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마비노기 허생전

허생은 반호르에 살았다. 곧장 드래곤 유적지 밑에 닿으면, 절벽길 뒤에 아직 짓고있는 성당이 서 있고, 성당을 향하여 나무문이 열렸는데, 두어 간 벽돌집은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허생은 스킬북 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컴건의 알바를 하며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의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레벨업을 하지 않으니, 스킬북을 읽어 무엇합니까?』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정독을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철광석 캐다가 제련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제련 스킬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마족 장사는 못 하시나요?』
『장사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스킬북을 읽더니 기껏해야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제련도 못한다, 마족 장사도 못 한다면, 현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허생은 읽던 스킬북을 덮어 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정독하기로 십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허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던바튼으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던바튼 성중에서 제일 부자요?』

에반을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이 곧 에반의 관청을 찾아갔다. 허생은 에반을 대하여 길게 읍하고 말했다.

『내가 캐릭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메탈 마족 스크롤 만 장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에반은

『그러시죠.』

하고 당장 메탈 마족 스크롤 만 장을 내주었다.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에반의 관청 주변의 NPC들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초보자 옷은 내구가 다해서 너덜너덜하고, 들고있는 채집용 단검은 이빨이 전부 나갔으며, 누덕누덕한 머리띠에 허름한 슬렌더 로브를 걸치고, 머리 위에선 “헝그리한” 타이틀이 둥둥 떠다녔다.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는가?』
『모르죠.』
『아니, 이제 하루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메탈 마족 만 장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아이디도 묻지 않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

에반이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당신들이 알 바 아닙니다. 대체로 인챈 사기를 하는 사람들은 으레 파티창에 자기 스탯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맨날 뽑는 것은 페널이고, 가루뿐이기 마련이죠.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케헹)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장비가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은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보려는 겁니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메탈 만 장을 주는 바에 아이디는 물어 무엇을 하겠습니까?』






허생은 메탈 마족 만 장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는 들르지도 않고 바로 1채로 넘어갔다. 1채널 던바튼은 티르, 반호르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던전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폭스, 레이븐, 솔저, 자이언트, 폭스헌터 등속의 인챈트를 모조리 두 배의 가격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인챈트를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에린이 증뎀 인챈을 못할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두배의 값으로 스크롤과 역템을 팔았던 사람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메탈 마족 만 장으로 온갖 인챈 값을 좌우했으니, 마비노기의 형편을 알 만 하구나.』

그는 다시 각종 마족 스크롤들을 가지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레어 아이템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주 지나면 에린 안의 유저들이 치장을 못 할 것이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레어템 값이 열배로 뛰어올랐다.




허생은 늙은 사공을 만나 말을 물었다.

『필드 밖에 혹시 사냥을 할만한 빈 터가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두갈드 아일에서 거대 곰을 만나 동쪽으로 줄곧 도망가서 어떤 빈 터에 닿았습지요. 아마 벌목캠프와 소용돌이 언덕의 중간쯤 될 겁니다. 서쪽으로 가면 곰이 나오고, 남쪽으로 가면 울헌을 주는 검다밭이 있어서 짐승들이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고 다굴을 놓습디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걸세.』

라고 말하니, 사공이 그러기로 승낙을 햇다.

드디어 미니맵을 따라 두갈드 아일 동쪽으로 가서 그 빈터에 이르렀다. 허생은 소용돌이 언덕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땅이 리니지 말섬만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주위에 사냥터가 적당하고 교통이 편리하니 단지 길드석 박을 정도는 될 수 있겠구나.』
『텅 빈 공터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사신단 말씀이오?』

사공의 말이었다.

『덕이 있으면 길드원들이 절로 모인다네. 덕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때, 던바튼에 수백의 사기꾼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유저들은 하게를 통해 사기꾼을 신고했으나 좀처럼 블록되지 않고, 사기꾼들도 감히 나가 사기를 치지 못 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허생이 사기꾼의 모임에 찾아가서 우두머리 김설미를 달래었다.

『한 시간 동안 버스 사기 열 번 치면 얼마나 되오?』
『많아봤자 3만이지요.』
『모두 AP넉넉한 캐러는 있소?』
『없소.』
『풀셋은 있소?』

사기꾼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AP넉넉하고 풀셋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사기꾼이 된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캐러를 키우고, 사냥을 하고, 정정당당하게 돈을 벌려 하지 않는가? 그럼 시발라마 소리 안 듣고 살면서, 던전에선 렙업의 낙이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욕먹을까 걱정을 않고 길이 마비노기의 요족을 누릴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돈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사기를 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 마련할 수 있소. 내일 던바 1채 뱅크로 나와 보오. “허생네창고”길드가 붙어있는 것이 모두 내 부캐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허생이 사기꾼들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사기꾼들은 모두 그를 또라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사기꾼들이 바닷가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허생이 삼백만장의 메탈 마족을 채워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해서 허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길마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힘껏 짊어지고 가거라.』

이에, 군도들이 다투어 마족을 받아갔으나 한 사람이 2천장도 제대로 가지지 못햇다.

『너희들, 인벤이 한껏 메탈 2천장도 못 채우면서 무슨 사기를 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매너 유저가 되려고 해도, 이름이 비매너 리스트에 올랐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메탈마족 2천장씩 가지고 가서 풀셋 장비 하나씩 사서 오너라.』

허생은 몸소 수백 명이 몇 달 동안 쓸 물약과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사기꾼들이 빠짐 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배에 싣고 그 빈터로 들어갓다. 허생이 사기꾼들을 몽땅 쓸어 가서 에린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 중략 -



본래 에반은 나크와 잘 아는 사이었다. 나크가 당시 데부괭 팀장이 되어서 에반에게 넥슨이나 데부괭에 혹시 쓸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에반이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나크는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아이디는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녀가 그분과 상종하여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아이디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나크는 GM들을 다 물리치고 에반만 데리고 걸어서 허생을 찾아갔다. 에반은 나크를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드렁가서, 허생을 보고 나크가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허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이 차고 온 축포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내구 0짜리 장비에 축포질을 하는 것이었다. 에반은 나크를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이웨카가 하늘 가운데에 떴을 때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나크가 방에 들어와도 허생은 휴식 스킬을 취소하지 않았다. 나크는 몸둘 곳을 몰라하며, 넥슨에서 유능한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허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직위에 있느냐?』
『팀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넥슨의 신임받는 직원이군. 내가 리처드 개리엇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사장에게 알려서 삼고초려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나크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의 계책을 받고자 합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허생은 외면하다가 나크의 간청에 못이겨 말을 이었다.

『PC통신 시절 게임 제작자들이 여러모로 연이 있다고 하여, 커뮤니티에선 많이 활동하고 있으니 너는 본사에 고하여 모두 그들을 비싼 값에 계약 맺고, 너희들의 월급을 깎아 GM들이 활동하기 편하게 지원 할 수 있겠느냐?』

나크는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한국에서 명작을 외치려면 먼저 폐인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되고, 리니지를 넘어서려면 먼저 그 장점을 분석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RF온라인이 갑자기 MMORPG의 대세로 떠올라 요구르팅과 함께 마비노기를 압박하고 있는 판에, 데부괭이 그래도 먼저 정식 서비스로 유저들을 확보하고 있는 터이다. 진실로 다른 게임의 좋은 시스템을 흡수하고,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업데이트를 하면서, 잘못된 운영에 제대로 사과를 한다면 잘되면 MMORPG의 지존이 될 것이고, 못 되더라도 한국의 울티마 온라인은 될 것이다.』

나크가 힘없이 말했다.

『유저들을 분산시키기 위한 DB작업은 힘들고, 프로그램은 복잡하며, 데부괭은 넥슨 산하의 조그마한 스튜디오에 불과한데 어찌 그렇게 하겠습니까?』

허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제작자들이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패치 하나 제대로 못 고치면서 자칭 명제작자라고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DB작업은 힘들다고 하니 전쟁 중인 군인이 총이 무거워 쏘기 싫다고 투정하는 것이고, 프로그램이 복잡한건 자기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인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어렵다고 하는 것이냐? NC는 버그 아이템을 고치기 위해서 드워프들의 원성을 마다하지 않았고, 탄트라는 V1의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이제 2세대 MMORPG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며 노력해야 할 판국에 프로그램이 어렵다고 투덜거리며, 유저들이 떠나는 것을 붙잡기 위해 유저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운영을 할 판국에 자기들은 작은 스튜디오에 불과하다는 것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제작자라고 하겠는가? 신임받는 제작자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칼로 거시기를 베어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칼을 찾아서 베려고 했다. 나크는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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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 패치 이전에 쓴 글입니다.

인챈트 시간 제한 같은 사소한건 신경 쓰지 마세요.(...)

흐음 저게 중학교과서에있었는데(허생전말입니다...) 으음 그때만해도 내가 엘리트취급받으면서 교과서를 모두 한번보면 사사삭외워지던...(요즘은 베게로 쓰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