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이노디자인과 블루오션 폐인이  아닙니다^^
* 이 기사는 블루오션 전략의 한 예를 발굴하는 기획이므로, 혁신에 대해 '새로운 이론'은 기대하지 마세용~
* 한국경제신문 6월 1일자 기사 3개를 편집해서 상당히 긴 편입니당


[한경혁신 포럼] 이노디자인과 블루오션 전략

이노디자인 김영세 사장이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바라보는 관점은 독특하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예술가와 과학자의 모습을 동시에 지향한다.
'디자인=장식미술'이라는 통념을 거부한다.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보기 좋고 쓰기 편하며
또 만들기도 쉬워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상품을 창조하는 행위다.
한마디로 '디자인=혁신(innovation)'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객의 가치향상과 원가절감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선 가치혁신과 맥락을 같이한다.
디자인에 대한 이런 관점의 차이가 가져온 성과는 경이롭다.

이노디자인이 디자인을 전담한 레인콤의 MP3플레이어 아이리버는 현재까지 650만개 이상 팔렸다.
99년 12억원에 불과했던 아이리버의 매출은 지난해 454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제품의 성공요인을 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바로 디자인이다.
특히 '아이리버 H10'의 경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격찬해 더 유명해졌다.

유럽시장을 겨냥해 출시된 삼성전자의 휴대폰 애니콜 SGH C-100 모델은
출시 이후 판매가 가파르게 늘면서 베스트셀러 휴대폰 반열에 올라섰다.
세계 디자인업계에서 아카데미상으로 일컬어지는 IDEA 금.은.동상도 모두 받아
명실공히 세계적 디자이너가 된 김 사장의 디자인 철학은 디자인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들로 구체화되고 있다.
모두 가치혁신의 논리와 큰 흐름을 같이한다.

대표적인 게 '디자인을 통한 가치혁신(value innovation by design)'이다.
지난해 초 시작된 한경의 가치혁신 시리즈에서 힌트를 얻어 정립한 논리다.
경쟁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품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야만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디자인을 통해 경쟁 없는 시장인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디자인을 수행하는 절차도 가치혁신적이다.
디자이너가 먼저 상품의 컨셉트를 고객사에 제안하는 방식인 '블랙박스'가 대표적이다.
고객사가 던져주는 제품 사양에 따라 외관을 장식하는 데 치중하는 기존 프로세스와는 정반대다.
전략을 수립할 때 가격,비용보다 구매자가 느끼는 효용성부터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블루오션 전략의
수립절차와 같은 맥락이다.

아이리버 프리즘은 디자인 퍼스트 이론을 적용해 성공을 거둔 좋은 예다.
레인콤 엔지니어들이 이노디자인이 제안한 샘플에 따라 부품을 배치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자
양덕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꾸겨 넣어!"라며 밀어붙인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 사장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디자인의 기준은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보고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라고 탄식을 자아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이 다르다 보니 접근방식도 다르다.
흔히 디자인 회사들이 시장조사할 때 사용하는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신뢰하지 않는다.
원하는 해답을 소비자들이 늘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소비자들을 관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지난해 출시된 이후 최근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리버의 목걸이 타입 MP3플레이어(N10)는 그렇게 탄생했다.
목걸이와 이어폰을 따로 주렁주렁 걸고 다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목걸이에서 이어폰이 바로 빠져 나오면 안 될까'라는 착상을 한 게 아이리버 N10의 시작이었다.

'디자인으로 풀어가는 입체경영' 개념도 가치혁신적인 면모를 잘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제품 디자인 회의를 할 때는 디자인 담당 임원뿐 아니라 마케팅,기술,생산,재무 담당임원까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만 CEO가 디자인을 중심에 놓고 각 분야의 연결고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노디자인에서도 컨설팅을 맡게 될 때 전 디자이너가 고객사의 공장을 방문한다.
제대로 된 디자인은 생산비용까지 절감시켜야 한다는 철학에서 나온 방침이다.

김 사장은 최근 '사랑으로 출발하라'는 디자인 철학에 빠져 있다.
자신이 디자인한 상품 이용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고 그 결과는 틀림없이 히트상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이노디자인을 창업한 이후 20년간의 실전 경험은 기술(技術),상술(商術)을 넘어 이제 인술(人術)로 수렴되고 있다.



[한경 가치혁신포럼] 김영세 사장 일문일답

-시장에서 먹히는 디자인이란.

"진정한 디자인은 좋은(good) 디자인이 아니라 적절한(right) 디자인이다.
보기 좋고,쓰기 좋고,만들기도 쉬워야 한다. 적절한 디자인은 비쌀 필요가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꿰뚫으면 수백만,수천만명에게 팔 수 있다."

-좋은 디자이너의 요건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열정,모험심,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배워야 한다.
어려운 직업이지만 보상도 그만큼 크다."


-가장 애착이 가는 디자인은.

"골프백 '프로텍'이다. 그 제품 때문에 워낙 고생을 많이 했다. 10여년 전에 디자인해 직접 생산하고 판매까지 했다.
이 아이템으로 IDEA 동상도 받고 돈도 벌었지만 가장 큰 수확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엔지니어링,마케팅,금융 등 디자인과 관련된 전 프로세스를 알게 됐다는 점이다."

-디자인과 혁신은 어떤 관련이 있나.

"지난해 한경의 가치혁신 관련 기사를 보고 너무 놀랐다.
창시자인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의 생각이 나의 디자인 개념과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디자인의 목표는 가치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은 헬리콥터와 같다.
경쟁에 치여서 레드오션에 빠져있는 회사를 건져 올려 블루오션으로 데려가는 게 바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평소 강조하는'디자인 퍼스트'란.

"디자인을 아이디어의 발상이라고 본다면 그것을 디자이너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에 대해 다른 디자이너들은 미쳤다고 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디자이너의 손에서 디자인이 출발해야만 훌륭한 디자인이 나온다."

-중소기업은 디자인이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디자인 자체가 벤처다. 이들은 고객사와 모험을 같이 공유한다. 기술이 뛰어난 회사를 찾는 디자인 회사는 많다."

-나이가 들어서도 디자인을 계속 할 수 있는 비결은.

"성공하려면 평생을 걸어야 한다. 다만 위로 올라갈수록 디자이너가 관료적으로 변하는 것은 기업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스타 디자이너를 키울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휴대폰과 MP3플레이어 중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개성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제품이 개인화되고 있다.
주방장이 각종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듯 디자이너도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보기 좋고,쓰기 좋고,만들기 쉬운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

-이노디자인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관찰→이해→예측→형상화→커뮤니케이션→실행'의 6단계를 거친다.디자인의 첫 단계는 스케치가 아니고 관찰이다."

-관찰은 어느 정도 하나.

"정해진 규칙은 없다. 디자이너의 일상생활이 바로 관찰,이해,예측이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디어가 나온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이노디자인이 만든 상품을 즐겨 사용하는 이노족(族)을 만들고 싶다.
'디자인 바이 이노(Design by Inno)' 브랜드가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유능한 디자이너를 육성해 월드 스타를 만들고 싶다."


[한경 가치혁신포럼] 김영세 사장의 철학

◇감성적인 논리=감성과 지성이 함께 발휘돼야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우뇌와 좌뇌를 동시에 활용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디자이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예술가의 감성과 과학자의 논리를 모두 갖춘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기술,인간심리,마케팅,환경생태학 등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

◇변화 추구하기=디자인(design)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making change',즉 변화의 추구를 의미한다.
                        디자인은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려는 노력 그 자체다.
                        디자이너는 인간의 감성을 매료시키는 '그 무엇'을 창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를 꾀해야만 한다.

◇이윤 만들기=경영자들은 보통 디자인을 추가비용으로 생각한다.하지만 잘된 디자인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소비자들은 좋은 디자인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편리함 등의 만족감에 대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한다.
                     외관뿐 아니라 편의성이 주는 '느낌의 가치'가 클 경우  디자인은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에 엄청난 이윤을 안겨준다.

◇다른 사람 사랑하기=디자인의 출발은 소비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디자이너가 자신이 개발하려는 상품의 소비자를 마음 속에 그려놓고
                              그를 사랑하듯이 정성을 쏟아 디자인한다면 사용자의 만족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눈에 보이게 전달하는 것이 디자인의 힘이다.

◇원가절감하기=디자인은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일이다.
                      디자인은 쓸데없는 부분을 줄이고 생산방식,재료를 변화시켜 비용을 줄인다.
                      조립과정도 개선시킬 수 있으며 포장 디자인을 달리해서 운임을 절약할 수도 있다.
                      디자인이 잘못되면 제품 개발에 있어 가장 비중이 큰 금형비가 올라간다.

◇움직이는 과녁 맞히기=디자인은 예감이다.
                                  디자이너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다녀온 것처럼 정확하게 시장의 변화를 예측해 내야 한다.
                                 이는 마치 움직이고 있는 과녁을 향해 활을 쏘듯이 어려운 일이다.
                                 '미래 디자인하기'는 현재의 세상을 올바로 읽고 있어야 가능하다.

◇비즈니스 감각=소비자에서 출발하는 디자인은 비즈니스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디자인을 잘 한다는 것은 비즈니스 감각이 있다는 말이기도 한다.
                       히트상품은 디자인과 비즈니스가 복합된 컨셉트에서 나온다.
                        훌륭한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할 때 막연히 좋아서 내놓는 게 아니라  마케팅적인 측면을 최대한 고려해서 선보인다.

◇생각 그리기=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단순히 머리 속에서 그림 그리기로 끝내고 만다면 그것은 공상이 된다.
                     주위의 냅킨 등에라도 간략한 스케치를 하기만 해도 머리 속의 아이디어들은 구체화돼 결국 하나의 완벽한 상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소비자의 욕구를 재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상상을 통해 나오는 아이디어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