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분 허락없이 무단으로 쓱삭 퍼온글입니다.


비행시뮬레이션을 논하자는것은 아닙니다.   게임과 인간의 삶과의 연관성을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해서 퍼와봅니다.

물론 문제가 된다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IL-2 슈툴모빅 비행시뮬레이션 동호회에서 가져온것입니다.
이쪽 유저들은 대부분 30~40대 이상의 직장인들이죠.   여타 흔한 온라인게임의 유저층보다는 좀더 연령들이 높습니다.   예전 네이비필드의 유저층과도 비슷한 연령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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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기량은 아무것도 아니죠^^;  

언뜻 생각하면 1:1 공중전에서 화려한 개인 기량이 많이 펼쳐질것 같지만서도...
사실 1:1 도그파이팅, 특히 서로 1:1 하자고 약속하고 하는 1:1 약속 대전에서는
기량이라기보다는 몇가지 판에박힌 패턴들 이외의 것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런 몇가지 패턴을 모르고 있다면야 상대의 트릭에 넘어가기도 하겠지만,
기본에만 충실해있으면 상대방이 할 수 있는 일은 뻔할뻔잡니다. 고수 할아버자리도
물리학 법칙을 넘어서는 기동은 못하므로, 상대 조종사가 누구건간에 마찬가지죠.
1:1 기동에서 나올 수 있는 상황들이 수백가지쯤 된다면 모를까, 즐겨쓰이는 공중전
기동이래야 손가락으로 거의 셀 수 있는 정도이니 그거 몇가지를 안다고 고수라고
하긴 힘들죠.

일례로, 굉장히 효과적인 머지 기동으로 일컬어지는 밑으로 파고들기는 이런저런
설명을 길게 할 것 없이 그냥 단순한 수직 리드턴입니다. 수직방향이건 수평 방향이건
상대가 리드턴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당연히 불리해지죠. 간혹 밑으로 파고들기가
에너지 우위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임멜만을 하고도 오히려 더 효과적인 에너지로
따라올 수 있다고 설명하는 분도 있는데, 아닙니다. 에너지는 변환할 수록
손실됩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밑으로 파고들기 그자체는 에너지의 효과적인
이용과는 별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밑으로 파고들기의 의도가 상대방에게 읽히면
상대방은 그에 대응할 여러 방법을 가지지요. 밑으로 파고드는데 상대방이 스플릿
에스로 선회를 해온다는건 상대방이 굉장히 모자란 경우에나 먹히는 방법입니다-_-;
다만, 밑으로 파고들기는 상대방에게 추후 기동의 방향제약을 준다는 면에서의
부분적인 의미는 있지만, 그게 만병통치약은 절대 아닙니다.

배럴롤 방어기동도, 원칙적으로 에너지 감소가 뒤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하면
볼장 다보는 겁니다. 때문에 배럴롤같은 에너지 감소 기동은 죽기 직전에 한번쯤
해보는 그런 거지, 공중전 승리의 효과적인 수단이 절대 아닙니다. 상대방이 배럴롤
하려고 하는걸 알면 에너지 유지하고 그냥 익스텐드하면 그만입니다. 배럴롤 아무리
잘해도, 속도만 유지하고 있으면 배럴롤한 적기가 조준점 잡았을 때는 대부분
적어도 300-400야드는 떨어집니다. 그정도 거리에서는 슬슬 적당히 징킹하면서
쭉 빠지면 전날밤 꿈자리 사나웠던 경우만 아니라면 죽을 일 별로 없습니다.

1:1상황에서 배럴롤이나 밑으로 파고들기나 그런 비슷한 수법들은 그저 상대를
속이는 트릭의 일종일 뿐입니다. 그거에 속는다면 속는 사람이 문제죠. 더구나
이쪽이 2기 이상이라면? 그거 시도하는 사람들은 유서쓰는겁니다.

적절한 전투기동은 상대방이 의도를 알면서도 대응할 수 없는 타이밍을 만들어서
실행할 때 비로소 효과가 있게 됩니다. 물론 배럴롤이나 밑으로 파고들기같은
것을 사용할만한 타이밍이 분명히 있지요. 하지만, 거의 꼬리를 내주다시피 한
다음에 배럴롤 한큐에 적기 꼬리로 들어가서 적기를 죽여버리겠다는 것은 한낱
꿈일 뿐입니다. 전투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뻔하기에, 경침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최초 상황이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따라서 모든건 이미 다 끝나있습니다. 불리한
사람은 잘하면 살아서 도망가는거고, 유리한 사람은 최소한 비기는거지요.

공중전은 전투이고 살인입니다. 결코 절대 네버에버 스포츠가 아닙니다.
적을 죽이고 내가 사는게 전부입니다. 게임이니까 스포츠맨으로서의 기량에 대한
경의같은걸 가지고 싶다면, 기습공격도 하면 안되고 유리한 상황에서도 공격하면
안되겠죠. 상대방 등뒤에서 시작하는 격투 스포츠같은건 없습니다.

오랜 기간이 아니지만 잠시 MA에서 비행하면서 이름난 고수들이 죽을게 뻔한
스타일로 비행하면서 허접스럽게 죽는것 많이 봤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단지 기동이 화려하다고 해서 고수이름을 붙여줄 수 있을 지 개인적으로는
의문입니다. 전장상황이 그사람의 꾸준한 커버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화려한
기동 하면서 적기 몇대 죽이고 곧 죽어버리는 경우도 흔하더군요.
고수를 잡았든 초보를 잡았든 1킬이고, 고수한테 죽었든 생초보의 눈먼 탄에
죽었든 1데쓰입니다. 고수 죽이고 나서 곧바로 생초보한테 죽었다면, 고수 잡았다고
기뻐하면서 날 죽인 생초보는 고수 죽일동안 달려든 것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없는거죠.
아레나에서는 총쏘는 법만 알면 KILL/DEATH 3:1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어려운게 아니죠. 생존율 높이려고 노력할 것도 없이, 니키같은 비행기 적당히
타고서 퍼볼에 들어가서 즐겁게 헤집으면서 한 3킬쯤 하고 죽어버리면 3:1입니다.
그런 전투에는 상황인식같은것 조차도 별로 필요 없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다수의 아군과 적군이 있는 온라인 아레나가 몇년 씩이나
존재해오면서도 편대전술은 오히려 생뚱하고 편대팀웍보다 개인기량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 인식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투는 내가 살고 적을 죽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면 됩니다. 그리고 편대 팀웍은 "가능한 모든 방법"의
중요성면에서 3/4정도는 충분히 차지합니다. 근거리 교전 위주의 공군 훈련교범에서도,
1:1 BFM은 전체 교육비행 소티의 1/4정도밖에 안되고 그이상은 전부 팀웍을 바탕으로
한 교전전술을 익히는 것에 할애됩니다.

"가능한 모든 방법" 중에서 그저 처음 1/4정도에 해당하는 몇가지 기동을 가지고
굉장히 효과적인 교전 기량인 것 처럼 생각하거나 그런 것으로 고수 하수 호칭하고
그런다면 솔직히 좀 민망스럽단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고 편대 팀플레이가 그렇게 대단한것도 아닙니다. 의향만 있다면 그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편대팀웍 역시 판에박힌 몇가지 패턴이기 때문에,
여러명이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게임플랜이 있다면 굳이 누구랑 누구랑
날짜정해서 연습하고 할 것 없이 다들 알고 있는 방법으로 누구와 만나든 그방법대로
전투하면 됩니다.
설령 새로운 관점에 적응하기 위한 다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그것에
익숙해졌을 때 오히려 그것을 필수적인 것으로 여길 정도로 그것이 중요한 것이라면
그런 다소의 노력을 안할 이유가 없겠죠.
스틱 열라 당겨서 적기한테 총쏘려는 사람은 붐앤줌하는 사람한테 맞습니다.
마찬가지로, 혼자서 열심히 화려한 기동 하려고 하는 사람은 팀플레이하는 사람한테
당합니다. 그렇다면, 붐앤줌을 익힐 노력은 필요하고 팀플레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라고
말할수 없겠죠.

고수와의 1:1 플레이의 승패는 그다지 의미가 없을 수밖에 없는것이...1:1 플레이
에서는 어차피 몇가지의 판에박힌 상황전개가 이루어지고 그런 상황전개에 적합한
기체가 당연히 유리하기 때문에, 1:1에 강한 기체와 전쟁에 필요한 기체는 전혀
다릅니다. 일례로 워버드에 있는 Ki-43은 제로기보다 1:1에서 상당히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Ki-43이 제로보다 더 좋은 기체는 결코 아니지요.
물론 동기종이었다면 개인의 전반적인 기량이 결정적이 되지만, 그때의 기량이라는
것도 몇가지 단편적인 기술의 집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공중전의
원리를 이해하는데서부터 출발하여야 쓸모있는 그무엇이 될 수가 있습니다. 일례로,
기본적인 전투 기하학을 모르면서 밑으로 파고들기나 배럴롤같은것 몇가지를 알고
1:1 상황에 들어간다고 해도, 상대가 고수라면 뻔히 눈에 보이게 시도하는 트릭에는
말려들지 않음은 물론 대한 대응법도 이미 충분히 알고 실행합니다. 그러면?
배럴롤하는 법을 알았든 몰랐든 죽는다는 결과는 안바뀝니다. 그렇기에 단편적인
기술 몇가지로는 1:1이든 멀티밴딧 상황이든 자신에게 별로 도움이 안됩니다.
그런 단편적인 기술조차도 모르는 사람(애당초 초보)를 만나지 않는 한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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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말이 마치 우리의 삶.. 특히나 개개인이 아닌 팀 단위인 게임개발현장에도 적용될수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이외에도 적용될수 있는곳이 많겠죠.

개인적으로 최근의 온라인게임을 이것저것 접해오면서 게임이 지녀야할 방향이나 철학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과연 유저들은 무엇을 기대하며 게임을 하는것이고 게임은 어떤것을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전달해줘야 할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에 대한 저 글은 비행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 이전에.. 마치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가져야할 사회활동의 방향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때야 한다고 말해주는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저 글쓴이에게 바로 그러한 고찰을 요구하는것은
IL-2 슈툴모빅이라는 저 비행시뮬레이션 '게임' 일테고 말이죠..





여기에 대한 다른분들의 생각도 들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