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레시피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일정을 잘 지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죠

일정이라는 개념은 정해진 레시피로 요리를 만드는 데에 의미 있는 개념이겠지만, 레시피를 만드는 데에는 무의미한 얘기죠

극단적으로 연구소에다가 일정 지정해놓고 '언제까지 신 발명 몇가지 해라'라고 해서 될 턱이 없는 것과 비슷하겠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자신이 없으면 이미 존재하는 레시피를 가져다 쓰는 수 밖에요

저랑 아가씨랑 요리를 하면
전 대충대충 이거저거 넣어도 대충맛이 음음 하고 나와서 즐겁게먹는데
울 아가씨는 레시피를 보고 정량을 꼭 재서 넣고 해도..뭔가 허전하죠...=_=.. .. 레시피는 레시피일뿐 자질자질한 환경 기후, 압력, 습도, 들어온 고기의 수준, 야채의 상태, 사용하는 조미료의 상태 등에 따라 가감을 해야하는데.. 그게 무시된 일률적인 레시피로는 안돼요..
자 그런의미로 갤러리 거거싱(...)

후우.. 제가 처한 상황을 좀더 풀어놓자면 소규모 게임업체로써 시간과 인력이 많지 않습니다. 9개월만에 MMORPG를 완성시켜야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문제되는걸 간단히 ~ ^^;;

1. 초보 기획자만 2명 있는 상태 --> 경험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더군요

2. 일정의 압박 --> 일정이 늦어지면 심하게 압박을 받습니다. 늘 주말에는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일정을 짜죠 (무엇이든 5일이 넘어가면 일단 태클부터...)

3. 다른 팀과의 동시 진행 --> 생각할 틈없이 다른 팀과 동시에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 머 창의적 생각 이런거 할 시간 따위는 없죠 일단 잘된 게임 베끼고 보는거죠 ;;

4. 문서의 완벽함 --> 초보다 보니 실수하는 것도 많고 아예 문서를 갈아엎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여유 시간이란게 없으니 미치겠더군요 다음 할일은 예정되어 있고
문서는 또 수정을 해야하고 결국 주말을 이용하지요 금토일 놀경우에는 정말 기쁩니다. 그나마 메워야할 시간이 늘어난것에 대해 기쁘다고 할까요 ㅠ.ㅠ

5. 아이디어의 부재 --> 저희는 늘 어떤 결과물이 나오면 꼭 발표를 하고 모든 자료를 모든 팀들이 공유합니다. 소규모라 그런지 머 가능한 시스템이지요
그런데 위에 여유시간과 일정의 압박때문에 문서를 되도록이면 수정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옆 팀에서 반짝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 정말 짜증이 납니다.
게임이 재미있어지는데 왜냐구요? 그러면 일정에 못맞추기 때문이죠 ;;

6. 완벽해서 문제인 일정과 관리자 --> 완벽해서 문제입니다 ^^;;; 논리적이고 개인의 작업 분량과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일정입니다. 잘 지켜져왔고 거의 어기는 일이 없었습니다.
관리자는 완벽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것을 팀원들이 할 수 있을꺼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작 다는 아니지만 2명의 기획자 중 1명의 기획자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7. 개인적인 문제 --> 그저 일정에만 맞추자 라고 생각하는 한심한 기획자가 있습니다. 매일 새벽야근에 주말에도 일을 한다는 생각은 도대체 이 생활이 언제쯤이면 끝날까 회의까지
들며 이 일을 때려쳐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능력은 제자리 같고 친구들은 벌써 연봉이 3천이 넘는다는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반토막도 안되는
내 연봉이 서글퍼 담배나 빨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에 수면장애까지 겹쳤습니다.

1,2 번의 전제가 현실적으론 거의 있을수 없기에
4번의 대한 전제로 쓸수가 ㅇ<-<

1.2번은 전제가 아니고 실제로 저희 회사가 저러고 있습니다...

절대 전제(가정)이 아닙니다 ㅠ.ㅠ

일정만 100% 지켜지고 있다면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을 향해 순항을 하고 있는 것 일까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정으로 플젝 진행해가며 일정 지켜달라 압박하면서 설마 품질까지 잘될꺼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겠죠? -_-;;

같은 컨디션의 두개의 화분에 물을 준다는 조건을 완벽히 실행해도,
물을 주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애정의 차이에 의해서 결과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기계가 대부분을 처리하는 일과 달리 사람의 역할과 분업의 비중이 큰 일들에서는
눈에 보이는 일정, 스팩 등 정량적인 부분외에 정성적인(개발자들의 열정, 팀워크, 충성도) 등이 결과에 영행을 줍니다.
예> 기획자: 그래픽 팀에서 보낸 NPC 컨셉은 기획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일정때문에 패스하고 가자.
이 작은 차이가 나중에 어떤 혼란을 초래하는 지는 게임 개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실듯

4. 쓸데없는게 추가되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어릴때 어머니의 수재비가 정말 맛있었는데 갈수록 재료가 늘어나더니 맛이 없어졌습니다. OTL

ps. 대1때 동기가 재료가 거의 없는 수재비를 만들었는데 그건 정말 맛있었습니다.

아..저런 빠박한 일정은 십중팔구는 실패..ㄱ-a

회사의 강점을 살리시려면 SI 회사로 바꾸셔야 할 것 같군요 ㅎ
간단히 최대가치가 재미 > 일정이 아니라서 그런것 같습니다.

개발전 기획 아이디어 회의 자리에서 재미의 요소에 관하여 한번 검증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여러가지 만드는것보다 정말 재미 있는것 하나를 만드는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냥 간단하게 게임 자체가 재미 없어서 재미요소가 떨어지는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