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에 리플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까까님이 해주신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네요. 실은 제가 의아하게 여기는 부분도 그 점이거든요. ' 플레이어가 세계를 바꿔 나간다 ' 라는 점. 그런데 놀랍게도 RPG에서 정치라던가 경제적인 부분을 다루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 이 경우 tr 만을 말합니다. ) 대부분의 경우 ' 전투 ' 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편이죠. 마스터의 마스터링에 의해서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결국 RPG 라는건 어디까지나 ' 전투 ' 를 주된 수단으로, 다른 일들은 부가적인 장치로 취급하고 있는건 아닌가요?

단적으로 캐릭터의 스탯만 봐도, 몇몇 특이한 룰을 제외하고 메이저한 대부분의 룰은 ' 전투 ' 와 관련되는 부문들만 다루고 있으며, 스킬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투에 관련된 부분에서 각종 룰의 발전 단계는, 그외 다른 부분 - 예컨데 npc와의 사교라던가 일상생활에 보다 연관된 스킬 등 - 의 깊이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더 깊습니다.

이렇게되면 RPG 라는 말에서 이 ' Role ' 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건 '전투시의 역할 ' 이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 역할 ' 은 될 수 없다는 거죠. 나는 영웅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무력적인 어떤 수단도 동원하고 싶지 않습니다. 예컨데 명망높은 정치가라고 할까요? 이런 것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룰이 현존하나요? 어디까지나 GM의 임시응변식 마스터링으로 일관하는 것 말고, 관련된 룰이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가지는 것 말이죠. 정치 뿐만이 아니라 각종 ' 전투 이외 ' 의 부분을 모두 살펴본다면, 현재의 RPG라는 것이 얼마나 ' 전투 ' 에 치우치고 있는지는 너무나도 뻔하죠.

물론 그 근본에 워게임이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짐작하면 이런 일들은 당연한 것입니다만, 그리고 아마도 gm의 역량에 달린 문제이겠습니다만, 어차피 rpg라는 것은 전투를 빼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보다는 좀더 깊은 내러티브간의 상관관계를 규정하는 룰이라던가 하는건 별로 보지 못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