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도 찬란한 진중권 씨의 '호모 코레아니쿠스'

어떤 책인지 소개하자면,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회현상들을

토대로 그 사회를 이루고 있는 한국인들의 습속에 대해 분석해 놓은 책이라

할 수 있음. 아직도 박정희 생가에서 비나이다비나이다 박정희 각하님 하며

정치가를 주술적 의미의 신으로 받드는 이들부터 시작해서 평범한(..건 좀

아니지만) 디지털 카메라 관련 커뮤니티 DCinside가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계에

어떻게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냐까지, 우리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별별

현상들과 트렌드를 예로 들며, 한국인이 어떤 습속을 가졌는지에 대해 여러가지

얘길 풀어나갑니다.


책이 앞 부분에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기 보단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뭔가에 대해 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뒤로 가면 갈 수록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음. 부분 부분 공감 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꽤나 공감이 되는 부분이 더 많음. 과학자 황우석에 대한 주술적 믿음이나 구술적

문화의 한계 등등. 뭐 어쨋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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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 보면서 하나 떠오른 것.


우리 사회는 다분히 직업이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 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짙다.


우리는 경찰이나 교사와 같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비윤리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를 볼 때 경악한다.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그 사람들에게

윤리적인 삶을 기대하고 때때로는 간접적으로 강요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직업을 갖는데에는 아무런 윤리적 기준도 필요로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수능과 토익,

토플과 고시는 존재하지만, 윤리고시 따윈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들의 직업으로 인격을 지레 판단한다. 그것도 모자라 너무 쉽게 그들을 인격적으로

존경하고, 신뢰하며 그것을 배반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이것도 우리 사회가

가진 하나의 모순 아닐까?


우리와 우리 사회라는 단어가 이질감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난 거기서 말하는 우리에 속하지 않아염. 저까지 거기에 싸그리 몰아넣지 마세염'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일각을 이루고 있고, 그 일각은 사회에 어느정도 영향을 끼칠 정도의

수는 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아무런 근거 없는 내 생각이니 증명 할 도리도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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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런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습속,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이거나, 또 혹은 긍적적이다 부정적이다 따질 만한 것이 아닌 그런 습속들이 내 스스로를

이질적이게 만들 때가 있다. 난 찌질이를 싫어한다. 그런 동시에 난 찌질이다. 비논리적인 개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을 싫어하는 동시에 나 또한 합리적인 것보다 정념적인 것에 집착한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으로 부정적인 습속을 욕하면서도 나 또한 그런 습속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오히려 그런 습속에

빠져 머리론 그것이 옳지 못하다 생각함에도 가슴으론 그것에 가슴 설레하고 열광하기도 한다.

스스로의 모순에 빠져 있다. 도대체 뭘 지향하고 뭘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주구장창 찌질이거나, 주구장창 논리적인 말과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어찌나 좋을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에는 난 너무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딱 좋은 나이에 딱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에는 난 너무 찌질하지도 개념차지도 않은 적당한 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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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뭐 그렇다치고.

휴가 중에 케이블 채널에서 '백지연의 끝장토론'이란 방송프로그램의 광고를 봤다.

말그대로 끝장토론이다. '반론따윈 필요없다!' '대한민국 카타르시스의 장' '무제한 버라이어티 토론쇼'

광고멘트만 봐도 참 재밋다. 무제한 버라이어티 토론쇼라니. 토론도 이젠 쇼다. 버라이어티 쇼.

그 방송에 출연하는 진중권씨의 생각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