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 게임들이 이 땅에 뿌리 내리기 시작한 지 어언 10년.

이젠 소통 방법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다중 접속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플레이어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가장 많이 쓰이
는 것은 바로 채팅이다. 이것은 현대까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소통의 수단이었으나, 그 밖의 충분한 소
통 방법이 개발된 지금으로써는 조금 회의적인 방법이 아닌가 싶다.
가령 MMORPG 게임에서 사람이 많은 마을에 들어섰다고 생각해보자. 마을 전경을 비춰야 할 화면에는
반복되는 거래 글들이 넘쳐난다. 친구로부터 온 귓속말은 순식간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글에 묻혀버
리기 일쑤다. 때문에 사람이 많은 마을은 왁자지껄이라기보다는, 지저분하고 정신없고 혼란스럽다는 느낌
만 강하다.
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불편을 겪어야만 하는가?
해서 생각해보았다.
채팅으로 지저분하지 않은 마을, 그리고 좀 더 왁자지껄한 느낌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

대안은 본격 음성 지원 시스템.


친구들과 같이 PC방에 가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가서 무슨 게임을 했는가?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 아님 그 밖의 MMORPG?
그렇다면 당신은 게임을 하면서 음성 지원 시스템을 이용해보았을 가능성이 99%는 있다. 1초를 다투는 긴
박한 상황에서 느긋하게 채팅으로 ‘이것 좀 해주시져?’ 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 조금은 흥분되고 격앙된
목소리로 친구에서 ‘여섯시 러쉬!’ 를 외쳤거나, ‘천사!’ 나 ‘힐!’ 를 외쳤을 것이다. 과연 그때의 느낌은 어
떠하였는가? 빠른 소통으로 작전이 완벽히 성공하였을 때 큰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는가?
아마 우리들이 각자의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같이 PC방을 가는 것이 재밌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온라인이라고 해서 망설일 이유는 무엇인가? 주저 말고 즐기면 되지!


이것이라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왁자지껄 시스템.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음성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설정 형태이다. 그럼 각 부분을 살펴보자.

먼저 기본 볼륨. 이는 말 그대로 마이크의 기본 볼륨을 뜻한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은 +쪽으로,
성량이 남들 다섯 배쯤 되는 사람은 - 쪽으로 쭉 땡겨주면 된다.

다음으로 전달 거리.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음성 시스템의 핵심이다.
만약 게임을 즐기는 모든 이들의 목소리가 한 번에 스피커를 통해 터져 나온다면 어떨까? 스피커가 폭발
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 지정된 플레이어의 목소리만 듣는다면 그 역시 너
무 심심하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 전달 거리이다.
상상해보라. 당신이 사람 많은 시장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시장의 모든 소리를 들
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크게 잡아야 주변 10m 이내의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이 시
스템도 그것과 마찬가지다. 한 서버, 한 지역, 한 마을의 모든 소리를 듣기에는 소리의 구분이 힘들다. 때
문에 당신 주의의 특정 거리만큼의 소리만 듣고 말하는 것이다. 그 최대 거리의 제한은 있지만, 그 안에서
의 거리 조절은 당신 마음대로이다. (이 부분을 좀 더 세분화 한다면, 듣는 거리와 자신의 목소리의 전달
거리를 따로 정할 수도 있다.)



< 위의 그림과 같은 식으로 좀 더 편하게 거리 설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그 다음으로 페이드 아웃효과는 일반적인 소리 옵션의 그것과 같다. 거리 내에서라도 멀리 있는
소리는 작게, 가까이 있는 소리는 크게 들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 옵션은 당신 마음대로.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선 안 될 말들을 할 수도 있다. 그럴 땐 기존의 귓속말과 같이 특정 대상을 지정
하여 그에게만 들리도록 하면 된다. (좀 더 현실성 있고 재밌게 만들면, 캐릭터와 가까이 붙어서 이야기를
하면 그에게만 들리도록 하면 될 것 같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만큼, 특정 대상들과의 소통도 역시 중요하다.



때문에 파티를 생성하였을 경우 위와 같은 설정을 따로 지원한다. 여기서는 기본 설정과는 별개로 거리 설
정과 페이드아웃이 적용되는데, 이는 같은 파티원이라도 충분히 뒷담화를 할 수 있는 든든한 기
반이 되어 줄 것이다.


제안을 마치며.

위의 시스템은 개인적으론 굉장히 마음에 든다. 음성이란 것은 단순한 소통의 수단뿐만 아니라, 상대의 연
령을 짐작하게 하거나 감정을 추측할 수도 있게끔 하는 굉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만약 예상대로만 구현
이 된다면, 건방진 초딩의 막나가는 언어구사도 어느 정도 제약이 될 듯도 하다. 아무리 얼굴이 안 보인다
지만 목소리가 삼촌뻘인데 함부로 말을 하겠는가. 만약 막말을 한다면 그의 음성 자체를 차단해버리면 그
만이다.(음성 차단도 중요한 기능)
거기다 상대의 감정이나 기분까지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성이기 때문에 상호간의 좀 더 깊은 대화나 배
려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걱정되는 것도 있다. 플레이어들이 음성 자체를 하려드느냐 하는 것이다. 주변의 내성적인 친구들의
경우, 음식점에 전화를 거는 것조차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FPS와 와우 같은 게임들에서 점차 음성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어가는 현 시점에
선 - 소극적인 플레이어들을 배제하고서라도 -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시스템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