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창원을 직격할 즈음 창원 시내에 있었습니다.

완전히 SF의 한 장면이었다죠(한숨).

제가 있던 게임방이 있던 건물이 통째로 정전이 되어서 집으로 가는데 숨을 못쉬는 건 기본이고, 주변의 많은 간판 안의 형광등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펑펑 소리를 내면서 터지더군요 -_-;
바람에 섞여 뭐가 날아와도 이상할 것 같지 않더군요. 정말 무서웠답니다. 100미터도 안되는 버스 정류장까지 정말 난코스였어요. 홀랑 젖는 건 기본이었고, 길 여기저기에서 사람 비명소리가 들리더군요(사람은 안보이는데.;).
도로는 종아리까지 물이 차 올랐는데 유속이 빨라서 넘어질 것 같았어요. 다행히 택시 타고 집에 왔습니다만, 그날 밤에 집 앞에 있던 은행 나무가 똑하고 부러졌습니다(설마 똑소리가 났을까요). 바람이 불면 자꾸 불이 깜빡깜빡해서 불 다 끄고 티비만 켜놓고 앉아 있었는데 펑 소리가 나면서 밖에서 번쩍 뭐가 터지더군요. 은행나무의 부러진 부분이 전선을 휘감고 날아가면서 전선 끊어지는 소리였어요. (...)

새벽 2시쯤 동생하고 나하고 잠이 깨서 밖에 나가봤는데 태풍은 잠잠하고 구름도 별로 없이 조용하더군요. 다만 은행나무가 반으로 부러져 있었고, 집 건너편의 게임방 간판이 떨어졌고, 은행나무 부러진 옆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문-_-짝이 구겨져서 떨어져 있더군요. 마당에는 바-_-케스 뚜껑이 다 휘어서 떨어져 있더군요. 어쩌다 그렇게 휘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옥상에 오래된 안테나가 넘어지고, 할머니가 심어놓은 고추가 전부 엎어진 것을 빼고는 실제적인 피해는 크지 않았어요. 다만 은행나무가 끊어먹은 전선이 랜선이었던지라 오늘까지 접속을 못하는 불상사가 있었죠 -ㅅ-;;;;;

다음날 창원 시내로 다시 나갔는데 쓰레기 더미 위에 박살난 신호등이 잔뜩 쌓여있더군요. 아, 난 저런데서 살아돌아왔구나, 아무 것도 안 맞고. 라고 생각하니 정말 섬찟하더군요. 강력한 막판 태풍이었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