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나 디스이즈게임 같은 웹포탈 사이트에 종종 뜨는 한국 온라인 게임의 광고를 보고 있자면 우울한 게 꽤 많이 눈에 띕니다.
(근래에 본 것 중 가장 절 울적하게 했던 것을 불행히도 클럽박스에 뜬 '그라나도 에스파다' 광고였습니다. '배럭에 몇 명 있나' 란 카피였던 것 같은 기억이 드는군요. 아마 이 광고를 본 대다수 사람들은 마린메딕파벳 찍어서 하는 스타 RPG인가?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에서 바깥을 보는 것이 아닌 바깥에서 안을 보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생각하지만,
불행히도 넥슨 정도가 이런 걸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넥슨은 운영자를 뽑을때도 '포지셔닝 정책' 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필수 요소로
잡아 게임잡 구직 광고를 둘러보던 절 난감하게 했습니다만...)

몇가지 문제점을 뽑아보자면...


1. 제작사에서 알아서 브랜드명을 훼손하고 있다.

부자는 자가용비행기를 삽니다. 하지만 자가용비행기를 산다고 부자가 되는 건 아니죠.
'카트' 라고만 써도 왠만한 사람들이 다 알아듣는 것은 '카트라이더' 가 캐쥬얼레이싱 포지션의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게임명을 줄어 부른다고 자기 게임이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죠.

게임명은 무조건 풀네임으로 불러야 하며(만약 이걸 못 지킬 정도로 길다면 현재 리더가 아닐 경우
아예 게임명을 다시 만드는게 장기적으로는 나을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마인드에 게임을
포지셔닝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예를 얼마전 프리오베를 시작한 '아틀란티카' 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회사측에서
'아카' 란 이름으로 줄여서 부르더군요. 유저가 '아카' 란 명칭을 보고 '아틀란티카' 를 떠올릴 수
있을까요? 저 같으면 '아카? 아카시아인가? 그거 먹는거임? 우적우적..' 라고 생각할 겁니다.)


2. 라인확장 정책의 우를 범하고 있는 회사가 생겨나고 있다.

얼마전 대참사를 맞은 라그나로크2를 시작으로 해서, 마비노기 영웅전, 군주2 등 수많은 게임들이
콘크리트 벽에 꼴아박을 전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공한 작품의 이름에 약간 다른 단어를 붙여 넣으면 고객을 끌어들이기 쉬울거야'

이게 라인확장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의 논리적인 생각입니다.(특히 위에 계신 분들이 좋아한다는군요.)

하지만 불행히도 라인확장정책은 대참사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설령 리니지2와 같이 '발끈러쉬를 갔더니 병력이 비어서 이겼더라' 같은 스타격언처럼 우연히

리더 자리를 차지해서 안 좋은 브랜드명을 갖고도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전작의 브랜드명이 약화되게 됩니다.

또는 고객들이 전작과 현재 브랜드명을 달은 상품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되겠죠.

삼국지1, 삼국지2 ~ 중략 ~ 삼국지11 처럼 내용물이 같은 포지션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 한

다른 내용물의 게임은 다른 이름을 달고 나와야만 합니다.


3. 고객들의 마인드를 바꾸려 하고 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는 말이 있습니다. 고객의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포지션도 이와 같아

이걸 억지로 바꿔놓으려고 해도 소용 없습니다.(이와 관련되어서는 수많은 마케팅 쪽의 실패사례가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 나오는 MMORPG에서 종종 보이는 카피 '정통 MMORPG' 란 단어를 볼 때마다 정말 슬퍼집니다.

'여기 우주방어 테란에 질럿, 드레곤으로 꼴아박는 프로토스 유저가 또 한 명 있구나.'

정통 MMORPG 포지션에는 현재 하나의 게임이 몇년전부터 굳건히 고객들의 마인드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로 '월드 어브 워크래프트' , Wow 죠.

이것과 같은 포지션에 게임을 둔다는 것은 '우리 게임은 투명 MMORPG입니다' 라고 소리높여

주장하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더 우울한 건 'Wow를 능가한다' 라는 카피를 쓰는 게임도 있다는

겁니다. 게이머들이 저걸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질 것 같습니까? 돌아오는 건 비웃음 뿐입니다.)

만약 게임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뒤집어 봐도 정통MMORPG라면 차라리 'Wow다음 가는 게임'

이라거나 'Wow 를 쫓아가는 게임' 같이 동정표를 받을 수 있는 2인자 전략을 저 같으면 쓰겠습니다.



Ps. 아무리 생각해봐도 GM이 포지셔닝 정책의 전문가일 필요성이 어디에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넥슨 관련된 분이 계시면 제 궁금증을 좀 풀어주세요. 넥슨은 GM도 마케팅 회의에 참여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