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PC게임에 관심이 많았던 OS/OA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OS에서 원활하게 게임이 돌아가는 걸 원했는지, 게임관련 라이브러리인 다이렉트X(이하 DX)를 만들었습니다.


일단, 태생자체가 (그 당시에는) 한정된 PC의 자원으로 게임을 최대한 원활하게 돌아갈수 있게 하기위해,

일종의 구심점 같은 표준을 만들려 했던 게 DX라 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2D와 3D그래픽과 관련된 라이브러리가 중심이었습니다. (뭐 지금도 그 두개가 중심입니다.)

그러다가, 사운드, 네트워크, 게임용 컨트롤러 등으로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그리고, 하드웨어의 발달로 인해 고해상도/3D폴리곤 게임이 많아지면서,

DX 또한 버전업을 재빠르게 해왔습니다.

제기억에도 같은 윈도우버전에서 2~3차례 DX 업데이트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윈도우XP의 대박으로 인해, 그와 같이 나온 DX의 9번째 버전(이하 DX9)도 아주 긴 수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게된 원인중 하나가, (스티브 발머도 인정한) 실패작에 가까운 윈도우비스타와 DX10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이렉트X11(이하 DX11)과 함께 나온 윈도우7은 제법 좋은 평을 들었습니다만,

이미 XP가 만들어놓은 벽이 너무 높아서, XP와 DX9을 넘어오는 유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그놈의 레거시 지원이 뭔지..

지금까지 나오는 게임들중 대부분은 DX9와 11을 별도로 나눠서 옵션을 주기도 합니다. (일부 게임은 DX11 이상만 되기도합니다만.. 온라인 위주 게임이라면 예외없이 DX9기반입니다.)

그리고 윈도우8이 나왔습니다만,

DX는 마이너 업데이트인 DX11.1만 내놨습니다.

언제부턴가 OS와 함께 업데이트되었던 DX의 행보가 조금 달라질거라는 예상을 해볼수 있는거죠..


DX의 시작이 게임이고, 2D와 3D에 맞춰져있는 라이브러리이다보니,

DX의 업데이트에 가장 민감할수 밖에 없는 곳이 바로 GPU 제조사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발빠르게 대처하며 제품을 내놨던 회사가 AMD입니다.


윈도우7이 나왔을 때 누구보다 빨리 라데온 5k시리즈를 내놨고,

윈도우8.1에서 나오는 DX11.2에 대한 지원도 누구보다 빠르게 답변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차세대 게임 콘솔인 엑스박스원과 PS4의 메인 프로세서 개발은 AMD가 모두 참여하게되었습니다.


그랬던 AMD가 최근에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탈 DX를 외치고 있는것이지요.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하게 협조해왔던 AMD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게 한편으론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합니다.


왜냐하면,

영향력있는 게임 콘솔을 이미 잡아놨기때문입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PC게이밍 시장을 넘어보려는 야심이랄까요.

물론 DX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엑스박스원에도 DX11.2가 적용된다고 하고, 이러니저러니해도 PC시장에선 윈도우가 여전히 점유율 1위니까요.


하지만, 게임시장을 보면 다릅니다.

엑스박스의 미래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PS4가 이미 출시전인데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고,

굉장히 소규모로 전락했지만 WiiU(GPU쪽은 AMD)도 있고, 이제 대세는 DX가 필요없는 모바일 게임시장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뭐, 모바일시장에서 AMD가 힘쓸일은 아직없습니다만,

모바일 게임 시장이 늘어남으로 인해, PC게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PC게임의 입지가 좁아진다면, PC게임과 큰 연관이 있는 AMD도 나름 긴장할수 밖에 없는거죠.

물론 AMD는 콘솔쪽에 성공적으로 발을 담글수 있었기때문에, 숨쉴구멍이 생겼고 그 숨쉴구멍을 좀 더 넓혀보자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윈도우기반 PC게임 시장에 더 좌지우지되는 것은, AMD보다는 엔비디아입니다.

非윈도우 계열에 대한 기술지원은 엔비디아보다는, AMD가 좀 더 적극적이었으니까요.


또는, PC게임이 위축된 원인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것입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게임이 늘어나면서, 많은 게임 유통사들이 PC게임보다는 모바일 게임쪽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어서 그런 것도 있고,

몇년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강세로 인해, 고사양에서 돌아가는 게임보다는 중~저사양에서도 돌아가는 게임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PC하드웨어, 특히 VGA(GPU)의 성능향상의 폭도 조금 주춤해진 것 같고요..

물론 고사양 GPU도 있습니다만, 수요가 적으니 개발사로서도 굳이 경쟁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고,

한때는 경쟁하듯 앞다투어 신제품을 내놓던 엔비디아도 요샌 모바일 시장에 뛰어드느라 조금 경쟁관계가 희미해지기도 했고..


그래서, 아마도 AMD는 자신의 GPU에 가장 적합한 드라이버와 라이브러리를 만들어서,

지금 있는 하드웨어로도 성능이 크게 향상되도록 의도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PC유저 대상으로 생각해본다면)


그렇다면, 결국 AMD가 노리는 것은 PS4나 WiiU일텐데, WiiU는 논외로하고..

PS4에서 AMD고유의 라이브러리와 드라이버를 사용해서 자사 GPU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면, (이미 EA와 협력하고 있다죠)

그만큼 훌륭한 비주얼의 게임이 나올것입니다. (요샌 그래픽 대신 비주얼이란 단어를 많이 쓰더군요)

물론 훌륭한 비주얼이 게임이나 게임 콘솔의 흥행을 보장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게이머들은 비주얼이 좋은 게임을 따라갈 것입니다.

게다가 제품군이 다양한 PC쪽 보다는, 모델과 사양이 고정된 콘솔에서의 최적화라면 훨씬 더 작업이 쉬울테고요.. (독자적인 길을 걸을 수 있는 콘솔의 장점이랄수 있습니다)


아무튼, 비주얼이 좋으면 좋을수록 자연히 PS4의 영향력도 높아질테고,

상위 게임 유통사들은 자연히 PS4에서 영향력있는 게임을 내놓기 위해 AMD와의 협업을 더 할것이고,

결국에는 DX를 사용하지 않은 게임이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뭐, 이까진 좀 극단적으로 긍정적인 전개였고,

반대로 부정적으로 보자면, 엔비디아의 피직스나 쿠다처럼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와는 달리, AMD는 PS4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기때문에 조금 자신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박원에서도 계속 DX 11.2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애초에 수익성이나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인텔이나 IBM에서 게임 콘솔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확률은 낮으니,

당분간 AMD는 콘솔에서 충분히 게임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것입니다.

물론 엔비디아도 분발하겠지만, PC게임에 한정될 듯하고,

최근 게임들은 주로 멀티플랫폼으로 개발하는 것이 대세이다보니, (그것도 콘솔 위주로 개발하고, PC버전으로 컨버전하는 형태가 많죠)

AMD는 좀 더 게임 개발사와 친해질 것입니다.


정리해보자면,

이런저런 이유로 PC시장이 위축되고, 윈도우 기반 게임의 위세가 예전같이 않다보니, DX기반의 게임들도 예전같지 않고,

최근 게임이 대부분 멀티플랫폼으로 개발하니, 굳이 DX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져서,

AMD같이 특별히 좋은 조건의 회사라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DX대신 독자적인 게임 라이브러리를 만들어서, 콘솔에 힘을 더 실어줄 수 있다는거죠.

낙관적으로 봐서, 이게 성공적으로 성장한다면,

PC쪽도 넘볼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만,

역시나 PC쪽에는 범용성 높은 DX를 넘긴 힘들겠죠?

모르죠.. PC쪽에서 AMD전용 라이브러리-드라이버를 사용해서 성능이 1.5배쯤 향상된다면.. (그리고 콘솔<->PC게임간 컨버전이 쉽다면 더 좋을테고요)


-------------

아무튼 긴글 읽어주심 감사드립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