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31일날 느긋하게 낮잠을 자고 저녁 6시에 기상한 저에게 날벼락이 떨어졌었지요.

그건 바로 뒤로 넘어져서 문지방 모서리에 가뿐히 뒤통수를 박아주기...



머리 뒷부분이 피로 흥건히 젖어들어가길래 저는 출혈과다로 제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한참동안 가족들에게 앙탈을 부리다가 동생차를 타고 간 강남성모병원의 응급실에서는 저는 그 대단한 상처가

2~3센티미터에 불과하다는 친절하신 의사선생님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X-ray 결과도 무사하고

상처 상태도 양호하고 남은건 제대로 된 소독과 그리고 상처를 닫아주는 일이였는데 아주 친절하신

의사선생님께서 긴 머리카락들이 소독하는데 방해가 된다면서 2~3센티미터 주위의 머리카락을 친히

5센티미터 범위 원형으로 밀어주시고 여리디 여린 감성의 소녀?의 머리 뒤통수에 커다란 땜빵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상처 꿰매기가 번거로우셨던지 뒤통수에 스테이플러를 두번

박아주셨습니다. 의사선생님은..스테이플러를 사람 살에다가..아니 뼈 위의 가죽에다가 박아줄 수도 있다는

새로운 지식과 함께 "내 머리엔 스테이플이 박혀있다."라는 좌절감도 함께 심어주셨습니다.

그뒤에 머리가 잘 자라긴 했지만 미용실에 갈 때면 "싸우다가 머리 쥐어뜯겼어요?"라는 소리

참 많이 들었습니다......



땜빵이 생긴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그 골칫거리는 그 정도로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열흘이 아니라

2~3주동안 머리를 감을 수 없다는 개인병원에서의 통지였습니다. 게다가 머리에 박힌 스테이플러는

아무 병원에서나 뽑아주던게 아니더군요. 강남역 거리를 며칠인가 헤맸습니다... 아시다시피

강남역 거리의 피부과들은 병원간판만 내건 피부 미용 클리닉들입니다.. 몇년간 그 거리를 활보했건만...

제가 바보였지요..



머리는 감을 수 없고 땜빵이 생긴 자리는 몇달이 지나야 복구?가 되는 바람에 밖에 나갈 수 없는

제가 했던건 "이따위 비매너 겜은 안해!"하면서 접어두었었던 라그에 몰두하기였습니다.



그렇게 몇달을 절 암울한 기분에 빠지게 했던 그 날이 벌써 다시 오고 있군요. 1년이 지났는데도..

그날이 생생합니다.. 그리고 충격의 그 뒤통수는 1년이 다 되가는데도

아직도 머리카락 수가 상당히 부족해보입니다...

.........................아아.... 머리를 심고 싶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