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면서 노후 설계까지. ...

고양이 전문 브리더가 되는...;;; 우리 말로 하면 번식업자인데, 그게 우리나라에선 영 안 좋은 이미지라서. 정확히는 번식보다는 길냥이들 잠시 맡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입양시키는 일을 하고 싶더군요.

개도 개지만, 고양이는 버려지는 일이 너무 많아서. 이번에 뉴스 데스크에서 이상한 뉴스를 하는 바람에 고양이들 또 버려진다고 난리더군요. 저번 사스때도 고양이 너무 많이 버려져서 보호단체마다 주체할 수 없이 많은 고양이들로 아우성.; 사스의 원인 동물로 추정되고 있는 사향고양이는 사향고양이과 이고, 고양이는 그냥 고양이 과라서 사스와는 별로 상관없다더군요.

다음에 시은비씨 동보협(동물 보호 협회)에 봉사 갈 때 저도 가려구요.

참 고양이 입양할까 생각하시는 분들 동보협 한 번 가보세요. 분양비는 없어도 되고, 주민등록증 양면으로 복사해서 가시면 된다더군요. 아마 못믿을 아자씨한테 사는 것보다 훨 튼튼할 겁니다. 차병원(고양이 병원으로 유명하죠)에서 봉사활동 가서 구충도 시키고, 예방 주사도 맞추고 있는데다가, 차병원 원장님이 압-_-력을 가하여, 모 학교 수의과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봉사활동 간다고 하니까요. :)

고양이 키우는 건 개 키우는 것보다 훨 쉬운데 그 이유는 역시 배설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때문이죠. 고양이는 대체로 2개월 이상의 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이 원칙인데, 2개월 정도 된 아기들은 이미 엄마에게서 화장실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고양이를 처음 집에 대려와서 먹이를 먹이고 난 후, 안절부절하거나, 바닥에서 땅파는 흉내를 내고 있을 때 살짝 들어다가 화장실에다 갖다 놓으면 앞으로 거기 가서 볼일 봅니다.

자율 급식도 어렸을 적부터 잘 되기 때문에 먹이도 아침에 한 번 주면 되죠. 양은 대략 한줌 약간 안되게 먹는데 아기때부터 나중에 늙어서 죽을때까지 이 양이 거의 유지됩니다. 오히려 어렸을 때 크느라 좀 더 많이 먹어요. 이 양을 생각하면 고양이 사료 일반 포장인 1~1.5kg쯤을 한달 동안 먹습니다.

대체로 면역이 좋은 국산 잡고양이(애묘인들은 코숏--한국 특산종으로 등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 이나 참고양이 등으로 부릅니다.)인 경우는 예방 주사만 잘 맞추면 되니까, 한달에 싸게 키워 3만원 가량이면 됩니다.

초기 준비물은 화장실인데요, 일반 가정집이라면 있을 법한 넓고(가로 50cm 정도면 어른이 되서도 쓸 수 있음), 깊지 않은(대략 15cm 정도) 플라스틱 바구니에 고양이용 모래를 7cm 정도로 채워주시면 됩니다. 고양이 화장실은 고양이 전문 회사에서 여러 종류 나와 있기도 하지만 2~3만원 정도 하니까 비싸죠. 바퀴달린 플라스틱의 보관함에 고양이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뚫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최소 5000원에서 최대12000원 정도 든다고 하더군요. 집에 있는 플라스틱 그릇을 써도 되는데 역시 냄새가 문제가 됩니다. 여유 있으시다면 뚜껑이 있는 화장실을, 여유가 없으시다면 플라스틱 보관함에 구멍 뚫어서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저도 만들었는데 특별한 기술은 필요없고 다만 인내심이 좀 요구되더군요. 남자분이라면 저보다 공구를 잘 다루실테니 좀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만드는 방법은 혹시 고양이 키우게 되시거든 물어보세요. :)

이거면 고양이 입양 준비는 완료입니다. 당장에 집을 준비할 필요는 없고, 종이 박스를 하나 준비해서 고양이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뚫고 안에 헌옷이나 수건을 깔아놓으면 돼요. 어차피 이 집은 임시로, 고양이가 새 집을 낮설어 하기 때문에 숨을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고양이 전용의 쿠션까지 살 것은 없고, 집 장농 안에 당연히 있을 법한 헌 방석 위에 목이 늘어진 면티 정도 놓아주면 될겁니다. (방석 안의 솜에 혹여 쉬아라도 스며들면 처리가 불가능합니다. -_-) 어렸을 적부터 자기 자리에서 자도록 훈련시키면 됩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자기가 맘에 드는 자리에서 자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이 훈련은 좀 어려운 편입니다.

그 밖의 고양이 준비물이라면 이동장인데, 이건 능력 좋으신 분은 만드셔도 되고요. 그런데 그런 능력 가지신 분은 드물거라 생각합니다. -_-; 강아지처럼 폭신한 가방은 안되고요, 발을 단단히 딛을 수 있는 바닥이 있는 가방이어야 합니다. 이건 반드시 필요한 건데 어차피 어린 고양이를 데리고 나갈 일은 없기 때문에 당장 준비해야 하는 물건은 아닙니다. 이동장이 필요한 이유는 고양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튀어나가는 고양이를 잡을 수 있는 주인은 거의 없을 뿐더러, 고양이는 머리가 개보다 작아서 목줄 같은 건 쑥 빠져버립니다.; 그래서 안전히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이동장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고양이는 산책을 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고양이 사료는 집에 있는 오목한 그릇에 담아주시면 됩니다. 굳이 사기 그릇은 아니어도 되는데 사기 그릇을 권장하는 이유는 무게감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개도 그렇지만 어차피 고양이는 입만으로 사료를 먹기 때문에 그릇이 가벼워서 계속 밀리면 먹는데 불편을 느낍니다.

사료를 먹여 키우는 이유는 밥먹이는 것보다 고양이 건강에 좋고, 변 냄새가 적고, 의외로 그 편이 돈이 안들기 때문이죠. 더불어 가족이 식사하는 식탁 위로 고양이가 뛰어올라오는 일도 없을 겁니다. 우리집 고양이들은 제가 먹는 것 중 식빵과 닭고기에만 눈독을 들입니다. 사람이 먹는 것을 주지 않는 습관을 기르면 사료만 먹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데에서 생기는 어려움은 역시 털과 발정 스크래치, 가출 입니다. 흔히 가늘고 힘없는 머리카락을 고양이 털이라고 하죠. 고양이털 정말 많이 빠집니다. 그래봤자 개털이랑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접착 롤러를 이용해서 떼어내거나 빗으로 털을 잘 빗겨주면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동물용 브러쉬를 사용해주면 좋겠지만 촘촘한 사람용 빗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한 번 빗질해 주는게 귀찮은 사람은 애완동물을 안 키우는게 좋겠죠.;

스크래치의 문제는 어렸을 적부터 스크래치판을 만들어서 거기에만 발톱을 갈도록 훈련을 시키면 해결됩니다. 스크래치판 만들기는 부수적인 이야기이니까 넘어가고요.

발정...이게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버리는 가장 큰 이유인데요, 빠르면 한 5개월 경부터 발정이 시작됩니다. 평소보다 애교가 많아져서 전에 없이 귀엽게 구는 정도로 넘어가기도 하는데 숫고양이들의 발정 대표적인 현상이 스프레이라고 해서 오줌을 여기저기 뿌리는 겁니다. 고양이 오줌 냄새는 정말 환상적이거니와 웬만한 방법으론 냄새가 사라지지 않고, 오래갑니다. 듣기로 2년 됐는데 아직도 냄새가 난다는 분이 계시더군요. 암고양이는 특별히 하는 행동은 없는데 무지하게 시끄럽습니다. 시끄럽다는 건 숫고양이도 마찬가지로 그냥 평소의 미오옹. 이 아니라(평소에 고양이들 엄청 조용합니다 전 아직도 우리 아기들 울음소리 구별 못합니다. 들을 일이 없어서.;) 캬옹에서부터 여튼 주인조차 못 견딜 정도의 소리를 냅니다. 옆집에서 항의 들어오는 건 다반사고, 신고받고 경찰이 오기도 하고...부모님이 고양이를 몰래 갖다 버리는 일도 꽤 많다더군요.

해결 방법은 없습니다. ...발정나는 걸 어쩌겠어요. 고양이의 경우 주로 중성화를 권장하는데 고양이 입장에서 보면 자손을 남기는 주요한 방법이 사라지는 것이겠지만, 현재 우리 나라에는 주인없는 고양이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내 고양이만 이쁜게 아니라 모든 고양이가 다 예쁘고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죠. 물론 사람의 도움 없이도 잘 사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그런 고양이는 의외로 많죠. 내 고양이를 늘리는 것보다 도움이 필요한 다른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이 좀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설령 고양이를 임신시킬 수 있는 여건에 있다하더라도 새끼 고양이를 분양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주우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의 만화는 이제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이죠.

그리고 중성화를 하게 되면 고양이는 갑자기 가출에 대한 욕구가 사라집니다. ^^  가출 문제도 해결되죠. 그래서 주로 중성화를 권장하고 있으며, 한두번 정도 새끼를 보는 분도 계십니다. 참고로 암고양이 임신 권장 연령은 최소 일년 이상입니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쨋거나 가장 현실적인 타협 안인 것은 분명합니다. 옆집 사람과 부모님과 싸워 이기실 수 있으시면 중성화 안하셔도 됩니다. 아마 컴퓨터 때문에 오래도록 잠을 안자는 분이라면 고양이 발정을 한달에 한 번씩 겪어야 할 겁니다. 한달에 한번씩 주변의 사람과 싸워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고양이 발정때의 소리는 진짜 시끄럽습니다. 주인도 못견딜 정도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옆집 사람 역시 싫어하는게 당연하지요. 참고로 발정은 주광성이기 때문에 방안의 조명을 줄이는 것으로 발정이 줄기도 한다는군요.

대충 이 정도 입니다. 고양이는 모든 애완동물 중 가장 키우기 쉬운 동물입니다. 해달라는 것과 하지 말아달라는 것, 하지 않아야 할 것 모두 명확하기 때문이죠.

고양이 밥을 잘 챙겨주고 물그릇을 청결히 해주고, 하루에 한 번(여유 있으시면 그보다 자주) 화장실 청소만 해주시면 대부분의 고양이는 불만없이 생활합니다. 어렸을 때는 주인에게 놀아달라고 졸라대기도 하고 자는데 발가락이나 손가락을 자꾸 물어 곤란하기도 한데 이건 6개월쯤이면 없어진답니다.

...요즘 어미잃은 고양이를 주웠다는 분들이 어쩜 그리 많은지, 사람 좋아하지만 데려가는 사람이 없어 보호협회에 방치되는 고양이들이 어쩜 그리 많은지... 그래서 이런 글을 한 번 써봅니다. 애완동물 한 번 키워볼까 하는 분들, 동보협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분양받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