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온라인게임 개발자

박봉에 월급 밀리기 일쑤…카드빚 돌려막아 생활
  

국내 모 게임개발사에서 근무중인 C씨(26)는 오늘도 개인예금통장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벌써 석달치 월급이 연체됐기 때문이다. 부모님께도 손 벌리기 어려워 오늘도 카드 대출을 결심한다. 지난달 빌린 카드 대출금을 막지 못하면 조만간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노릇이다.

"3개월 주기로 이래요. 사장님이 투자금 받아오시면 또 밀린 월급 중 일부를 넣어주겠지요. 대출금 막고 남는 건 생활비로 아껴써야죠."


신(新)직종 내지 유망직종으로 거론됐던 게임개발직이 자칫 배고픈 직업내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수도 있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리니지'와 '뮤' 등 몇몇 온라인게임들이 '대박'을 터트리자 지난 3년간 게임 개발자는 IT부문에서 가장 유망한 직종으로 스폿라이트를 받아왔다. 실제 몇몇 게임업계 CEO나 유명 개발자들이 주식이나 현금으로 '억'소리 나게 돈 번 것은 사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전국 대학 및 고등학교에 게임개발 관련 학과나 과목을 신설하는 등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호감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열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의 중대형급 게임개발사가 아닌한 중소 게임개발사에 속해있는 대부분의 개발자들의 경우 속사정은 밖에서 알고 있는 그것과 아주 딴판이다.


우선, 월급이 너무 자주 연체된다.


PC 및 온라인게임 사업붐이 일었을 때는 게임을 제작한다는 소문만을 듣고도 투자자들이 몰려 개발자의 월급이 막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지만, 거품이 빠지고 금융시장이 게임 산업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품으면서 발길이 줄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게임 개발 및 회사 운영 자금 충당을 위해 개발사 대표가 사재로 충당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현재 회사를 그만두고 무기한 휴식중에 있는 경력 4년차의 한 게임개발자는 "전에 일하던 개발사에서 입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것이 4개월치"며 "노동부를 찾아 문제를 해결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간의 정을 생각하니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주변에 아는 동료 몇몇은 카드 대출로 생활해 가고 있다"며 "누가누가 신용 불량자됐다는 소문이 게임업계에 심심찮게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근무중인 또다른 게임개발자는 "한달전만해도 월급을 받지 못하다 이달 월급을 받았다"면서 "카드빛은 둘째치고 기본적인 생활마저 불가능해 내가 뭘 하고 있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갑작스런 해고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정식 직원으로 입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실제 받는 대우를 보면 계약직에 가깝다고 한다.


기본적인 근로자 보험 혜택은 고사하고 근로 계약서마저 작성하지 않고 개발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장비마저 개발자가 가져와야 하는 웃지못할 일들도 있다.


한 게임 개발자는 "집에서 사용중인 컴퓨터가 있다면 가져와서 사용하면 어떻겠냐는 말에 황당했지만 실업자로 있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게임 개발자가 힘들고 고된 직업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요즘엔 좀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게임개발 관련 단체에서 근무중인 한 관계자는 "모든 게임 개발자가 부와 명예를 쥘 수 없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지만, 게임 개발자 수가 가뜩이나 부족한 상황에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게임조선-

온라인 게임 개발자가 어렵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