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좀 늦더라도 우리 여유 있게 영화 보자고 해서 어제 봤습니다. 역시 굉장하군요. 근데 작년에
저는 두개의 탑 볼 때만해도 두손에 땀을 쥐고 주먹을 펴질 못할 정도로 영화 플레이 타임 내내 긴장해서
봤는데 이번엔 좀 맘 편하게 봤습니다. 간혹 웃기는 장면들도 있었구요. 김리야 원래 약간 코미디언
기질을 갖고 있고 간달프와 데네소르 이 한쌍이 만날 때는 가면 갈 수록 코미디가 이뤄지더군요.
장작위에 누은 아들에게 말을 건내는 데네소르의 원맨쇼도 괜찮았습니다. 심할 정도로 전락한 인간으로
등장하는데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가보지요?

게다가 옆에 앉은 친구가 특히나 산만해서 와이번, 트롤, 오크가 나올 때마다 쿡쿡 찌르면서
"야야..너 나온다! 너 나와!" 이러는 통에 제대로 관람할 수 없었습니다. 어찌나 제 생각을 자주 하는 지
괴물만 나오면 좋아죽더군요.

그리고 저는 레골라스가 전장에서 벌이는 그 유명한 장면에서는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헐리우드적이였고 감히 그 영화의 엑기스라고도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스파이더 맨을 연상한건
저 혼자인가요? 영화관에서는 그 장면에서 사람들 난리더군요. 그 장면 이후로는 레골라스만
나타나면 제 옆에 앉은 산만한 친구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습니다. 레골라스가
준수하긴 하지만 간달프와 아라곤이나 파라미르, 보로미르 형제 그리고 에오메르도 똑같이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샘은... 눈부신 액션은 없었어도 진정한 영웅이였구요.

그리고 사루만을 못봐서 안타깝네요. 한 장면도 나오지 않다니.. 내년 이맘때 나올 거라는
확장판에서나 봐야죠뭐...  GOGOGO 사루만!!!! 이히.. :D

아.. 그나저나 매트릭스3를 보기전에 Troy 예고편을 보았는데 맨 처음에 "왕을 배신한 왕비..." 이러길래
아더왕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기네비어가 아더왕을 배신하고 기사 랜슬롯과 치정사건을 일으키죠. 근데
알고보니 트로이의 헬레네 이야기더군요. 세상에나.. 우리의 레골라스 올란드 블룸이 파리스 왕자로
나오고 우리의 빵씨 브래드 피트는 아킬레우스로 나온다는군요. 그 외에 헐크 주인공 맡은 에릭 바나씨도
나오고요. imdb를 보니 보로미르 역을 맡았던 숀빈씨가 오디세우스로 나오는군요.

하여간에 같이 예고편 본 친구들이 난리났습니다. 제가 올란드 블룸이 중요한 역으로 나온다니까
얼른 봐야겠다구요. 아... 친구들은 레골라스 보러 트로이를 보겠지만 저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블록버스터로 볼 수 있다는 게 기쁩니다. 매트릭스때 Coming Soon이라더니 왕의 귀환때도 Coming
Soon.. 언제가 soon이란건지..