 폐인들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특히 게임 폐인들에 관하여 PC방 업주들은 거의 대부분 공통적인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다. 그들 대부분이 직업전선에서 뛰어야 할 20~30대의 청년들임을 감안할 때 국력의 낭비가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실업문제와도 맞물려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는 않아보인다.

어떻게 보면 담배보다 중독성이 강해보이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의 중독성은 정신적인 문제와 맞물려 때때로, 아니 상당부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독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그것은 IT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의 태도와 맞닿아 있지 않나 싶다.

마약은 불법이다. 담배는 담배곽에 그 폐해를 자세히 설명한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OO세 관람가'라는 등급만 표시될 뿐이다. 세가지 모두 중독성을 유발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그 중 합법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것은 게임 뿐이다. 이제는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논의가 경제논리에 묻히지 않고 좀 더 생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다못해 담배처럼 몇 마디 문구라도 적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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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으음... 이글 뭔가 아닌것 같은데 뭐가 아닌지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