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이기도 하고 질문이기도 합니다.

벌써 아마추어 게임 제작 프로젝트에 1년 반이 흘렀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모여서 퍼즐 게임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인원은
기획 1명
그래픽 3명
프로그래밍 5명
사운드 2명
운영 1명(제 자신)
이지요.

만일 Rac님께서 정말 아마추어 게임 제작을 하신다면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온라인 상으로 모여서 개발하는 팀을 구상하시나요? 아니면 오프라인에서 직접 모이는 팀을 구상하시나요?

온라인 상으로 모여서 개발하는 팀이라면 저는 보따리싸서 말리고 싶네요.
Rac님의 글을 검색해봤는데, 아직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한번도 경험해보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온라인 상으로 모여서 개발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여집니다.

왜 그런가 하면

1. 아무리 뛰어난 스펙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온라인에서는 힘을 쓰기 어렵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과 전혀 다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집니다.
현재 기술로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어렵지요.(MSN과 같은 메신저가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쪽이나 운영쪽에서는 가장 골치아픈 것이
약속된 회의시간에 메신저로 접속하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아르바이트' '술모임' '야근' '부모님' '학원' '학교'
온라인에서는 회의에 모이지 않는 것을 제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오직 '프로젝트 인원에서 제외한다' 라는 방법밖에 없지요.(오프라인에서는 해고라고 말합니다.)

이래서는 기획 사항을 전달할 수 없고, 변화된 내용도 전달하기 힘들죠.

점점 팀원들과 간극이 생기고, 나중에는 서먹서먹해지고, 급기야 싸우기까지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그런 것은 덜하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저는 전화와 문자를 사용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지만 전화비도 전화비고..
게임에 대한 문제 해결방안을 결정하는 대에도 1주일씩 걸리는 바람에 민첩한 개발은 못하고 있습니다.

2. 온라인에서는 계획이 계획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도 드뭅니다. 단지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 기술을 연마한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관리 기술을 가진 사람은 아예 온라인으로 게임을 제작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관리하는 사람에게는 팀원들에게 영향력을 쉽게 미칠 수 있는 오프라인을 선호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대로 팀원에게 제제를 가할 수 있고, 상태를 살필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그런 것이 불가능합니다.
팀원이 갑자기 우울증이 걸려서 핸드폰을 몇 달간 꺼놓거나 메신저 접속 안하고, 메일도 안 받으면
어찌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주소라도 받아서 등기라도 부친다면 보긴 봅니다만
제 역사상 등기를 보낸 역사는 딱 2번이군요.

프로젝트 스케쥴 계획을 하는 사람이 Rac님이라면 제가 보기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특히 프로그래밍을 모르신다면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가장 스케쥴에 클레임이 걸리는 부분은 프로그래밍과 그래픽 부분입니다.

프로그래밍은 항상 구현할 것은 많아서 시간이 없고, 결국 지쳐서 떠나버립니다.
그래픽은 우왕자왕 컨셉 설정만 하다가 다들 지쳐서 떠나버리기 일수지요.

사람 많이 투입하면 될 것 같지요?
아닙니다.

저희 프로그래머가 5명인데요...
부끄럽지만
2명 방치상태, 1명 공무원 공부중, 2명 작업 중인 상태입니다.
왜 5명 모두 작업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못나서이고..
두번째는 프로그래머 속성상 1+1 = 2가 되는 그런게 아니지요.(사람이 작업하는 모든 분야가 그렇다고 요즘 느낍니다.)
스펙이 다들 하나같이 빵빵하십니다만 협업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을 잘 하기 위해서는 스케쥴 계획을 잘 세우셔야 하고, 기획에서 일일이 컨트롤 할 생각은 마십쇼.
어느정도 정치력있으신 리드 프로그래머를 한명 선출해서 일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픽은 문제가 심각한데요.
그래픽 컨셉을 미리 잡아두지 않으면 디자이너를 뽑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뭐라도 좋으니 그려주세요'라고 말하면
아무도 그려주지 않을겁니다.(이유를 설명하자면 매우 긴데..여기서는 생략)

그래픽 디자이너는 각자 자신의 그림을 꿈꾸면서 연습을 하는데요.
이 와중에 자신의 싫어하는 그림과 좋아하는 그림을 구분합니다.
만약 메카닉을 그리는 사람한테 미소년을 그려달라고 했다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목격해보십시오.
최악의 경우 팀의 탈퇴까지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영입하기 전에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2가지 항목이 있는데
1. 혼자서 작업하는 것이 익숙한가? 아니면 협업에 익숙한가?
-> 원화부터 일러스트까지 모두 한 사람이 작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있고
그와 반대로 다른 사람의 작업까지 스스럼없게 변경하고 재창조하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있는데
그 2가지 성향은 물과 기름과 같습니다. (어느쪽이 좋다 나쁘다는 없습니다.)

2. 어떤 그림을 배척하고 좋아하는가?
미소년밖에 못 그리는 그래픽 디자이너, 메카닉을 선호하는 디자이너, 시니컬한 배경을 좋아하는 디자이너
유화나 수채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디자이너, 문양 도색 디자이너 등등 세세하게 알아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2가지 사전조사에서 Rac님이 생각하는 그림과 다르다면 실력이 신급으로 좋다고 하더라도 절대 영입하면 안됩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를 뽑는 것은 게임 그래픽의 DNA를 선택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후.. 다시 프로젝트로 돌아가서..

3. 프로젝트에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프로젝트의 일부분을 자르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이번 정모때 발표할 것이지만..(아는 사람은 다 아는..)
스토리 부분을 폐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바실리어트로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었는데 말이죠.)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프로그래밍 부분의 스케쥴이 스토리모드로 인해서 과도한 클레임이 걸린다고 리드 프로그래머에게 지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래픽 디자이너 1분에게 의견을 들어본 결과,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생각과는 달리 스토리모드에서 협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더군요.

스토리를 단독으로 비주얼 노벨로 발표하는 것도 검토해봤는데
퍼즐에 딸린 스토리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개발하면 스토리가 쓰레기라서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게임이 있어야 재밌는 스토리인데, 게임과 분리되버리면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눈물 머금고 폐기했습니다.(원화까지 이쁘게 나왔는데 말이죠.)
아마 의욕이 급상실 하실 분도 몇 분 있을 것 같습니다.

4. 문서만 쓰면 다야?
문서를 팀원에게 녹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기획자는 선동자가 되어서 팀원을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마추어 게임 제작팀에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문서만 만들고 입은 다물고 있는 기획자'

죽을래요? 내가 설명하리?
'문서 만든 사람이 설명하는 것은 당연하잖아'

물론 선동할 사람이 따로 있고, 참모 일이나 하면 모를까?
'아마추어 게임 팀에는 언제나 손이 모자른데'
'기획자 그런거 없습니다. 개같이 일하라!'
를 항상 기억했으면 합니다.


5. 결론 할려면 오프라인으로 하시고요. 온라인으로 할거면 팀원으로 들어가세요.

Q : 프로그래머를 협업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알고 싶습니다.
Q: 프로그래머를 상세하게 구분하는 작업 모듈을 알고 싶은데 자료같은 것이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