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남녀의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XY) 가운데 X염색체가 완전 해독됐다.


미국 영국 독일 공동연구팀은 영국 과학전문 주간지 네이처 최신호(3월 17일자)를 통해 ‘가장 특이한 유전자들의 집합체’로 불려온 X염색체가 1098개의 유전자로 이뤄졌음을 밝혀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구팀을 이끈 영국의 웰컴 트러스트 생어 연구소의 마크 로스 박사는 “X염색체의 유전자는 인간 게놈의 4%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3199가지 유전질환의 9.6%인 307가지를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 김대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의 근본 이유를 밝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X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질환 정복에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목소리, 얼굴 생김새처럼 성호르몬과 관계없이 나타나는 남녀 간 차이를 규명하려는 학계의 숙원을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의 몸에는 개개인의 특성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든 염색체가 모두 23쌍이 있다.


이 가운데 한 쌍만이 남녀의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다. 여자는 2개의 X염색체, 남자는 하나의 X염색체와 하나의 Y염색체를 갖고 있다.


Y염색체는 78개의 유전자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성염색체의 유전자 수가 크게 다른 이유에 대해 로스 박사는 “성의 구별이 없던 생명체가 진화와 돌연변이를 거치면서 X와 Y성염색체가 생겼으며 이 가운데 X염색체는 진화를 거듭한 반면 Y염색체는 퇴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로스 박사는 “혈우병, 색맹처럼 X염색체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기는 유전질환이 여성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고 남성에게 빈발하는 이유는 남성의 경우 X염색체가 하나뿐이어서 결함이 생기면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염색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X염색체 해독 작업에는 2000년 말부터 영국의 생어 연구소, 미국의 베일러 의과대와 워싱턴대 게놈연구소, 독일의 막스 플랑크 분자유전학 연구소 등이 공동 참여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