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문화가 막 부흥/성장할 시기에 나왔던 윈도우가 윈도우XP입니다.

특유의 안정성(적어도 이전버전의 윈도우보단..)과 멀티미디어에 특화된 환경,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강력한 마케팅으로 윈도우XP는 단박에 점유율을 높였고,

한창 성장하던 PC방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윈도우XP가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PC방과 윈도우XP, 그리고 온라인 게임은 다같이 손을 잡고 발전했습니다.


(10년후..)


여전히 PC방과 윈도우XP, 그리고 온라인 게임은 다같이 손을 잡고 걷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은 윈도우XP가 최대로 지원하는 다이렉트X 9버전에 맞춰져서 나오고 있고,

권장 사양 같은것도 윈도우XP를 기준으로 잡혀있습니다.


이전부터 마소는 윈도우XP에 대한 지원을 끊을것이라고 계속 말을 해오긴 했지만,

최근엔 아예 대놓고 D-DAY를 정해놨습니다. 앞으로 1년후..


제가 PC방을 자주 다니지는 않아서, 자세한 비교는 못하겠지만,

최근에 몇군데 갔던 PC방은 전부 윈도우XP였습니다.

샌디브릿지에 GTX460이 달린 고사양PC에도 윈도우XP가 설치되어있었습니다.

심지어 메모리가 4GB 넘는 PC에도 윈도우XP가 설치되어있었습니다.

결국 그 하드웨어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거죠..

물론 OS가 낮은 버전이라도 하드웨어가 좋으니 빠르긴 하겠죠..

그렇게 치면 아이비브릿지+타이탄 조합으로 컴퓨터 맞춰놓고, MS-DOS 6.0 설치해서 윙커맨더 돌려도 빠르긴 합니다.


1년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대부분의 PC방은 아마도 윈도우XP를 그대로 사용할겁니다. OS교체 비용도 만만치않으니까요.. (PC방 관리 프로그램은 윈7 64비트용까지 나온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사장님들은 '그거 귀찮게 왜 바꾸나? 별일 없으면 쓰던거 쓰지..'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로도 불안정적인 보안을 보여주는 XP가 1년뒤에 완전히 지원이 끊긴다면,

아마도 해킹에 더 취약해질 것이고, 해킹이 무서워서 PC방에 가려는 사람들이 더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뭐, 예전엔 계정 로그인이 필요없는 게임들(워크래프트3; 카오스 맵이나 스타 랜플레이 등)도 있었지만,

요새는 왠만한 게임들은 로그인이 필요하고, 보안에 취약할수록 계정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친구들끼리 PC방에 가서 게임하기가 점점 꺼려질 것이고,

결국 PC방 고객 숫자도 줄어들 것입니다.

PC방 고객 숫자가 줄어들면, 자연히 PC방 숫자도 줄어들테고,

PC방 숫자가 줄어들면,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도 제법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뭐, 좀 극단적인 가정이긴 했습니다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예로, 한 때 와우에서 어느정도 부를 축적했던 형과 함께 PC방을 가면, 같이 할게 없었습니다.

저야 뭐 잃을게 없는 라이트 유저여서 그냥 와우를 했지만,

잃을게 많았던 형은 와우 접속을 꺼려했거든요. 혹시 해킹당해서, 그동안 쌓아놨던게 다 사라질까봐.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사건은 아니지만,

확실히 XP의 서비스 중단은 PC방이나 (아직도 XP를 사용하는) 일부 관공서 같은 곳은 큰 타격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1년뒤에, 분명히 XP서비스 중단소식 몰랐다고, 마소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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