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기자에게 한국영화는 하나의 정보다. 그래서 화제가 됐던 영화는 거의 봐왔다. 70년대 <별들의 고향>부터 80년대 <고래사냥>, 그리고 최근 <쉬리> <엽기적인 그녀>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르기까지. 물론 <실미도>도 봤다.
 
그런데 이 영화는 참 비극적이었다. <…JSA>를 봤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대한민국의 비극'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적(북한)'을 앞에 두고 언제나 갈등과 분열을 거듭해 왔다. <…JSA>에서도 그랬지만, 고뇌하면서 죽는 쪽은 항상 대한민국의 젊은이지, 북한은 아니었다.
 
<실미도>는 시대배경이 1970년대지만, <…JSA>와 더불어 한국정부의 이른바 '햇볕정책'의 실패와 허구성을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다. 심각한 갈등 속에서 상처받고 죽는 것은 항상 남한으로, 북한측의 갈등은 찾아볼 수 없다. 남한만이 일방적으로 변화하고, 북한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왜 한국만 상처받고 고뇌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대북전략이나 남북통일 문제에 확고한 신념이 없어서가 아닐까.
 
<실미도> 684부대의 비극도 1970년대 초 남북대화라는 북한의 '미소전술'에 현혹된 한국이 대북정책에서 흔들린 것이 근본 원인이다. 북한정권은 '아웅산 폭탄테러'나 'KAL기 폭파사건'에서 밝혀진 것처럼 한국에 대한 테러작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 <쉬리>에서는 최민식이 이끄는 북한 테러부대가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민중을 구하기 위해 무력통일을 목적으로 결기했다. 물론 최민식은 실패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북녘 동포나 통일에 대해서 최민식 같은 정열과 신념은 없다. 70년대도, 지금도 남남갈등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실미도> 관객이 1,0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인구 4,600만명인 한국에서 말이다.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전체주의국가 외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나라의 거의 모든 국민이 똑같은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병리현상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1,000만명 돌파를 믿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


저도 이런걸 올릴거라고는 생각못했는데..너무나도 공감이가서..슬쩍..

정말 1000만돌파일까? 조작아닐까? 어떻게? 광고의힘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