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빌 비리 주범은 ‘깜빡이 없는 불도저’?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7-08-14 10:33  

[김수길 기자의 G-세상 바로보기]매출이 고작 100억원에 불과한 한 모바일게임업체가 비리 정치인도 울고 갈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놈투’와 ‘프로야구’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빌입니다. 최근 이상할 정도로 이직 열기가 불고 있다는 데요. 비전이 없어서라기보다 족벌체제와 비리에 내부 직원들이 신물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먼저 병역문제. 게임빌은 송병준·송재준 두 형제가 각각 대표와 마케팅실장을 맡고 있는데요. 창업자인 두 형제는 대표 및 실장 직함을 제3자에게 잠시 넘겨주면서까지 자신의 회사를 병역 대체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정규 병역특례(이하 병특) 대상 인력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병특대상자로 게임빌에서 근무하던 송 모 씨는 폐렴질환으로 병가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영지원실장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고 결국 송 씨는 병무청에 신고합니다. 이후 3월께 감사가 시작됐고 게임빌은 급하게 서류를 만들어내는데 성공, ‘이상없다’는 통보를 받게 되는데요.

게임빌측은 “회사에서 서류 처리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자 송 씨가 일방적으로 무단결근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들의 반응은 다른데요. 사안이 커지고 병무청에서 내사를 나오자 서류를 조작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회사로부터 ‘찍힌’ 송 씨는 같은 해 4월 액토즈소프로 이직해 지금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편법적인 병특 사례도 많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국내 소비재 기업의 한 자제가 게임빌에서 병특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 사람은 전공과는 상관없는데도 현재 프로그래머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임빌 관계자는 “4급 보충역으로 개발실에 입사 지원했고 자신이 개발한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는 등 나름대로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사자의 부모가 유력가란 사실도 면접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고 항변하는데요. 이 역시 사실과는 다릅니다. 게임빌 내부 인사에 따르면 병특 대상 신청서는 부모의 직업을 상세하게 명기하는 란이 있고 이미 임원들은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하나 더. 송 대표의 친구의 동생, 송재준 실장의 친구의 친구까지…. 상당수의 인원들이 게임빌에서 ‘병특 세탁’을 마치고 고위 임원으로 재직중입니다. 이 정도이니 내부 위화감은 말할 것도 없죠.

부정의 고리는 초상권 문제로 이어집니다. 게임빌은 슈퍼모델 출신인 김새롬과 지난 2005년 말 3개월 단발로 CF 및 홍보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명시된 기간이 지났음에도 게임빌은 각종 팸플릿이나 케이블 TV에서 김새롬을 무단 도용하게 됩니다. 이를 암묵적으로 지시한 장본인은 송재준 실장이었다고 합니다. 김새롬측은 계약 위반과 초상권 침해를 들어 소송을 준비하려 했지만 게임빌의 한 직원의 조율로 사태를 겨우 봉합했죠. 하지만 그 인사는 공을 인정받기는커녕 이후 게임빌을 떠나는 불운을 겪습니다.

이밖에도 실적 부풀리기 등 게임빌의 악행(?)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어할 감시자가 없으니 경영진은 ‘깜빡이 없는 불도저’로 등극했고, 이들의 아마추어식 경영은 부패의 연결고리가 된 셈이죠.

스포츠월드 김수길 레저생활부 기자 sugiru@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