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AMD프로모션에 딸려온 번들 게임이라서 특별한 추가 요소는 없지만,

그래도 이번에 체험하게된 툼레이더는 꽤나 괜찮은 게임입니다.

 

일단 툼레이더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는 라라 크로프트.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생존'에 맞춰지다보니 약간은 현실감 있게 표현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렇다보니 라라 크로프트도 그 영향을 조금 받았습니다.

 

좋은 점이라면, 디테일.

피튀기는 전투를 하고 나면, 피칠갑한 라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물에 한번 들어가고 나면 조금 깨끗해짐..

처음부터 끝까지 입고 나오는 티셔츠도 처음에는 좀 깨끗했는데 점점 더러워진다든지.. (기분탓일 수도 있음)

뒤로 진행할 수록 점점 몸의 상처가 늘어나는식의 가시적인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거의 모든 남성 게이머들의 판타지였던 라라의 몸매도 나름 현실적인 반경에서 잘 나왔습니다. (뒷태도 나름 신경썼음)

이전작들 처럼 몸매를 강조한 의상들은 없지만, (특별판을 구입하지 않았다면 옷은 달랑 한벌..)

몸매를 강조한 카메라 연출은 자주 나옵니다. (좁은곳을 통과할때 옆라인이 나온다든지, 낮은 곳을 통과할때는...)

 

얼굴은, 좀 더 동양적인 느낌이 아주 약간 들어갔습니다.

뭐, 라라의 얼굴이야 워낙 다양했으니까 인종 논란은 무의미하죠.. (컷신을 보다보면, 은근히 벤 휘쇼 느낌이 남..)

 

단점이라하면,

몸매에서 게임적인 판타지(가슴이라든지 또는 가슴이라든지..)가 좀 사라졌다는것.. 근데 이건 봐줄수있습니다. 디테일이 살아있으니..

하지만, 절벽에 매달린 상태에서 물구나무서기로 올라가는 모션이 빠진건 봐줄수없습니다.

 

속칭 엘라스틴이라 부르는, TressFx 기술은 장점인 동시에 장점입니다.

흙탕물에 들어가든 피웅덩이에 들어가든, 무조건 찰랑거리는 머릿결은, 미관상 좋긴한데 한편으론 사실감이 떨어집니다. (프레임이 떨어지는 건 덤)

 

스토리는 조금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동양의 외딴섬에서 생존가로 거듭나는 라라 크로프트의 성장기'까진 좋은데,

굳이 '히미코'를 끌어들일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왜색논란이나 불충분한 고증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게 판타지와 현실 사이에 어중간하게 표현되었다는 점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툼레이더 초기에는 라라 크로프트 혼자서 유적에 던져진 상태로, 호랑이나 거미를 처치하면서 폐허를 탐험하는 비교적 간단한 내용이었으나,

점점 캐릭터도 복잡해지고, 이야기에 살이 붙여지면서 나중엔 초현실적인 판타지가 되어버린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툼레이더는 조금 애매하게 중간에 걸쳐져 있는 것 같습니다.

텍스처나 모델링, 연출의 사실성이 높아져서 좋아진 점은 있지만,

이러한 현실성 높은 연출과 판타지가 만나버리니, 오히려 판타지가 좀 웃기게 보인달까..?

 

아직 스토리를 중반정도밖에 진행을 못했지만,

차라리 '히미코'를 빙자한 인간의 탐욕쪽에 더 집중을 하는게 낫지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파크라이3 처럼)

 

반면, 극한 생존을 통해서 변해가는, 라라크로프트의 모습은 굉장히 표현이 잘 된 것 같습니다.

메인 작가가 여성이라고 하던데, 확실히 좀 섬세한 맛도 있고요.. 물론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두번째 살인부턴 냉혹한 킬러로 돌변할 수도 있긴하지만..

 

데드신! 주인공이 죽는 게임에는 데드신이란게 있습니다.

일찌기, 다양하고 충격적인 데드신을 보여줌으로써 게임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페르시아왕자부터

데드신에 무척 공을 들여서 팬무비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한 데드스페이스까지,

데드신의 역사는 깊습니다.

기존의 툼레이더 시리즈에도 데드신이 있긴했습니다만,

이번에 나온 툼레이더는 '디테일'이 살아있기때문에, 그만큼 데드신도 다양합니다.

표현 강도는, '일반적인 추락사나 압사'가 제일 약한정도.. 

데드스페이스같은 신체 절단은 없지만, 다양한 관통상에 의한 데드신이 존재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

 

게임진행은 일단 직선형이긴 한데, 기존의 툼레이더시리즈보단 좀 더 자유롭습니다.

모닥불이 있는 '캠프'가 있고, 이게 일종의 체크포인트입니다.

이 캠프에서 기술이나 장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스토리 진행에 따라 '빠른 이동'도 가능합니다.

 

진행중 중간중간 자동저장이 되긴하는데, 이건 게임진행중 작은 체크포인트이고,

게임을 껐다가 다시 시작할때는 큰 체크포인트인 '캠프'에서 시작합니다.

 

빠른 이동은, 이전에 확보한 캠프로 바로 가는 것인데, 일종의 도전과제 클리어용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초반에는 이동하지 못했던 지역이, 후반에 획득하는 장비에 의해 갈 수 있는 지역으로 바뀐다든지 하는 이유때문.

즉, 초반에는 '생존'에 맞춰져있지만, 후반에는 '탐색'이 주를 이룹니다.

 

전투는 나름 괜찮습니다.

스킬 획득을 하면, 라라의 활쏘기/총쏘기 능력이 대폭 향상되고, 근접전투도 점점 좋아집니다.

게임을 진행할 수록 점점 살인귀로 변하는 라라를 보고 있노라면... 참..

하지만, 적들도 나름 잔인하고 정신나간 녀석들이라 동정심 따윈 생기지 않습니다.

적의 출현 숫자는 나름 적절합니다. 너무 많아서 지루하지도 않고, 너무 적어서 감질나지도 않은 정도..

즉, 레벨 디자인은 괜찮다는 뜻입니다.

난이도 조절은 아마도 전투에만 국한된 것 같은데, (저처럼) 쉬움으로 설정하면 전투에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더군요.

 

번역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일단, 스퀘어 에닉스에서 자막이라도 번역해준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반적인 번역 수준도 딱히 틀린 것은 없는 것 같고.. 프리렌더링 동영상이나 인게임 영상, 중간중간 라라가 하는 잡담, 아이템 설명까지 모두 번역이 잘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 분위기는 은근히 호러입니다.

기존의 툼레이더가 폐허나 고대 유적에 찾아가는 내용이라, 사람 마주칠 일도 별로 없고, 시체라 해봤자 미이라 정도밖에 없었다면,

이번 툼레이더에는 다양한 종류의 시체들이 다양한 장소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부패된 시체들을 비집고 가는 장면은 의의로 고어합니다. 괜히 18금 딱지가 붙은게 아님.

아마 시체 출연횟수만 본다면, 데드스페이스 못지않을듯.

 

아무튼, 아직 중반도 진행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연출은 상당히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어서 재미있습니다.

다만, 인게임 무비에서 카메라 흔들림이 너무 지나치다는것정도..? 멀미날 지경입니다.

 

그나저나 AMD프로모션으로 주는 바이오쇼크 인피니트가 내일 발매한다는 것 같던데..

기대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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